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는 바닥, 수출만 호황.. 소득격차 더 벌어진 'K자형 양극화' [불균형 커지는 한국경제]

김용훈 2021. 2. 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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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車 중심으로 수출 고공행진
글로벌기관들 올 성장률도 장밋빛
소비와 밀접한 서비스업은 하락세
문화·여행·운수업 생산 특히 최악
거리두기 길어지면서 분배 악화
전통산업·저소득층일수록 피해 커
한국 경제성장률에 대한 눈높이는 상향 조정되고 있지만 부문별 'K자형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제조업 수출은 증가한 반면 민간소비와 밀접한 운수업, 도소매·숙박음식업 등 서비스업 생산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탓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될수록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일자리는 더 줄어 소득분배를 악화시킬 것이란 점이다.

■올해 韓 성장률↑…양극화는 심화

1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주요 투자은행(IB)과 리서치기관 7곳 중 3곳은 1월 26일 한국은행의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 발표 직후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0.1~0.3%포인트 올려 잡았다. 7곳의 주요 기관이 내놓은 올해 한국 GDP 성장률이 2.7~5.0%에 달한다.

이들이 올해 한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수출이다. 실제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는 우리나라 1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4% 증가한 480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월별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10월 -3.8%에서 11월 4.1%로 돌아선 뒤 12월 12.6%에 이어 올해 1월까지 석달 연속 증가했다.

수출이 2개월 연속 두자릿수대 증가한 것은 2017년 8~9월 이후 40개월 만이다. 1월 총수출액 480억1000만달러는 역대 1월 실적 중 두번째로 높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하루 평균 수출액도 6.4% 늘어난 21억3000만달러다. 1월 하루 평균 실적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21억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1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 수출을 견인한 것은 반도체와 자동차다. 반도체 수출은 21.7% 증가해 5개월 연속 두자릿수 증가를 이어갔고 무선통신기기(58.0%), 디스플레이(32.2%)는 각각 16년만에, 10년 만에 최고 증가율을 나타냈다. 자동차 역시 지난해 12월 4.4% 감소에서 1월 40.2% 증가로 돌아서며 2017년 9월 이후 최고 증가율을 보였다.

하지만 민간소비와 밀접한 서비스업은 제조업과의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당장 지난해 연간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제조업 생산은 0.5% 늘었지만, 서비스업 생산은 2.0% 감소했다.

특히 문화·기타서비스업 생산액은 34조8085억원으로 16.5% 줄었고, 여행이 막히면서 운수업도 15.9% 축소됐다. 영업중단을 반복했던 도소매·숙박음식업은 5.8% 쪼그라들었다. 이런 부문별 양극화는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특히 서비스업 생산 감소가 고착화되면서 관련 산업의 고용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거리두기 지속될수록 소득불균형"

서비스업 생산이 후퇴하고 있는 것은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대표적인 지표가 전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다. 지난해 4·4분기 공실률은 12.7%로 2019년 1·4분기 대비 1%포인트 올랐다. 소규모 상가 공실률도 5.6%에서 7.1%로 상승했다. 실제 지난해 월평균 전국 자영업자는 533만1000명으로 2019년 대비 1.3% 감소했다. 취직한 기업의 사업 부진으로 휴직한 일시휴직자는 37만1000명이다. 지난해 전체 일시휴직자는 83만7000명으로 이는 1980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다. 이 탓에 지난해 개인파산은 5만379명으로 2016년 이래 다시 5만명 선을 넘었다.

거리두기가 지속될수록 양극화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코로나19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임금 및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2020년 중 우리나라 잠재 임금손실률은 7.4%로 추정했다. 2020년 3월부터 12월 중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가 5.5개월간, 2단계가 3.5개월간, 2.5단계가 1개월간 시행을 전제로 했다.

소득이 낮을수록 임금손실률이 높았다. 거리두기로 인한 봉쇄조치 시 근무가능지수를 소득분위별로 보면 소득 최하위 20%인 1분위가 0.31인 데 비해 소득 5분위(소득 최상위 20%)는 0.49였다. 지난해 소득불평등과 빈곤도 높아졌다. 지니계수는 0.009포인트 상승했고, 빈곤지수는 6.4%포인트 올랐다.

거리두기 단계가 높을수록 임금손실률도 컸다. 거리두기 1단계가 1개월 시행된다고 가정할 때 손실률은 0.5%였지만 3단계일 경우 2.6%까지 치솟았다. 같은 조건하에 지니계수도 1단계에선 0.0005포인트 상승했지만 3단계에선 0.0025포인트 상승했고, 빈곤지수도 1단계에선 0.13%포인트 상승한 데 비해 3단계에서 3.08%포인트 상승했다. 임채운 서강대 교수는 "산업 측면에서는 비대면서비스업, 바이오, 전기차 등 미래지향적인 산업은 엄청난 호황을 누리고 기존의 대면서비스업, 전통산업은 극심한 불황을 겪는 K자형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며 "개인 간에도 자산과 직업에 따라 빈부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정상균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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