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과 지금이 뭐가 다르냐" 세월호 유가족, 靑 앞 농성장 철거
세월호 희생자 가족 정성욱 씨(단원고 고 정동수 군의 아버지)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정녕 대통령이 되시려고 희생자와 우리 아이들을 이용하셨느냐"고 따져 물었다. 1일 오후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가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 앞에서 개최한 '세월호유가족 노숙농성 중단 기자회견' 현장에서였다.
'대통령님'으로 시작된 정씨의 발언은 '당신'으로 끝났다. 그는 "문 대통령님, 2014년 4월 16일을 기억하시느냐. 그때와 지금이 무엇이 다르냐"라며 "(2014년)선장이 탈출할 때 '기다리라'고 했다. (지금) 가족들이 여기 와서 노숙농성 할 때 '기다리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세월호 유가족이 89일간 이어온 청와대 앞 노숙농성을 중단함을 알리는 자리였다. 세월호 유가족은 대신 매주 토요일 청와대 앞 촛불 피켓팅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세월호 진상조사 의지 표명을 요구할 것을 예고했다.
그간 청와대 앞 노숙농성을 해 온 전인숙 씨(고 임경빈 군 어머니)는 "기자회견 후 안산으로 내려가려 한다. 대통령 대답을 포기했느냐면 아니다,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며 "매주 토요일 '집중 촛불'을 하며 세월호 진상규명과 대통령 약속 이행을 외치겠다"고 말했다.
박승렬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공동대표는 "박근혜가 물러나고 탄핵됐다고 선언했을 때 세상이 바뀔 것으로 기대했고 기뻐했다. 4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바뀌었고, 바꾸려고 하는지 또 바꿀수 있는지 실망을 넘어서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문정부가 청와대에 입성하게 된 힘의 근원에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있었다"며 "(문정부는)정권초에는 인수위 없이 들어섰다며, 지자체 선거가 있다며, 평창올림픽 있다며 기다려 달라더니 지금은 기달려 달라는 말도 안 한다"고 주장했다.
유가족들은 문 대통령이 직접 국가정보원, 군 등에 진상조사에 적극 협조하라는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간 국가기관이 자료제출 등 조사 협조가 미진했다는 취지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세월호' 키워드로 검색한 64만여건의 문건 목록 열람을 허용했지만, 세월호가족 측은 "세월호 외 키워드 검색, 의혹사안 별 조사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해군이 전술지휘통제시스템 데이터 제출을 안보상 이유로 거부하다 항의 끝에 최근 검토를 시작한 점도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정씨를 포함한 가족협의회와 국민연대 등 9명이 참석했고, 행사 진행 동안 주위에 60여명가량의 유가족 등이 대형피켓을 세우고 2명씩 서 있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대형 피켓과 매트, 비닐막으로 만들어 놓은 농성장을 자진 철거했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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