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민심 겸허히 수용.. 강성 지지자들 이제 좀 더 열려야"

배민영 2021. 2. 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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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공수처 등 개혁입법 가장 큰 성과
상생연대·가덕도 법안 등 꼭 처리
설 연휴 전 부동산정책 공개될 것
이익공유 동참 기업 인센티브 강화
일부러 인기 높이기 위한 계획 없어
제 할 일 묵묵히 해나가는 것일 뿐
사면론 제기는 통합과 일맥상통
DJ처럼 균형과 조화 취하려 노력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세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코로나19 피해 지원 등 정국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지난해 대선 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던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올 들어 지지율이 하락했다. 1일 공개된 세계일보 창간 32주년 조사에서도 이재명 경기지사, 윤석열 검찰총장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 직전에 만난 이 대표는 최근의 지지율 하락세와 관련, “겸허하게 민심을 받아들인다. 저의 부족함이나 정치의 어려움을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평가하면서 “‘균형과 포용’에 김 전 대통령의 위대함이 있다”면서 자신도 ‘균형과 조화’를 취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통합’이라는 사면론 제기 취지와 일맥 상통하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를 묻자 “저는 문재인정부 첫 국무총리로 일했고 민주화 이후 최장수 총리가 됐다. 그 영광과 책임은 생애에 걸쳐 저의 몫이 됐다”는 답변이 나왔다. 자신의 정치 노선은 김대중·문재인정부를 계승하고 있다는 의미로 들렸다. 인터뷰는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이뤄졌다.

―당 대표 취임한 지 6개월 정도 지났다. 자평한다면.

“의원들과 원내 지도부의 협조 덕분에 우리가 오랫동안 이루지 못했던 개혁입법들을 완수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국가정보원법, 경찰청법 등 권력기관 개혁3법과 공정거래법을 포함한 ‘공정경제 3법’, 지방자치법 등이 큰 성과다. 5·18 관련 3법도 통과됐다. 그 하나하나가 기록적인 것이다. 공정거래법과 지방자치법은 30여년 만의 전면개정이었고, 5·18 관련법은 5·18 이후 40년 만의 입법이었다. 문자 그대로 정부의 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크고 가장 많은 개혁이 입법으로 이뤄진 것이 큰 보람이다.”
―새해 국회에서는 어떤 법안들에 주력할 계획인가.

“우선 4월 재보선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그리고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가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것이 포용, 상생, 연대의 중요성이다. 그것을 위한 틀로서 ‘상생연대 3법’(손실보상제·협력이익공유제·사회연대기금)을 2월 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 문 대통령도 다보스포럼 연설을 통해 손실보상제와 이익공유제를 포용적 정책이라 말씀해 주시며 지지 의사를 밝혀주셔서 고맙게 생각한다. 그리고 제주 4·3특별법이 있다. 4·3이 생긴 지 74년째가 되는데 아직도 풀리지 못한 문제들의 해결 단초를 여는 것이 4·3 특별법이다. 2월 국회에서 꼭 처리해야 한다. 광주지방이 바라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특별법, 한전공대법, 부산의 염원이 담긴 가덕신공항 특별법을 꼭 2월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강성 지지자의 압박에 흔들린다는 지적도 있다.

“강성 지지자는 어디에나 있다. 지지자들의 사랑이 때로는 압박이 되고 때로는 에너지가 되고 때로는 감시가 돼서 우리가 활용하기에 따라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 점은 감사하게 생각한다. 단지, 이제 좀 더 열릴수록 에너지가 더 커질 수도 있다는 것을 지지자들께서 받아들여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대표직 사퇴는 언제쯤으로 구상하고 있나.

“오는 3월9일 이전까지 사퇴하게 돼 있다. 날짜를 정해놓은 것은 아니다. 우선 대표로 있는 동안에는 대표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도 그런 입장에 충실해 왔고 남은 기간도 그렇게 할 것이다.”

―올 4월 보선은 ‘이낙연의 선거’라는 말이 나온다. 선대위원장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 있다.

“제가 대표에서 내려온 뒤의 역할은 제가 정하기보다는 당과 후보들이 원하는 일을 하겠다. 어떤 직책을 맡느냐 하는 것도 ‘내가 맡겠다’ 그러고 싶지는 않다. 당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하겠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생각하면 되나.

