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차일까? OS 확장일까?..애플카 두 가지 시나리오
(지디넷코리아=조재환 기자)지난달 18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 유튜브 채널에 팀 쿡 애플 CEO가 등장했다. 애플이 현대자동차나 기아와 협력해서 애플카를 생산할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했을 때다.
크리스 월러스 폭스뉴스 앵커는 ‘애플 향후 계획’에 대해 질문했고 팀 쿡은 “계속해서 세계 최고 제품을 만들겠다”고 답했다. 앵커가 “향후 계획에 애플카도 포함되느냐”고 묻자 팀 쿡은 한바탕 웃더니 “루머에 답하지 않는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애플카 궁금증이 풀리려나 했지만 팀 쿡은 교묘하게 피해갔다.
애플카 실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애플카 이슈가 터졌을 때 현대차나 기아의 조회 공시에는 ‘애플’이라는 기업은 등장하지 않았다. 애플도 특정 자동차 업체와 협업한다고 공식 확인한 적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애플이 자동차 시장 진출을 위해 인재 영입에 굉장한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 업계에서 두각을 보인 인재가 해마다 애플로 이직하고 있다. 사람은 실체 없는 애플카 프로젝트를 끼워 맞춰 줄 가장 확실한 퍼즐인 셈이다.
애플의 인재 채용을 보면 애플카 미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자동차를 직접 만들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거나, 자동차 업체와 협력해 새로운 차원의 자동차용 운용체계(OS)를 만드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애플은 어떤 자동차 전문 인력을 데려왔나
애플카와 관련한 애플의 인력 채용 상황은 애플 전문매체 맥루머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언제 어떤 어떤 자동차 전문 인력이 애플로 이직했는지 한 눈에 보여준다.
애플은 2019년부터 테슬라 출신 인력을 끌어모으는데 공을 들였다.
스티브 맥마너스 애플 선임 디렉터가 대표적이다. 맥마너스는 2019년 7월 애플로 이직해 1년 7개월 이상 재직하고 있다. 그는 2015년 5월부터 2019년 6월까지 4년 동안 테슬라에서 엔지니어링 분야 부사장을 맡았다. 이전에는 애스턴마틴과 벤틀리 등에서 재직했다. 애스턴마틴에서는 차량 외관과 내관 차체를 담당하는 선임 엔지니어 역할을 하기도 했다.
애플의 이 같은 채용은 차량을 직접 설계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맥마너스가 3곳 이상의 자동차 업체에서 엔지니어링 분야를 담당한 만큼 미래형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애플의 계획에 맞는 인재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맥마너스는 자신의 링크드인에서 애플 근무 사실은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를 맡고 있는지 언급하지 않았다. 애플카의 전반적인 현황이 여전히 베일 속에 가려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조나단 시브 애플 디렉터도 주목받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시브는 링크드인에서 독일과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 20여 년 높은 수준의 기술 엔지니어 역할을 수행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브는 2017년 5월부터 2012년 2월까지 BMW 그룹 내에서 인테리어 디자인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이후 테슬라로 자리를 옮겨 6년 4개월 동안 차량 융합 등 다양한 분야 엔지니어 업무를 수행했다.
시브는 2018년 8월부터 2년간 구글 자율주행 별도 법인 웨이모에서 차량 엔지니어링 매니저를 거쳐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애플에서 근무하고 있다.
시브의 경험을 종합해보면, 애플은 구글 웨이모와 경쟁을 펼칠 새로운 자율주행 기술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 업계와 정보기술(IT) 업계 등을 고르게 경험한 시브가 아직 비밀로 유지 중인 애플카의 심장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인으로 알려진 앤드류 김도 애플카 프로젝트 운영에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인물이다.
앤드류 김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테슬라 등에서 디자인 경력을 쌓았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MS에서 홀로렌즈 분야 디자인을 맡았고,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테슬라에서 모델 3, 모델 Y 등 핵심 차종을 디자인하는 선임 매니저 역할을 맡았다. 앤드류 김은 2018년 12월 애플에 입사해 현재까지 재직하고 있다.
이외에도 애플은 인도 타타모터스·블랙베리·폭스바겐·엔비디아·포드·보쉬 등 다양한 분야 인력을 채용했다. 특정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인력을 끌어모으려는 애플의 인력 채용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첫 번째 시나리오...셔틀이 될까 자가용이 될까
전반적인 인력 채용 현황을 보면 애플은 차별화한 자율주행차 솔루션을 내놓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자율주행이 제대로 된 애플카를 만들기 위한 첫 번째 미래 시나리오로 점쳐지는 이유다.
그렇다면 애플은 어떤 형태의 자율주행차를 만들어낼까. 다수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셔틀 형태 자율주행차나, 프리미엄 형태의 자가용 자율주행차 등 두 가지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후자에 가까운 사업 구상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애플카 전용 자율주행 칩 개발을 위해 대만 반도체 업체 TSMC와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글로벌 반도체 업체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협력해 하이브리드 자동차 컨버터와 충전기에 사용될 질화갈륨(GaN) 기술을 추가로 개발하고 있다.
