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와 불안한 동거하다 결국 구금.. 수치 "쿠데타 맞서라"

안석 2021. 2. 1.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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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새벽 미얀마 군부가 단행한 쿠데타는 1962년과 1989년에 이은 세 번째 시도다.

미얀마 독립영웅인 아웅산 장군의 딸인 수치가 1988년 반정부 민주화 시위의 구심점이 되자 군부는 수치를 가택연금시키고 쿠데타를 일으켜 권좌를 차지했다.

앞서 미얀마 총선 투표 결과로만 셈하면 수치의 실각은 설명되지 않지만, 군부가 헌법을 도구로 삼아 문민정부와 권력을 분점해 왔다는 점에서 정치적 불안감은 상존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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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1년간 비상사태 선포

[서울신문]세 차례 쿠데타 중 두 번 수치 배제 시도
‘로힝야족 청소’ 흘라잉 최고사령관 주도
NLD 80% 이상 절대적 지지 얻었지만

치안권 가진 군부·정부 기형적 국정 운영
1년 뒤 총선 한다지만 국민 반발 땐 부담
국경 봉쇄돼 우리 교민 4000명 발 묶여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1일 수도 네피도의 의회 앞에 군 병력이 대기하고 있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정부 요인들을 감금한 군부는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에게 권력이 이양됐다고 발표했다. 이날 군부 성명은 군 출신인 민 스웨 부통령이 서명했다. 앞서 군부는 집권 민주주의민족동맹이 압승한 지난해 11월 총선에 대해 야당과 함께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쿠데타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새 의회가 개회할 예정이던 이날 새벽 발생한 쿠데타로 미얀마 정국은 안갯속으로 빠져들게 됐다.네피도 AFP 연합뉴스

1일 새벽 미얀마 군부가 단행한 쿠데타는 1962년과 1989년에 이은 세 번째 시도다. 1989년과 이날 쿠데타는 모두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의 배제를 위한 시도였다. 미얀마 독립영웅인 아웅산 장군의 딸인 수치가 1988년 반정부 민주화 시위의 구심점이 되자 군부는 수치를 가택연금시키고 쿠데타를 일으켜 권좌를 차지했다. 이후 20여년간 민주화 운동을 이끈 끝에 2016년 문민정부를 출범시킨 수치 고문은 약 5년 만에 다시 군부에 의해 구금됐다.

앞서 미얀마 총선 투표 결과로만 셈하면 수치의 실각은 설명되지 않지만, 군부가 헌법을 도구로 삼아 문민정부와 권력을 분점해 왔다는 점에서 정치적 불안감은 상존해 왔다. 군부는 2008년 신헌법에 따라 내무·국방·국경경비 등 치안 관련 3개 부처를 통제하고 상·하원 의석의 25%를 차지해 왔다. 특히 헌법은 배우자나 자녀가 외국 국적일 경우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조항을 담았는데, 남편과 아들이 영국 국적인 수치를 겨냥한 것이었다. 사실상 군부와 권력을 분점해 기형적으로 운영된 셈이었다. 그럼에도 지난 총선에서 문민정부를 향한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가 확인되자 위기감을 느낀 군부가 권력 찬탈을 결심한 것으로 분석된다.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최고사령관.AFP 연합뉸스

수치 고문 역시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쿠데타를 주도한 흘라잉 사령관이 2017년 무슬림계 소수민족 로힝야족 인종청소 사태로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을 때 수치는 이를 묵인했고, 2019년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 청문회에서 군부를 옹호하기까지 했다. 이듬해 있을 총선과 로힝야족을 적대시하는 미얀마의 여론을 의식한 행보였지만, 노벨 평화상까지 수상한 아시아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인물이 과거 자신을 탄압한 군부와 한편에 선 모습에 국제사회는 큰 실망과 분노를 표출했다. 군부와의 ‘불안한 동거’ 속에 인권 유린까지 눈감은 수치의 이중적 태도는 민주주의가 다시 군홧발에 짓밟히는 위기를 불렀다.

군부는 1년 뒤 총선을 다시 실시해 정권을 이양하겠다고 밝혔지만, 수치를 향한 국민들의 지지가 거리로 표출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날 미얀마의 TV와 라디오 방송이 갑자기 중단된 데 이어 주요 도시에서는 인터넷이 끊겼는데, 국민 동요를 우려해 군부가 통신을 막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수치의 입장이라며 “나는 국민을 향해 쿠데타를 받아들이지 말고, 항의시위를 벌일 것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편 미얀마 국경이 봉쇄되고, 영내 모든 공항이 폐쇄되면서 현지 체류 중인 4000여 교민들의 발이 묶였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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