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탐욕에 눈 먼 '월스트리트 울프'의 생존법

서민우 기자 2021. 2. 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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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병문 국제부장
공매도 세력 게임스톡 사태서 몰매
월가 탐욕·부도덕으로 공격 받지만
힘부친 개미 매도→주가 폭락때까지
월가 생존법 양보없는 버티기 할 것
[서울경제]

“정말로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다시 떨어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게임스톡 주식의 거래는 합리적인 판단이나 기업 실적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최근 월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희대의 게임스톱 주가 급등 사태에 대한 조던 벨포트의 경고다. 벨포트는 지난 2013년에 개봉된 마틴 스코세이지의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원작자다. 월가의 악동으로 명성을 날렸던 그는 증권 사기와 돈세탁 혐의로 미 연방수사국(FBI) 수사 대상에 올라 체포된 후 유죄를 선고받아 22개월의 실형을 살았다. 2005년 석방된 뒤 자신의 증권 사기 경험을 생생하게 곁들인 강연과 저술 활동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그의 책을 바탕으로 명장 스코세이지 감독이 만든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가 큰 히트를 하면서 주목받았던 벨포트는 한동안 언론에서 사라졌다가 게임스톱 사태를 계기로 금융시장 평론가로 뉴스 화면에 다시 등장했다. 월가의 전형적 공매도 투자자이기도 했던 그가 이번에는 게임스톱 공매도 세력을 겨냥해 공격적인 매수에 나선 개미 투자자들에게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배경은 1987년 전후의 뉴욕 월가다. 벨포트가 천신만고 끝에 주식 중개인으로 첫 출발을 한 그날은 대폭락장으로 유명한 10월 19일 ‘블랙 먼데이’였다. 곧바로 실업자로 전락한 그는 탁월한 화술을 바탕으로 친구들을 끌어모아 직접 주식 중개 회사를 차린다. 그가 일확천금을 벌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올바른 게임의 룰이 아닌 불법과 탈법을 오가는 영업 전략이었다.

사기 거래와 공매도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 그는 당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던 신발 브랜드 ‘스티브 매든’의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불법 차명으로 보유했던 80%가량의 스티브 매든 주식으로 거액을 챙긴 그는 FBI 수사망의 타깃이 된다. 벨포트는 이 문제로 월가에 충격파가 미칠 것을 부담스러워한 미 증권 당국으로부터 은밀한 제안을 받는다. 그가 창업한 ‘스트래턴 오크몬트’의 경영권을 내놓는 대신 죄를 경감받게 해주겠다는 것. 하지만 약물과 탐욕, 순간적 감성에 취한 그는 이를 거절하고 버티기에 나서다 결국 사법 당국의 단죄를 받아 파멸한다. 탐욕에 가득 찼던 그가 선택한 생존법은 순순히 자신의 과오를 인정한 뒤 합리적인 협상을 벌이는 길 대신 극한의 순간까지 버텨 위기를 넘기겠다는 비합리적 결정이었다.

월가는 물론 전 세계 금융가가 주목하는 이번 게임스톱 사태를 놓고 시장에서는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게임스톱 사태가 투자 민주화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고 일각에서는 2011년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가 10년 만에 재현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당시 시위대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촉발한 빈부 격차 이슈를 성토하면서 탐욕과 부도덕으로 가득 찼던 월가의 늑대들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시장은 이번 게임스톡 사태에서 몰매를 맞고 있는 공매도 세력이 과거 벨포트와 마찬가지로 양보 없는 버티기 생존법을 고수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CNBC와 같은 미국 경제 매체는 게임스톱 공매도 세력의 공매도 잔량이 최근 위기 상황에도 8% 정도 줄어드는 데 그쳤다고 분석했다. 대다수 공매도 세력은 힘에 부친 개인 투자자들이 결국은 주식 매도에 나서 게임스톱 주가가 폭락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게임스톱 공매도를 부추겼던 시트론리서치의 앤드루 레프트 대표는 최근 이렇게 고백했다. “20년 전 나는 월가와 여러 금융 사기로부터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고 기득권에 저항하기 위해 시트론을 시작했지만 어느새 우리가 기득권이 돼버렸다.” 기득권에 대한 저항을 발판으로 주목받으며 성장한 월가의 ‘386’이 어느새 탐욕에 가득 찬 기득권이 돼버린 자신의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있다는 점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hbm@sedaily.com

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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