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5000만원 넘는 마통 뚫기 어려워진다

당국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신한, 직장인·공무원 마통 상한
1억에서 5000만원으로 줄여
우리·카뱅 등도 줄줄이 축소·중단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올 들어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가계 대출 관리를 압박하면서, 소득이 많고 신용도가 높은 직장인·공무원의 마이너스통장 한도도 5000만원 넘기기가 어렵게 됐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오는 3일부터 ‘쏠(SOL)편한’ 직장인 신용대출과 공무원 신용대출 상품의 마이너스통장(한도거래대출 또는 통장자동대출) 한도를 5000만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기존 상한액 1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깎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은행 심사 결과 전체 신용대출 한도가 1억원으로 선정된 차주(돈을 빌리는 사람)의 경우, 지금까지는 1억원 한도 전체를 마이너스 통장 형태로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마이너스 통장으로 5000만원만 가능하게 됐다. 나머지 5000만원은 일반 신용대출을 이용해야 한다.

이날부터 신용대출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심사 기준도 강화한다. 3일 이전에는 DSR 50%를 기준으로 본부 심사를 거쳤는데, 이날부터는 40%만 초과해도 본부 심사 대상이 된다.

앞서 지난달 29일 우리은행도 마이너스통장 대출 상품의 한도를 기존 8000만원∼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대폭 줄였고,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도 같은 달 22일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비롯해 고신용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 상품의 한도를 1억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5000만원 깎았다.

같은 날 수협은행은 아예 직장인 대상 'Sh더드림신용대출' 상품 중 마이너스통장 신규 대출을 중단했고, 케이뱅크는 28일 직장인 대상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를 0.1%포인트 올려 최저 금리를 연 3.0%로 상향 조정했다.

은행권이 마이너스 통장을 중심으로 신용대출을 조이는 것은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서 나온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말 5대 시중은행 등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5∼8% 수준으로 제출했는데, 최근 당국은 가계대출 동향 관련 회의에서 시중은행 가계 여신 담당 임원(부은행장급)들에게 “(목표 증가율이) 지나치다고 생각되면 조정치를 제시해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5% 안팎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전체 가계대출이 2019년 대비 9.73%(59조3977억원)나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5% 맞추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각 은행이 선제적으로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선 것은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주택가격 상승세가 가파른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은 자연스레 상승분만큼 증가가 예상된 만큼 신용대출 축소에 나서야 한다는 계산도 나온다.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이달 서울 주택의 중위가격이 8억759만원으로 집계됐다. 아파트와 단독, 연립을 모두 합한 주택 중위가격이 8억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주택 가격이 오르면 주담보대출 규모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은행권은 마이너스 통장 조이기가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마이너스 통장은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자금 조달 등 실수요 외 자금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커, 대출자금이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경계하는 정부 정책 방향에도 부합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축소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yjsu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