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은 왜 '위선자'라고 비난받을까

장슬기 기자 2021. 2. 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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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권위·소통 강조, 정책개발비로 비정규직·장시간노동 간담회 열어…과연 누굴 위한 진보정치였나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정의당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답게'를 모토로 내걸었다.

시민과 지지자들은 이를 이렇게 받아들였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정의당은 기존 정당들과 별 다를 바 없이 자신들의 정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여의도정치'에 머물렀다는 걸 인정하고 낮은 자세로 서민들 삶 속에 뛰어들겠다는 신호로. 지난해 하반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를 강하게 주장한 모습은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국회 개원 1년도 되지 않아 비정규직 문제가 터졌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실에서 면직된 전직 비서가 부당해고를 주장했고, 장시간 노동이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당내에서 해결하지 못한 채 언론에 알려졌다는 점과 함께 류 의원이 정의당 비례대표 1번, 즉 지난 총선 정의당의 상징이었다는 점에서 정의당도 부당해고 사건의 공동책임자다.

류 의원 측은 지난달 29일 면직을 통보하는 과정에서 절차상 실수가 있었지만 그 후 합의해 가는 과정이 있었고 오해는 풀었다고 했다. 전직 비서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당해고를 재차 주장하며 당 징계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류 의원 측은 해명과정에서 해당 비서의 '성향'을 언급했다. 해명이 명확하지 않은 채 숨는 모습, 그 자체로 류 의원의 잘못은 명백하다.

류 의원을 향해 위선적이라는 여론이 나오는 이유는 노동 의제를 정치 아이템으로 만 소비한 게 아니냐는 비판과 연결돼 있다. 미디어오늘이 국회사무처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입수한 자료를 보면 류 의원실은 지난해 8월25일 '장시간 노동 유발, 노동자 건강권 침해하는 포괄임금제 폐지를 위한 정책간담회' 명목으로 2만9700원을 집행했다. 정작 전직 비서는 전날 밤 12시에 퇴근하고도 다음날 아침 7시에 출근을 요구받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18일에는 '석탄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간담회' 명목으로 2만9140원을 집행했고 같은달 23일 '한전 전기원 노동자 노동안전 관련 현장방문' 명목으로 10만5550원을 썼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28일 국회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본청으로 들어서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을 보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공동취재사진

석탄화력발전소 비정규직은 고 김용균씨로 대표되는 '위험의 외주화' 이슈다. 류 의원은 이 같은 행보와 함께 김용균 노동자 복장을 하고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 10월28일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김용균씨 복장을 하고 “김용균 노동자를 기억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류 의원실은 지난해 10월30일 '국회 정보기기 유지보수 및 콜센터 노동자 간담회'를 이유로 2만9700원을 집행했다. 류 의원은 국회사무처가 원청이며 외주업체에 소속된 국회 전산노동자 비정규직 문제를 지적하며 “가장 가까이 있는 이들의 호소를 이제야 듣게 돼 부끄러웠다”고 했다. 문제는 더 가까이에서 자신의 보좌진 역시 말 한마디에 생계가 휘청이는 비정규직이란 사실이다. 흔히 국회에선 보좌진을 파리목숨으로 표현한다.

▲ 류호정 정의당 의원실 주최로 지난해 10월30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보기기 유지보수 및 콜센터 노동자 간담회 모습. 사진=류호정 의원실

최근 국회의원들은 보좌진을 면직할 때 다른 의원실로 소개하거나 적어도 다른 일자리를 얻을 시간을 준다. 한 여당 의원실 보좌진도 21대 국회 들어 세 번 의원실을 옮겼고 이직과정이 순조롭기만 하지 않았지만 전혀 공론화되지 않고 여전히 의원실에서 일하고 있다.

진보정당이라면 보좌진 처우개선 제도까지 만들진 못했더라도 적어도 이런 논란은 만들지 말았어야 한다는 게 여론의 눈높이라고 볼 수 있다. 류 의원 전직 비서의 경우 세 아이의 엄마로서 다른 일자리를 얻을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류 의원은 자신의 소통능력을 보여준다며 의원실에서 서로 닉네임을 부르고 딱딱하게 '의원님' '보좌관님' 등으로 부르지 않는다고 했다. 자유로운 복장 등으로 탈권위적인 모습도 자랑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류 의원 측이 인정한 내용만 보더라도 면직 과정에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일각에선 부당해고를 주장하는 전 비서의 목소리와 류 의원 측 해명에서 흔히 봐왔던 갈등 사업장의 노사 입장이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경우 사건의 실체는 어떤 모습에 가까운지, 정의당과 같은 진보정당을 표방하는 정당이 누구의 편에 서서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는 정의당 스스로가 더 잘 알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1일 “류 의원실 전 비서 면직 문제와 관련해 당 지도부가 어제(지난달 31일) 당사자와 긴급면담을 진행했다”고 했다.

당사자의 입장을 들었다면서도 메시지는 모호했다. 정 수석대변인은 “앞으로 당사자와 해당 의원실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명확히 진행할 것이며 억울한 경우가 없도록 해결방안을 책임있게 마련해 나갈 것”이라며 오히려 “사실관계에 기초하지 않은 추측성 발언이 확산돼 당사자와 해당 의원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류 의원은 원내수석부대표이자 원내대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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