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스트룀 "지구 한계 넘는 환경파괴..또 다른 팬데믹 부른다"

최승진 2021. 2. 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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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구원·지구와사람 '기후변화 콜로키움 2021'

◆ 세계지식포럼 ◆

"코로나19는 단순히 보건의 위기가 아니라 기후, 보건, 생태계 등 3가지 위기가 중첩된 결과다. 지금 같은 형태의 자원 이용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또 다른 형태의 감염병이 발생할 수 있다."

요한 록스트룀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 소장은 '우리의 행성, 우리의 미래-인류세(Anthropocene) 탐색을 위한 전략'을 주제로 열린 '기후변화 콜로키움 2021'에서 "최근 20년간 발생한 감염병 유행 사례는 인류의 지속가능하지 않은 자연 자원 이용에 기인하고 있다"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위험성을 강조했다.

서울연구원(원장 서왕진)과 재단법인 지구와사람(대표 강금실)이 주최하고 매일경제가 후원한 이번 콜로키움은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를 고려해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인류세'는 인류의 자연환경 파괴로 지구 환경 체계가 급격히 변화하게 된 시대를 뜻한다. 네덜란드 화학자로 1995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파울 크뤼천이 처음 제안한 용어로, 학계에서는 대략 2000년 전후를 인류세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는 기후변화와 그 영향을 분석하는 세계 정상급 연구기관으로 꼽힌다. 스웨덴 출신인 록스트룀 소장은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반드시 보존해야 하는 영역인 '지구 위험 한계선'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인물이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회복을 위해서는 백신·의약품 개발 같은 의학적 개입뿐 아니라 자연·생태계를 보존하는 일에 더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록스트룀 소장은 화산 폭발 등 지구 기후에 영향을 주는 사건이 다수 발생했지만 지구는 기본적으로 복원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류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중 50%는 해양과 토지가 흡수하고 있어 지구의 생물학적·생태학적 시스템이 유지돼왔다.

하지만 지구가 이를 복원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면 '안정적 지구(Stabilized Earth)' 상태를 벗어나게 된다. 또 아마존 산림 등 자연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지구도 복원력을 잃고 있다. 록스트룀 소장은 "자연서식지가 파괴돼 균형이 무너지면서 이상기후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심각성과 빈도가 강해 재앙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며 "지구 시스템이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게 되면 어떤 변화가 발생할지 예측하기조차 어렵다"고 강조했다.

록스트룀 소장은 기후변화가 단순히 환경뿐 아니라 경제·사회·정치·안보 등 전 분야와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간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의학적 임계점인 평균 온도 29도를 넘는 지역은 현재 사하라 지역 정도로 작은 영역이지만 브라질·중동·인도 등으로 번져갈 수 있다. 35억명이 거주하는 지역이 물리적으로 사람이 살 수 없게 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로 개발도상국이 기후변화로 인류가 생존할 수 없는 환경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개도국은 국내총생산(GDP) 손실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훨씬 더 심할 것으로 예상돼 생존에 더욱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록스트룀 소장은 지구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도록 탄소배출량을 축소하고 이른 시일 내에 '탈(脫)탄소'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10년마다 탄소배출량을 절반씩 감축해야 2050년까지 탄소중립(Net-Zero)을 달성할 수 있다"며 "지속가능한 자연 흡수원뿐 아니라 바이오에너지, 탄소 저장 등 인위적인 탄소 흡수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콜로키움에 참석한 권원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후센터 원장은 "아마존, 캘리포니아, 호주 등에서 산림 화재가 발생한 원인은 폭염·가뭄 같은 온난화와 관련돼 있다. 화재로 인해 생태계가 탄소를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배출하게 되기 때문에 악순환을 만드는 새로운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유정민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탄소중립을 위해 건설·교통·에너지 등 모든 사회 부문에서 전환이 필요하다"며 "전환 과정에서 사회적 형평성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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