애플이 보이는 일련의 움직임은 테슬라와 유사하다. 애플은 현재 정기적으로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를 통해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개선하고 있다. 끊임없는 자율주행 데이터를 확보해 그 결과를 SW 업데이트와 연동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애플이 테슬라와 유사한 차량을 내놓으려면 첫 번째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공장 건설이다. 안전을 최고 가치로 따지는 자동차 제작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향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위탁생산 방식에 익숙하다. 아이폰을 자체 생산이 아닌 대만 폭스콘에 위탁생산하는 것을 보면 애플이 직접 자동차를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해진다.
올해 들어 애플이 현대차그룹과 협업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 것도 아이폰 전략을 통해 본 애플의 행보 때문으로 풀이된다.
애플카 대량 생산이 현실화할 수 없다면 자율주행 셔틀 서비스를 직접 도입하는 것도 추측해볼 수 있다. 적은 비용으로 다수의 이동성을 보장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에서는 웨이모 등 다수 업체가 자율주행차를 활용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엔 모빌리티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든든한 파트너가 있다. 중국판 우버로 알려진 디디추싱이다.
디디추싱은 2016년 애플이 10억달러(약 1조2천억원)를 투자했다. 애플의 대규모 투자를 받은 디디추싱은 자율주행 모빌리티 기술 개발에 나서 2019년 중국 상하이에서 자율주행 시범 운행 허가를 받았다.
최근 디디추싱은 약 15억달러 규모 화물운송 사업 투자를 유치하는 등 자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승차 공유와 카풀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서비스가 상하이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대되면 애플은 이 네트워크를 활용한 자율주행 셔틀 개발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좋은 사이를 유지해왔던 BMW와의 관계 강화도 애플카 강화에 좋은 좋은 조건이 될 수 있다. 전기차 최적의 경로를 알려주기 위한 애플 지도 기술이 앞으로 출시될 BMW 전기차에 탑재되고 아이폰으로 차량 도어를 열 수 있는 ‘디지털 키’를 서로 개발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아이폰 없어도 쓸 수 있는 카플레이 나올까
애플은 자율주행과 관련한 인력을 끌어모으고 있는 상황이지만 해당 사업 자체가 현실화하지 못 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사업 자체에 불확실성이 강하다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카플레이’ 범위 확대가 두 번째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카플레이는 애플 아이폰 iOS와 연동된다. 아이폰을 USB나 블루투스로 차량과 연동하면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에 애플의 상징적인 스마트폰 인터페이스가 나타나는 구조다. 초기에는 차량 내부 음악 콘텐츠를 즐기는 용도였지만, 지금은 T맵·카카오내비·네이버 지도 등 다양한 내비게이션 앱이 추가돼 경로 안내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카플레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인터페이스가 개선됐다. 특히 차량 지도와 음악 콘텐츠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멀티태스킹 기능도 추가됐다. 가로형 와이드 디스플레이와 세로형 디스플레이 장착 차량과 함께 쓸 수 있다는 점도 카플레이의 장점 가운데 하나다.
카플레이는 반드시 아이폰을 활용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현재로선 안드로이드폰 사용자의 카플레이 활용은 불가능하다. 애플 스스로 아이폰 없이 활용할 수 있는 차량용 OS를 개발해야 더욱 많은 사람이 손쉽게 카플레이 등을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접근 방식이 가능하다면, 애플카의 정의는 단순한 프리미엄 자율주행차를 넘어 대중적인 브랜드로 확대될 수 있다. 애플카를 단순하게 하나의 하드웨어(HW)로 보기 보다는 SW로 확대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뜻이다.
애플은 카플레이를 ‘궁극의 드라이빙 파트너’로 소개하고 있지만, 아직 카플레이가 구현할 수 있는 범위는 내비게이션과 음악 콘텐츠 등이 전부다. 음성인식은 시리만 가능하고 iOS 메시지앱을 통한 문자 송수신만 가능하다. 카카오톡 등 외부 앱의 카플레이 연동은 불가능하다.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경로 안내 기능은 BMW 신차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연동하는 등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애플은 아직 카플레이의 헤드업 디스플레이 연동 기능이 없다. 카플레이 스스로 극복해야 할 한계가 많다.
애플카 개발 방향성은 이달 8일 이후 더욱 구체화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8일 이후에 애플카 협업에 대한 언론보도 등을 해명할 수 있는 조회 공시를 발표할 예정이다.
조재환 기자(jaehwan.cho@zdnet.co.kr)
Copyright © 지디넷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애플은 애플카를 만들지 않을 수 없다
- '애플카 탑재說' LFP에…삼성·LG "단점 많은 배터리"
- [핫문쿨답] 현대기아차-애플카 협업 "기회vs위기"...1000명의 선택은?
- [조재환의 카테크] ‘카플레이’ 한계 넘어야 제대로 된 애플카 나온다
- 또 하나의 유령, 애플카가 배회하고 있다
- 삼성전자, 다시 뛴다...HBM3E 개선하고 TSMC와 협력
- 걷기 돕고 집에선 말벗까지…'1인 1로봇' 시대 왔다
- 현대차 '올곧은 신념'이 만든 수소차, 이젠 퍼스트무버 됐다
- ‘위고비’ 출시 2주만에 가격경쟁·오남용 속출…관리 방안은 부재
- [유미's 픽] "AI 흐름 쫓는 것도 벅찬데"…'유통 맞수' 롯데-신세계, SI 수장 공석에 '한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