“그렇다. 당의 뜻을 존중하겠다. 당의 뜻에 따르겠다.”
―부동산값 상승이 사회적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민주당은 어떤 해법을 마련하고 있나.

“우선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투기 수요가 나오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제도를 써야 한다. 부동산으로 과도한 불로소득을 얻는 것은 용납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집을 갖고자 하시는 분들, 더 나은 집을 갖고자 하시는 분들께 아쉬움이 없도록 다양한 주택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책들을 당에서 다듬고 있지만 이번만큼은 국토부 장관으로 부임하신 분이 전문가이니 이른바 ‘변창흠표’ 부동산 정책이 온전히 나오도록 저희가 물밑에서 협의하며 돕고 있다. 설 연휴 이전에 부동산 정책이 공개될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 투기수요 억제와 불로소득 차단, 다양한 주택공급, 그리고 주택의 공공성을 확대해야 한다.”

―코로나19와 관련한 지원 과정에서 천문학적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국채 발행을 통해 재정의 역할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그동안에도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로 경제를 선방하는 데 기여했다. 민생의 고통을 완화하는 데 많이 부족했지만 그나마 일정한 역할을 기여했다. (국민의) 고통이 더 커지고 있기 때문에 재정의 역할은 계속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권이 추진 중인 ‘이익공유제’를 놓고 ‘기업 팔비틀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익공유제에 동참한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겠다. 하나는 세액공제의 확대이다. 현재 10%인데 더 늘리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또 하나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투자 결정 과정에서 기업의 ESG(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평가 결과를 반영하는 것이다. 기업이 ESG에 기여하면 국민연금의 투자를 받거나 공공조달에서 우선 구매대상이 되는 방식이다. ESG의 ‘S’에 해당하는 것이 사회연대기금이나 이익공유일 수 있다. 그리고 ‘E’에 해당하는 환경이다. 우리가 2050년까지 탄소제로를 만들어야 하는데 기업으로서는 매우 버거운 일이다. 그런데 인센티브가 주어진다면 환경을 위한 투자, 탄소저감을 위한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대선 지지율이 하락 중이다. 지지율을 반등시키기 위한 복안이 있는가.

“특별히 무슨 계획을 가지고 인기를 높일 생각은 없다. 제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것뿐이다.”

―이 대표나 이재명 지사 외에 다른 후보가 더 나와서 민주당 대선 레이스의 역동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3후보론’이 나온다.

“좋은 분들이 많이 발굴되고 국민의 판단 기회가 넓어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당 대표 취임 후 호남을 홀대한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기야 하겠나. 우리 당에서 당론으로 정한 법이 3건 있었다. 2건이 5·18법이었다. 나머지 하나는 ‘일하는 국회법’이었다. 그러면 그게 홀대가 아니라는 이야기가 되지 않겠나.”

―올 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을 제기했지만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면서 수용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에 국민들 마음이 많이 갈라져 있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코로나19 이후의 미래를 우리가 성공적으로 개척하려면 국민의 마음을 좀 더 가까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위해 여러 가지 구상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상생연대 3법’도 바로 그런 것이다. 이익을 공유하자, 사회연대기금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사면론도) 그런 (취지의) 일환이었다. 다만, 국민의 공감이 필요하다는 데 전폭적으로 공감한다. 그 이후로도 대통령을 뵙고 전화통화도 했다. (화분을 가리키며) 생일 축하 난도 보내주셨다.”
―이 대표를 정치에 입문시킨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어떤 정치인이었나.

“참 배울 게 너무 많은 분이셨다. 한두 마디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저희가 제일 배우고 싶었던 것은 균형이다. 거의 모든 분야를 충분히 아시고 균형을 취하셨다. 그분의 위대함이 여러 가지 있지만, 그 점이 DJ다움이었다. 균형과 포용.”

―자신을 어떤 정치인으로 평가하나.

“자기 입으로 저는 어떤 사람이다, 라고 내세우는 건 쑥스러운 일이다. 굳이 말하자면 균형과 조화를 취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담=이우승 정치부장
정리=배민영 기자

이낙연 대표는… ●1952년 전남 영광 출생 ●광주제일고 졸업 ●서울대 법학과 졸업 ●16·17·18·19·21대 의원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 ●민주당 원내대표 ●전남지사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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