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습지에서 인간은 단지 객이었다. [정동길 옆 사진관]
[경향신문]
1일 아침 순천만습지에는 짙은 안개 속에 비가 내렸다. 안개가 순식간에 걷히자, 새들이 분주하게 날았다.
드넓게 펼쳐진 갈대 숲 사이로 난 물 위로 흰뺨검둥오리와 청둥오리들이 내려앉아 먹이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궂은 날씨에 인적이 드물었던 아침 시간은 온전히 자연의 시간이었다.
순천만 공기 속을 떠다니는 소리의 절반은 농경지에서 먹이를 구하는 흑두루미 무리의 소리였다. 이곳에서 가장 대접을 받는 철새 중 하나다. 그런 이유로 개체수가 많이 늘었다.
순천만습지는 저물녘 풍광을 빼놓을 수 없다. 휴일이던 전날(1월 31일) 용산전망대에는 탐방객들이 꽤 오갔다.
물이 빠져 S자 물길이 드러나고, 그 위로 구름 사이에서 잠깐 나온 붉은 해가 드리워졌다. “참 좋다”를 연발하는 이들이 일제히 휴대폰을 들었다. 모두가 사진작가가 되는 시간이다.
인공적으로 조성해 놓은 것 같은 자연 그대로의 원형 갈대 군락과 멀리 보이는 솔섬도 인상적이다.
어둠이 내리자 인근에서 먹이활동을 하던 흑두루미 무리 등이 쉬기 위해 갯벌과 갈대 군락으로 돌아왔다. 이 과정을 지켜보는 내내 경외감이 일었다.
순천만을 포함한 서남해안 갯벌은 세계 5대 연안습지다. 그 중 순천만은 2006년도에 람사르에 등록됐다. 순천만습지는 멸종위기종·천연기념물과 희귀종 등 수많은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의 보고다.
2월 2일은 세계 습지의 날이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탄소 먹는 하마’ 습지의 역할이 여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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