[왜냐면] 길고양이와 아이들 / 김지은

한겨레 2021. 2. 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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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가 길고양이 털을 빗겨주고, 한 아이는 그 옆에 서 있다.

길고양이 집을 마련해준 아이, 매일 사료와 물을 챙겨주는 사람, 집 주변을 청소해주는 사람, 빗질해주고 함께 노는 아이들, 그냥 와서 불러보고 바라보다 가는 사람들과 그 길고양이는 주어진 환경에서 행복한 공존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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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ㅣ 시집 <길고양이에게 쓰는 반성문> 저자

한 아이가 길고양이 털을 빗겨주고, 한 아이는 그 옆에 서 있다. 처음 봤을 때보다 땟국이 많이 흐르는데, 다시 하얀색을 되찾고 있다. 아이들이 거의 매일 빗겨준다. 빗질을 끝내고 살이 찐 길고양이를 안고 옆 화단으로 옮겨갔다. 혼자 날아가면(!) 훨씬 수월하겠지만 길고양이는 축 늘어져 안겨 갔다. 길고양이가 그 아이를 전적으로 믿는다는 것이다. 이 길고양이가 아무도 경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매일 밥과 물을 챙겨주고 주변 청소를 해주는 사람들과 놀아주는 아이들만 다가오는 것을 허락한다. 다른 사람들은 경계하다 숨어버린다.

오래전에 길고양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아이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사진 속의 길고양이와 아이가 편안해 보였다. 치매 노인에게 새끼 고양이를 돌보게 했더니 잃었던 웃음을 찾더라는 기사도 봤다. 돌보는 생명체와 돌봄을 받는 생명체가 함께 건강한 이야기다. 반면에 생명 경시로 인한 사건사고도 많다. 음주운전, 일하다 죽게 하는 것, 어린 자식을 죽이는 것, 가정이나 유아 교육기관에서의 학대, 죽을 때까지 가둬놓고 새끼만 낳게 하는 것, 가족으로 함께 살다 유기하는 것, 길고양이를 학대하고 죽여 사체를 훼손하는 것 등등은 모두 ‘생명 경시’가 그 중심에 있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당연하게 해온 ‘생명존중 교육’이었지만 생명 경시와 타자를 무시하는 일들이 곳곳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길고양이를 돌보며 함께 노는 아이들과 고양이를 보고 싶어 하는 어린애 손을 잡고 오는 어른들을 보면서 그곳이 생명 존중을 가르치는 살아 있는 교육 현장임을 깨달았다. 문자와 말이 필요 없다. 길고양이 집을 마련해준 아이, 매일 사료와 물을 챙겨주는 사람, 집 주변을 청소해주는 사람, 빗질해주고 함께 노는 아이들, 그냥 와서 불러보고 바라보다 가는 사람들과 그 길고양이는 주어진 환경에서 행복한 공존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린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소중한 생명존중 교육을 스스로 하고 있다. 이런 따뜻한 경험들이 쌓인다면 어른이 되어서도 생명을 경시하는 행동을 쉽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생명존중 교육은 거창하지 않게 바로 내 주변에서도 가능한 일이지만, 그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그 심각한 결과를 예방할 수 있는 작은 방법 중 하나가 주변의 약한 생명체를 돌보는 것이다. 고양이와 개에 대한 정의가 제대로 내려져 서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우선 이렇게라도 길고양이와 함께 잘 지내는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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