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면 1억 기부" 이대호의 의지는 확고했다 [캠프 현장]

사직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2021. 2. 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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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롯데 이대호가 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우승을 향한 각오를 밝히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선수 생활 종착역을 향한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롯데 이대호(39)가 오랜 염원이었던 우승을 향해 박차를 가한다.

2021시즌을 준비하는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1일 이대호는 부산 사직구장에서 “2년 안에 꼭 우승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두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던 이대호는 지난달 29일 계약기간 2년 총액 26억원(계약금 8억원, 연봉 8억원, 우승 옵션 매년 1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이번 계약을 통해 은퇴 시기를 2년 뒤로 정한 이대호는 특별한 우승 옵션을 통해 자신의 의지를 드러냈다. 팀 우승시 수령하는 1억원을 지역 불우이웃을 위해 100% 기부하는 조건의 옵션이다. 이대호 측에서 이 내용을 먼저 제시했고 구단 측에서도 흔쾌히 받아들여 성사됐다. 계약 직후 그는 “2년 내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뒤 현역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 뿐”이라고 했다.

이날도 거듭 우승을 향한 의지를 다졌다. 이대호는 “내가 야구를 하면서 줄곧 가지고 있던 꿈이 롯데 우승이었다. 선수로서 우승을 못 하면 팬으로 돌아가서 응원해야할텐데 2년 안에 선수로서 꼭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경남고를 졸업한 뒤 2001년 롯데에 입단한 이대호는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적이 없다.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2014~2015년 2년 연속 일본시리즈를 재패한 경험이 있지만 롯데 소속으로서 이루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그는 최근 출연한 예능프로그램인 ‘정글의 법칙’에서도 이동국의 우승 모자를 보면서 “진짜 우승하고 싶다”는 바람을 표하기도 했다.

단 한번도 올라서지 못한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팀을 최고의 자리로 올려놓는 것이 마지막을 앞둔 이대호의 새로운 목표였다. 그는 “힘이 있을 때 롯데 우승을 시키고 싶다. 앞으로 2년까지는 나에게 그만한 힘이 있다고 생각하고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롯데는 지난 시즌 7위에 머무르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대호는 그 속에서도 희망을 봤다. 그는 “느낌이 좋다. 2019년에는 ‘꼴찌’를 해서 2020시즌을 조금 힘들게 시작했었는데 지난해에는 실패했던 경기들을 돌아봤을 때 분명히 4강 안에 들 수 있는 실력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2년 동안 팀을 위해 자신이 줄 수 있는 모든것을 내놓고 떠날 계획이다. 이대호는 “후배들에게 타격에 대한 모든 것을 전수해주고 싶다. 타석에 들어서는 마음 가짐이나, 안 풀렸을 때 빨리 잊어버리는 멘탈적인 부분도 알려줄 것이다. 실패가 있어야 성공이 있다. 타석에서는 자신감을 가지고 할 수 있는게 필요하다”고 했다.

허문회 롯데 감독은 이번 시즌도 이대호에게 4번 타자를 맡길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이대호를 대신할 만한 인물이 없다. 이대호는 팀의 미래를 위해서 자신을 넘어서는 새로운 4번 타자가 성장하기를 바랐다. 그는 “더 잘 치는 후배들이 올라온다면 우리 팀이 더 강해질 것이다. 내 자리를 치고 올라와서 더 좋은 모습으로 친다면 흐뭇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후계자로 한동희를 꼽으며 “롯데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에는 한동희가 올라와야한다”고 응원하기도 했다.

최근 2시즌 연속 2할대 후반 타율에 머물렀던 이대호는 새 시즌 목표 기록으로 ‘3할-30홈런-100타점’을 내세웠다. 그는 “타자가 달성할 수 있는 노력의 산물이다. 어렸을 때부터 매 시즌 가진 목표”라고 초심을 다시 떠올렸다. 주된 수비 포지션인 1루수로도 얼마든지 나갈 수 있을 정도로 준비를 했다. 그는 “144경기에서 모두 1루수로 나가는 걸 목표로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 뿐만 아니라 선수단 모두의 분발을 촉구했다. 이대호는 “한국시리즈 우승은 개개인의 실력이 뛰어나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같이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개인 기량이 올라가야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대호의 ‘우승 옵션’은 선수단을 하나로 모으는 계기가 됐다. 허 감독은 “선수들에게도 메시지가 전달됐다고 생각한다. 꿈이 목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주장 전준우도 “우리가 그전에는 우승이라는 단어를 말해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이대호 형의 말로 선수들에게도 목표가 생겼다”고 했다.

사직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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