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업 정규직이 건보에 '직고용' 압박..청년 "이게 공정이냐" 또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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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질 게 터졌다."
전문가들은 건보공단 고객센터 직원은 사기업의 '정규직 직원'이란 점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의 취지에서 벗어나고 사기업에 직원 유출을 강제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건보공단 입직을 4년째 준비하고 있는 취업준비생이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건강보험공단의 공정한 채용 절차를 무시하며 사기업 정규직 직원이 직고용을 요구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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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민간 위탁업체 전환 의무 없어"..명분·비용 모두 부담
취준생 "정규직이 他회사 직고용 요구하는 것이 말이 되나"
“터질 게 터졌다.”
1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조합원 940명이 파업에 들어간 것을 두고 노동계 안팎에서 나온 평가다. 파업을 벌인 940여 명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민간 위탁업체 소속으로, 현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공단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작년 6월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 이후 정규직 전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면서 한동안 정규직화 요구가 잠잠했다. 하지만 직고용을 원하는 수요는 여전히 많았기에 그간 억눌렸던 목소리가 터져나온 것이란 평가다.
전문가들은 건보공단 고객센터 직원은 사기업의 ‘정규직 직원’이란 점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의 취지에서 벗어나고 사기업에 직원 유출을 강제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가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를 겪고도 민간 위탁업체의 직고용 문제에 대한 명확한 지침 없이 방치한 탓에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건보공단 콜센터 “우리도 직고용해달라”
건보공단의 위탁을 받아 건보 관련 문의·상담 서비스를 하는 고객센터 직원들은 2019년 말부터 ‘공공기관 직접 고용’을 요구해왔다. 고객센터와 공단 간 협업 업무가 많은 데다 가입자 개인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보안 차원에서도 직고용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 등 다른 공공기관은 2019년 고객센터 직원들을 직고용했는데 “왜 우리만 안 되느냐”는 여론도 많았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직고용은 어렵다”고 선을 그어왔다. 우선 공공기관 소속 기간제 근로자와 같은 비정규직은 명백한 정규직 전환 대상이지만 민간 위탁업체는 전환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정규직화 정책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도 “민간 위탁업체 직고용 문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경영상 어려움도 컸다. 고객센터 전체 직원은 1623명에 이르러 건보공단 전체 임직원(1만6240명)의 10%에 이른다. 이들을 전부 직고용하면 비용 부담이 너무 커진다는 것이다. 작년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관 경영 상황이 한층 불안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으로 고객센터 직원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엔 역부족이었고 결국 파업 사태로 이어졌다.
“사기업 직원 무슨 기준으로 직고용하나”
파업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특히 청년층의 불만이 강하다. 지난달 29일엔 청와대 국민게시판에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직원의 공단 직고용을 반대합니다’는 글이 올라왔는데, 나흘 만에 3000명 넘는 동의 의견이 달렸다.
건보공단 입직을 4년째 준비하고 있는 취업준비생이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건강보험공단의 공정한 채용 절차를 무시하며 사기업 정규직 직원이 직고용을 요구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간 위탁업체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 대상도 아니며 돼서도 안 된다는 얘기다.
채용 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 의식도 크다. 수많은 청년이 경쟁 채용을 통해 공공기관 취업에 애쓰고 있는데 민간 위탁업체 직원 등은 그런 경쟁 과정도 없이 정규직이 되는 게 정당하냐는 지적이다.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채용 비리가 불거진 것도 청년의 분노를 높이는 요소다. 서울교통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은 비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가족 채용이 다수 발견돼 감사원 감사를 받기도 했다.
공공기관 내부의 불만도 많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정당한 채용 과정을 통해 정규직으로 들어온 직원으로선 민간 업체에서 바로 직고용되는 걸 보면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영기 한림대 경영학부 객원교수는 “정부가 정규직 전환 대상과 기준에 대한 방침을 명확히 정하지 않은 채 ‘정규직 직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만 부풀린 게 문제”라며 “이제라도 결자해지한다는 자세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민준/노경목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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