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일하러 나선 길이 마지막이 될 줄은..일용직 노동자 참사

최승현·이삭 기자 2021. 2. 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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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영덕고속도 승합차 전복 사고 '7명 사망·5명 부상'

[경향신문]

세종시 당진~영덕고속도로 당진 방향 남세종 나들목에서 1일 일용직 건설노동자 등 12명을 태운 스타렉스 승합차가 넘어지면서 7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12명 정원 꽉 채운 승합차
세종서 남원 건설현장 가다
기상악화로 회귀 중 참변
사상자 중 10명은 중국 동포
운전자 빼곤 안전벨트 안 해

1일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타고 있던 승합차가 당진~영덕고속도로에서 전복돼 7명이 숨지고,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른 새벽 정원 수대로 채워 앉아 비좁은 차 안에서 쪽잠을 청하며 멀리 떨어진 일터를 오가던 ‘고행길’에 빚어진 참사였다. 이번 사고는 국내 건설 현장의 일손 부족을 이주노동자들이 메우고 있는 현실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날 오전 8시21분쯤 대전 유성구와 세종 금남면 경계인 당진~영덕고속도로 당진 방향 남세종 나들목(당진 기점 85㎞ 지점)에서 12명이 타고 있던 스타렉스 승합차가 전복돼 최모씨(47)와 중국 동포(조선족) 6명 등 7명이 숨졌다. 운전자 김모씨(46)와 중국 동포 4명 등 5명은 중경상을 입어 대전지역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현장은 참혹했다. 승합차 본체 상단은 종잇장처럼 구겨졌고, 바퀴가 하늘로 향한 채 전복된 차 내부에는 노동자들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과 119구조대원들은 “부상자 대부분도 의식을 잃어 신음 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들은 승합차를 타고 전북 남원의 공사현장으로 가기 위해 이날 오전 4시51분 남세종 나들목을 거쳐 오전 5시51분쯤 순천완주고속도로 오수 나들목으로 진입했다. 이들은 비가 내리는 등 기상악화로 일을 하지 못하게 되자 세종시 연서면의 숙소로 돌아오기 위해 오전 7시30분 오수 나들목을 통과해 약 50분 후 남세종 나들목으로 진입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한국도로공사 확인 결과, 이들을 태운 승합차는 고속도로를 오가는 동안 평균 시속 106~120㎞로 주행했다. 승합차는 남세종 나들목 직전에 앞차를 추월해 휘어진 길을 돌다가 도로변 왼쪽에 설치돼 있던 하이패스 안내 표지판 기둥과 부딪친 후 무게 중심을 잃어 전복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현장은 새벽에 내린 비 때문에 노면 일부가 젖은 상태였다. 도로공사 측은 “남세종 나들목 램프(곡선) 구간 제한속도는 시속 40㎞인데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이 속도를 초과해 진출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운전자를 제외한 탑승자 대부분이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아 사상자가 많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차량은 12인승으로 정원 초과는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처럼 많은 인원이 탑승할 경우 비좁은 공간으로 인해 피로도가 높아져 사고 발생 시 부상을 당할 가능성이 커진다.

전복된 승합차의 탑승자 12명 중 10명은 중국 동포다. 현재 국내 이주노동자는 100만여명에 달한다. 대부분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건설·제조업 등 3D업종이나 고령화로 인한 일손 부족 문제에 직면한 농촌지역에서 주로 일하고 있다. 한 외국인 노동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경기가 위축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자 작은 규모의 회사나 인력사무소, 개인 모집책 등을 통해 먼 거리까지 원정을 다니며 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장거리 이동 시 사고 위험도 높아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세종경찰청은 이날 전담수사반을 구성해 직접 수사를 지휘하고, 도로교통공단과 합동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나들목을 빠져나가던 승합차가 속도를 줄이지 못한 상태로 도로변 시설물을 들이받고 전복된 것으로 보인다”며 “CCTV 녹화 영상과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현·이삭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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