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어 설까지, 부모님 뵌지 반년".. 5인 금지에 민심 '부글'

권구성 2021. 2. 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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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계가족 집합금지' 비판 여론
"4인 제한 맞춰 고향 다녀와도
서울 남은 가족들 다시 접촉"
방역 실효성 놓고 불만 목소리
"아이 없는 부부는 부모 만나고
아이 있는 부부는 못만나" 토로
"집집마다 단속 못해" 강행파도
지난 31일 서울도서관 외벽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설 연휴 거리두기 대형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부모님 뵌 지 반년이 넘었어요.”

서울에 사는 직장인 박모(32)씨는 지난해 여름휴가 때 경남 창원의 고향집을 다녀온 뒤로 부모님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추석쯤 한번 더 내려갈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정부가 ‘연휴 기간 이동을 자제해달라’고 권고하면서 지난 추석에 고향에 내려가지 못한 것이다. 이번 설에는 오랜만에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으나 정부가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를 연장하면서 집에 내려가는 게 어려워졌다. 박씨가 고향에 가면 가족 수가 5인이 넘기 때문이다. 박씨는 “1년 중 여유 있게 고향에 다녀올 수 있는 건 명절뿐인데, 추석에 이어 설에도 가지 못해 아쉽고 섭섭하다”며 “불필요한 모임은 되도록 안 갖는 게 좋다는 것은 알지만, 5명이란 기준은 빡빡한 것 같다. 방역조치가 과도하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민족대명절’인 설 연휴를 열흘 앞두고 5인 이상 집합금지를 연장하면서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소규모 직계가족 모임조차 금지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5인’ 제한 기준의 근거가 모호한 데다가 사실상 집집마다 단속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실효성이 없는 조치란 지적도 나온다.

1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설 연휴가 끝나는 14일까지 5인 이상은 사적 모임을 가질 수 없다. 거주지가 다른 직계가족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주소지가 같거나 4인 이내인 가족만 명절을 함께 보낼 수 있는 것이다.

강력한 방역조치가 필요하다며 규제를 환영하는 사람도 많지만, 불평하는 사람도 많다. 실제 정부의 방역조치에 앞서 상당수 시민은 설 연휴 고향 방문을 계획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알바천국이 지난달 성인남녀 2817명을 대상으로 설 연휴 고향 방문 계획을 물어본 결과 42.6%가 ‘고향에 방문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1일 서울역에서 부산행 기차에 탑승한 승객들이 창가 좌석에 앉아 있다.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가 설 연휴가 끝나는 14일까지 2주 더 연장됨에 따라 열차는 창가 좌석만 예매가 허용되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취식을 할 수 없다. 뉴스1
이번 설에 여든이 넘은 부모님을 찾아뵈려 했던 강모(52)씨도 고민에 빠졌다. 결국 강씨와 남동생만 고향에 내려가고, 강씨와 남동생의 가족들은 서울에 남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찝찝하다. 강씨는 “나와 남동생만 고향에 다녀와도 사실상 서울에 있는 가족 모두가 접촉하는 것과 같지 않냐”며 “모임을 자제하라는 취지는 알겠지만 왜 이렇게까지 5명이란 숫자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직장인 공모(32·여)씨도 “연휴를 늘리거나, 분산해서 갈 수 있도록 휴가를 보장해 주는 식으로 정책적 대안을 마련했어야 하지 않냐”며 “매일 지하철이나 직장에서 여러 사람과 만나는데, 명절에 가족들을 보지 말라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5인 이상이 모이더라도 누군가 신고하지 않는 이상 단속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모임을 강행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모(39)씨 부부는 아이와 함께 부모님 댁에 갈 예정이다. 이씨는 “아이가 없는 2인 가구는 부모님을 만날 수 있고 아이가 있으면 못 만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지키는 사람만 바보가 될 것 같다. 주변에서도 대부분 소규모로 모인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부가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 조치를 내달 14일까지 유지하기로 하되, 헬스장과 영화관 등 일부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역수칙이 부분적으로 완화했다. 우선 헬스장 등 수도권 지역 실내체육시설의 경우, 그간 이용이 금지됐던 샤워실에서 샤워 부스간 사이를 한 칸씩 띄워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도록 했다. 연합뉴스
5인 이상 집합금지는 연장하면서 스키장과 헬스장 등 일부 시설의 방역기준은 완화한 것을 두고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한 누리꾼은 “가족은 5명 이상 모이지 말라면서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스키장 등의 방역기준은 완화하니 황당하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5인 이상 집합금지는 사실상 3단계에 준하는 방역조치로 하루 확진자가 1000명을 넘나들 때 정부가 극약처방으로 내놓은 조치였다”며 “집회·시위 등을 제한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사적 모임을 5인 기준으로 제한하는 것은 공감하기 어렵고 실효성을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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