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스톱과 다른데..'공매도 테마' 이유로 셀트리온 이상 급등
■ 동학개미도 '참전' 선언
美와 달리 시총 대비 공매도 비중 작고 상하한가 제한도
反공매 세력 선전 포고 이후 셀트리온 14%나 폭등
비이상적 과열 가능성..변동성 주의, 투자 신중해야
미국 월가의 헤지펀드와 개인 투자자 간 한판 대결, ‘게임스톱’ 사태의 여파가 국내 증시로 점차 옮겨붙고 있다. 미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펀드를 상대로 큰 손실을 입히자 국내 ‘동학 개미’들도 공매도 투자에 대항 전선을 구축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이에 ‘여의도판 공매도 전쟁’의 서막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셀트리온(068270)·에이치엘비(028300) 등 반(反)공매도 투자자들이 핵심으로 꼽은 종목들의 주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사례와 같이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도 기관 등에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제기하지만 한국과 미국의 제도가 달라 일괄적으로 비교하기는 이르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관련 종목의 주가가 큰 폭으로 등락을 오갈 수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게임스톱 데자뷔?···셀트리온·에이치엘비 급등=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일 셀트리온은 전 거래일보다 14.51% 급등한 37만 1,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에이치엘비도 9만 6,500원에 거래를 끝내 모처럼 주가가 전일 대비 7.22%나 뛰었다. 이들 종목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각각 공매도 대차 잔액이 가장 크다는 점에서 공통 분모를 지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셀트리온의 경우 공매도 잔액은 2조 1,460억 원으로 집계된다. 코스피에서 두 번째로 공매도가 많이 남은 넷마블(1,520억 원)보다 월등히 그 규모가 큰 상황이다. 에이치엘비의 공매도 잔액도 3,140억 원에 이른다. 이에 공매도에 저항하겠다고 나선 투자자들은 이들 종목을 대표적으로 꼽으면서 힘을 모으겠다고 알렸다. 개인 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한투연)은 이날 “공매도에 대항한 게임스톱 주주들의 방식을 따라 국내에서도 반(反)공매도 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레딧 월스트리트베츠’의 한국판인 ‘케이스트리트베츠’ 사이트를 만들 것”이라며 “오늘부터 대표적 공매도 피해 기업인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 주주 연대가 연합해 공매도에 맞서 싸울 것을 선언한다”고 했다. 이날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SC의 캐나다 판매 승인 소식을 제외하면 특별한 이슈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매도 논란이 수급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과연 ‘反공매도’ 성공할까=관심은 동학 개미의 성공 여부다. 과거와 달리 ‘스마트 개미’들이 대거 시장으로 유입된 점 등을 토대로 보면 기대해볼 만하다는 평가가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게임스톱 사태는 개인 투자자가 기관투자가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면서 “개인은 끌려다니기만 하는 투자 주체로 인식돼 왔는데 더 이상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사례를 일괄적인 잣대로 끌어와 비교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분석은 여전히 많다. 가령 ‘게임스톱’의 경우 공매도 비중이 시가총액 대비 최고 140%까지 오르며 극단적인 행태를 보였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이보다는 상대적으로 덜하다. 셀트리온의 경우 대차 잔액이 2조 원을 넘지만 시가총액과 비교하면 4.83% 수준이다. 에이치엘비의 대차 잔액 비중은 6.57%로 집계된다. 여기에 한국 시장은 지난해부터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그 규모가 줄었다는 점도 파장을 제한적으로 보는 이유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은 이미 지난해부터 공매도가 금지된 상황에서 기존 공매도 잔액 상위 종목군은 이미 중장기적인 목적으로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며 “손실이 더 늘어난다고 해도 ‘쇼트커버(공매도 세력이 주가가 오르자 주식을 매수해 되갚아야 하는 것)’를 굳이 할 필요성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상·하한가 제한이 없는 미국과 달리 30%선의 규제가 있는 한국은 기관을 상대로 큰 손실을 입히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공매도 제도에서 상환 기간 등이 미국과 다르다는 점도 이런 주장에 힘을 더한다. 이날 주가 역시 외국인과 기관이 끌어올렸다는 점도 다소 차이가 난다. 공매도 투쟁을 알린 이날 개인 투자자들은 셀트리온에 대해 4,386억 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3,525억 원, 1,171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다만 이 경우 외국인이 선제적으로 포지션 변경에 나섰다는 해석도 있다.
◇“변동성 주의, 투자는 신중하게”=전문가들은 게임스톱의 여진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투자에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국에서도 대규모 손실을 입은 헤지펀드들이 공격을 재개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일부 공매도 기관은 이번 사태 이후에도 포지션을 정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게임스톱’ 이슈로 인해 주식시장에 비이성적 과열에 대한 우려가 형성된 것으로 보이며 시장의 단기적인 변동성 확대가 예상된다”며 “이 사태를 토대로 과거 버블 붕괴 사례처럼 진행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연초 시장을 지배했던 위험 자산 선호 심리가 한풀 꺾이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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