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골든타임' 놓쳤나..'모기기피제 교사' 구속영장 반려
검찰은 A씨에게 적용된 혐의(아동학대, 특수상해미수)와 아이들의 건강 악화에 대한 추가적인 입증이 필요하단 입장입니다. 피해 학부모들은 "수사 초기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답답해 하고 있습니다.
◆"혐의입증 예상외로 어려운 사건"
경찰은 이번 사건의 수사 난도가 매우 높다고 주장합니다. "구속영장을 칠 수 있었으면 벌써 쳤을 것"이라 했습니다. 직접 증거가 거의 남아있지 않고, 전관 변호사를 선임한 A씨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A씨가 한 일과 17명의 피해 아동들의 건강악화(두드러기 증상, 알레르기 증상)간의 인과관계 입증이 쉽지 않다고 봤습니다. 최근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난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핵심도 가습기 살균제와 피해자들이 겪는 질병간의 '인과관계 입증'이었습니다.
경찰은 A씨가 아이들의 급식과 동료 교사들의 물통 등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가루와 액체를 뿌리는 CCTV를 확보한 상태입니다. 교무실에 있는 이 교사의 책상에서 발견된 약통을 국과수에 의뢰해 모기기피제와 계면활성제 성분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뿌린 건) 물과 생강가루, 자일리톨이었다"는 A씨의 주장을 반박하긴 쉽지 않습니다. 아동학대 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 출신의 오선희 변호사(법무법인 혜명)는 "이 사건은 증거가 많지 않아 피의자의 거짓말을 하나하나 다 거꾸로 밝혀내야 하는 매우 어려운 사건"이라 말했습니다. 오 변호사는 "실제 A씨가 자일리톨이나 생강가루를 구매한 내역이 있는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피해 아동 학부모 B씨는 "경찰이 1일 피해 아동들의 피검사와 소변검사 자료를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A씨 사건이 드러난 뒤 피해 아동들은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경찰이 그 자료를 요청한 겁니다. 이 역시 검찰의 보완수사 요청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A씨의 이상한 행동이 드러난 건 A씨가 지난해 11월 13일 유치원에 근무하는 한 선생님의 텀블러를 훔쳤다는 의혹을 받은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이때도 A씨는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피해를 주장한 교사가 CCTV를 확인하다가 A씨가 아이들의 급식에 알 수 없는 액체와 가루를 넣는 장면을 확인했습니다. 유치원은 이후 학부모들을 소집해 이 사실을 알렸고, A씨는 이틀 뒤 경찰 조사를 받게 됩니다.
문제는 A씨가 경찰 조사를 받은 날인 16일과 그 다음날인 17일에도 유치원에 출근했다는 겁니다. 학부모들이 유치원의 관리 소홀을 지적하는 부분입니다. A씨는 17일에도 출근해 아이들에게 불명의 가루를 묻힌 초콜릿을 먹였습니다. 그 피해 아동들은 발달 장애나 건강 문제로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특수아동이었습니다.
한 피해 아동 학부모는 JTBC에 "경찰 수사를 받은 A씨를 출근시켰다는 것이 너무 화가난다. 최소 17일 피해는 막을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학부모들은 이 기간에 증거인멸이 이뤄졌을 것으로 의심합니다. 수사의 골든타임이었다는 겁니다.
경찰 역시 A씨의 증거인멸 정황을 수사 중입니다. 이 기간에 A씨가 에코백 등에 무언가를 담아 옮기는 장면이 CCTV에 포착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 무엇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A씨는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서도 완강히 부인하고 있습니다. "A씨가 꽤 쎈 전관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경찰이 수사 초기에 바로 압수수색으로 증거를 일찍 확보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입니다.
피해 아동들의 국선 변호인인 김아영 변호사는 지난 22일 A씨의 구속 필요성을 밝힌 의견서를 경찰에 제출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A씨가 경찰 수사를 받은 다음 날에도 범행을 저질러 재범의 가능성이 있는 점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의심되는 점 ▶피해 아동들에게 보복할 우려가 있는 점 ▶피해 아동들이 건강 이상 증상을 호소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구속의 필요성을 밝혔습니다.
부장판사 출신인 도진기 변호사는 "이 사건은 아동 건강에 위험이 초래된 매우 중대한 사건"이라며 "A씨의 범죄 혐의를 경찰이 얼만큼 소명하느냐에 따라 구속 여부가 가려질 것"이라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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