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곳 없고 일할 사람도 떠났다.. 산업생태계 무너진 지방
대불·삽진, 조선업 20% 가동 멈춰
일자리 찾아 노동자·청년들 떠나니
상권도 붕괴 "지역 대학가 직격탄"
【파이낸셜뉴스 전국종합】 지역경제의 기반인 각 지방 산업단지가 신음하고 있다. 도농복합지역 전북의 기업들은 빚만 늘어나고, 교육도시이자 유서 깊은 대구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빈 점포가 급증하고 있다. 제조업 중심인 전남지역 산단과 울산은 하청업체 중심의 산업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수도권과 비교할수록 체감온도는 더욱 내려간다. 이런 상항에서 정부는 수도권으로 인구를 유인할 정책만 남발하고 있어 지역경제는 더욱 위태로워지고 있다. 지역경제가 완치 불가의 만성질환이 되기 전 지방에서 안정적인 기업활동과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관리는 뒷전…전북지역 산단 한숨
지난 1월 29일 찾은 전북 김제 백산면 지평선 일반산업단지 내 자유무역지역에 위치한 ㈜알룩스. 상용차·승용차 단조(알루미늄 휠) 제조업체인 알룩스는 보유한 공법과 특허가 16개에 이른다. 국내 굴지의 자동차 회사는 물론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고객사가 많아 지난해 4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알룩스는 처음 문을 열 당시 김제 순동 일반산업단지에 입주했지만 부지만 덩그러니 있고 전기와 가스 등이 들어오지 않아 1년가량 고생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분양률만 홍보하다 보니 공무원들도 입주에만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규철 ㈜알룩스 부회장은 "매출이 급성장하면 고용이 필요한데 버스가 다니지 않아 직원 선발이 어려웠다"며 "사업을 30년 넘게 했는데 아직도 은행 문턱이 매우 높다"며 "자금 필요할 때 시설자금·운영자금을 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조성한 산업단지와 농공단지 곳곳이 신음하고 있다.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제조업 침체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자체가 적절한 사업성 검토 없이 산단과 농공단지를 우후죽순으로 조성한 탓이 무엇보다 크다.
■을씨년스러운 대구 대학가
지난 1월 29일과 30일 오후 계명대 주변 상권은 그야말로 오가는 사람 없이 적막함 그 자체였다. 거리마다 임대를 알리는 빈 상가만 즐비하고, 심지어 2층 빼고 모두 임대 중인 건물(4층)도 보였다.
한 상가 업주는 "규모는 작지만 대학가 주변이라 권리금도 비싸게 주고 임대료 역시 꽤 비싸게 지급했다"면서 "손님이 줄었다고 임대료 적게 내는 것은 아니다. 못 버티고 나가시는 분들이 수두룩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대학들이 비대면 강의를 1년간 이어가면서 대학가 유동인구 감소와 매출 감소로 계명대 주변 상권 공실률은 25.6%를 기록, 코로나 사태를 피해가지 못했다. 이런 현상은 대구 도심으로 가속화하고 있다.
■기계 소리 들리지 않는 대불, 삽진산단
전남지역 조선산업의 메카인 영암군 대불산단과 목포시 삽진산단이 기대만큼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29일 오전 10시 대불산단에 들어서자 공장 가동을 알리는 기계음은 들리지 않고 적막함만 가득한 A사가 눈에 띄었다. 출입문은 굳게 닫혔고, 두 곳의 작업장 입구는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었다. 드넓은 야적장에는 녹슨 장비와 잡초만 무성했다. 현재 대불산단 입주기업 300여 곳 중 조선업 관련기업은 270여곳으로 대기업 납품 선박부품을 제조하거나 소형선박을 건조하는데 가동률은 80%에 다소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아산업㈜ 전원식 상무는 "납품단가가 매년 2~3% 하락하는 반면 인건비 및 원자재값 상승으로 지출비용은 늘어 일을 한 만큼 이익이 나기보단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관공서 발주 소형선박 입찰에 보다 많은 지역 중소업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자격을 완화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목포 삽진산단도 사정은 비슷해 50여개 조선업 관련업체 중 8개사가 가동을 멈춘 상태다.
■‘부자도시’ 실상… 계속되는 '탈울산'
울산은 3년째 서울에 1인당 국민소득 1위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여전히 2위를 유지하면서 '부자도시'라는 인식이 여전하다. 그러나 실상은 이와 다르다. 울산은 악화된 지방경제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울산은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대기업 석유화학기업 정규직 근로자들이 울산의 1인당 개인소득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의 하청업체가 대부분인 울산지역 중소기업의 사정은 다르다. 노동자들은 계속 떠나고 청년들까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 부산, 대구 등으로 떠나면서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다. 빈자리는 이주노동자들이 메꿔가고 있다. 노동계는 이에 대해 저임금 저질 일자리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ulsa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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