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습지에서 인간은 단지 객이었다. [정동길 옆 사진관]

강윤중 기자 2021. 2. 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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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린 전남 순천시 순천만습지 위로 흑두루미들이 잠을 청하기 위해 내려앉고 있다. /강윤중 기자


1일 아침 순천만습지에는 짙은 안개 속에 비가 내렸다. 안개가 순식간에 걷히자, 새들이 분주하게 날았다.

드넓게 펼쳐진 갈대 숲 사이로 난 물 위로 흰뺨검둥오리와 청둥오리들이 내려앉아 먹이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흰뺨검둥오리들의 아침 군무. /강윤중 기자
흰뺨검둥오리와 청둥오리 등이 전남 순천시 순천만습지에 까맣게 내려앉아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궂은 날씨에 인적이 드물었던 아침 시간은 온전히 자연의 시간이었다.

순천만 공기 속을 떠다니는 소리의 절반은 농경지에서 먹이를 구하는 흑두루미 무리의 소리였다. 이곳에서 가장 대접을 받는 철새 중 하나다. 그런 이유로 개체수가 많이 늘었다.

천연기념물 제228호인 흑두루미들이 먹이활동을 하기 위해 전남 순천시 순천만습지의 농경지로 내려앉고 있다. /강윤중 기자
순천만습지 옆 농경지에 내려앉는 흑두루미/강윤중 기자


순천만습지는 저물녘 풍광을 빼놓을 수 없다. 휴일이던 전날(1월 31일) 용산전망대에는 탐방객들이 꽤 오갔다.

물이 빠져 S자 물길이 드러나고, 그 위로 구름 사이에서 잠깐 나온 붉은 해가 드리워졌다. “참 좋다”를 연발하는 이들이 일제히 휴대폰을 들었다. 모두가 사진작가가 되는 시간이다.

물이 빠진 순천만 갯벌에 S자 물길이 드러나 있다. /강윤중 기자
작은 배가 금빛 물살을 가른다. /강윤중 기자
물길에 저물녘의 붉은 해가 빠진다. /강윤중 기자


인공적으로 조성해 놓은 것 같은 자연 그대로의 원형 갈대 군락과 멀리 보이는 솔섬도 인상적이다.

원형 갈대 군락은 습지의 멋을 더한다. /강윤중 기자
전망대에서 보이는 솔섬. /강윤중 기자


어둠이 내리자 인근에서 먹이활동을 하던 흑두루미 무리 등이 쉬기 위해 갯벌과 갈대 군락으로 돌아왔다. 이 과정을 지켜보는 내내 경외감이 일었다.

저물녘 갯벌로 돌아오는 철새들. /강윤중 기자
갯벌로 돌아오는 흑두루미. /강윤중 기자
쉬기 위해 갯벌로 돌아오는 흑두루미 무리. /강윤중 기자


순천만을 포함한 서남해안 갯벌은 세계 5대 연안습지다. 그 중 순천만은 2006년도에 람사르에 등록됐다. 순천만습지는 멸종위기종·천연기념물과 희귀종 등 수많은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의 보고다.

2월 2일은 세계 습지의 날이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탄소 먹는 하마’ 습지의 역할이 여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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