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실은 홍콩인 탈출 신경 안 써..본토인으로 대체"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정부가 지난 1월 31일 시작된 영국의 홍콩인에 대한 이민확대 조치에 반발하고 있지만 사실은 '홍콩인의 엑소더스'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해석이 나왔다.
홍콩인들이 빠져나간 자리는 중국 본토인들이 채우면 되고, 특히 본토 엘리트 공산당원들이 대거 홍콩으로 이주해와 홍콩의 정치·사회·경제를 장악하면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중국의 홍콩 직접 통치가 더욱 용이해진다는 얘기다.
중국 관영지 "영국으로의 엑소더스, 본토인들의 입국으로 상쇄"
홍콩 빈과일보는 1일 중국 정부의 속내가 최근 캐리 람 행정장관 자문기구인 행정회의 버나드 찬(陳智思) 의장의 입을 통해 '누설'됐다고 보도했다.
찬 의장이 지난주 불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홍콩인들의 해외 엑소더스는 곧 자격이 잘 갖춰진 중국 본토인들로 상쇄될 것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이는 곧 중국 공산당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빈과일보는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가 찬 의장의 해당 인터뷰를 '홍콩 최고 고문, 영국으로의 어떠한 엑소더스도 본토인들의 입국으로 상쇄할 수 있다고 말해'라는 제목으로 내보낸 것이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빈과일보는 "중국이 신장이나 티베트 소수민족 자치구에 한족을 대거 이주시킴으로써 현지의 인구 구성비를 바꿔버리는 정책을 써왔다"면서 "마카오에 이어 홍콩에도 같은 정책을 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미 (중국 정부로부터) 홍콩어와 번체자 대신 북경어와 간체자 사용에 대한 압력이 강해지고 있으며 홍콩 고유의 문화와 정서에 대한 공격도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누더기가 돼버린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는 중국 공산당의 필요에 따라 경제와 금융 분야에서만 명맥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 중련판 전례없는 물갈이…"시진핑 분노 반영"
빈과일보는 최근 중국 정부가 중국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에 "전례없는 규모와 속도로 개편을 단행"한 것 역시 홍콩을 중국의 지방정부로 만들어 가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홍콩에서 2019년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와 홍콩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실망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을 감독해야할 중련판이 제기능을 못한 것에 분노해 '쓰나미 같은' 개편을 전광석화로 단행했다는 설명이다.
빈과일보는 지금까지 짧은 기간에 중련판 인원 240명이 교체됐으며 이는 전체 인원의 절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련판 간부진에는 1명의 주임과 6명의 부주임, 1명의 비서장, 21명의 부장 등이 포진해있는데, 이번 개편에서 하급간부와 부장급 관리층 간부들이 대거 물갈이됐다고 전했다.
이어 "중련판이든 중국 공산당이든 보통 대규모 개편은 1년여에 걸쳐 진행되며, 단기에 개편이 이뤄질 경우는 소수의 간부만 교체돼온 관행에 비춰 이번 개편은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시 주석의 최대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의 실각 사태 때도 소수의 고위 간부만 교체됐고 하급 간부는 영향이 없었다는 것이다.
"중련판, 홍콩의 중국공산당위원회로 자리매김할 듯"
빈과일보는 중국의 이렇게 서둘러 개편을 단행한 것은 내년 열리는 홍콩 행정장관 선거를 앞두고 중련판의 홍콩 장악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동안은 중국 정부와 홍콩 정부의 연락사무소 기능에 머물던 중련판을 이제는 명실상부 홍콩의 중국공산당위원회로 자리매김하게 해 홍콩 정부 위에 군림케 한다는 계획이라는 얘기다.
빈과일보는 "이렇게 되면 이제 홍콩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이나 코로나19 전수검사 봉쇄 같은 결정을 홍콩 행정장관이 내릴 수 없게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뤄후이닝(駱惠寧) 중련판 주임은 전날 완차이와 침사추이의 경찰본부를 깜짝 방문, 경찰이 반정부 시위 진압에 성공해 국가 안보와 안정에 기여했다고 치하하면서 중국 정부가 경찰을 든든하게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뤄 주임의 경찰본부 방문은 전례없는 일"이라며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후 더 커진 경찰의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고 밝혔다.
이어 "또한 '홍콩과 마카오에 대한 완전한 통치를 견고히 유지한다'는 시 주석의 발언을 이행한 것으로도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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