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만 4명인데..설 귀향 포기" "부모님께 못 간다 하긴..과태료 감수"
현행 거리 두기 연장 조치에
성묘 미리 가고 온라인 모임
‘시간차 고향 방문’ 계획도
시민들 “아쉬워도 조심해야”
서울에 사는 회사원 임정연씨(32)는 이번 설연휴 계획을 서둘러 바꿨다. 본래는 올가을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남자친구를 가족들에게 인사시키고 함께 식사도 할 요량이었다. 5인 이상 집함금지 조치가 완화될 것을 기대하고 잡아둔 일정이었지만, 정부가 오는 14일까지 현행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와 집합금지 조치를 연장하면서 계획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임씨는 “우리 가족 4명에 남자친구까지 오면 5명이 되기 때문에 포기했다. 대신 양가에는 각자 준비한 선물만 전달하기로 했다. 새 식구가 와도 같이 밥 한 끼 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지만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생각하면 조심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설이 열흘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명절을 준비하는 풍경은 이전과 사뭇 다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 맞았던 명절인 지난해 추석 때만 해도 정부에서 고향·친지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하는 수준이었지만, 이번 설에는 직계 가족이라도 5인 이상이 모이지 못하게 하는 등 강제성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가족 모임을 취소하고 ‘집콕 명절’을 계획하거나 ‘온라인 모임’을 준비하는가 하면 가족들 간에 시차를 두고 고향에 다녀오려는 이들도 있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종친회장 박모씨(81)는 이번 명절을 집에서 책이나 텔레비전을 보며 조용히 보낼 계획이다. 서울에 사는 아들 내외와 손자들에게도 일찌감치 방문 자제를 주문했다.
그는 “대신 설날 이틀 전쯤 3~4명 정도로 소수의 가족만 모여 산소에 다녀올 생각”이라며 “산소에서 절하고 제사 지내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나머지 가족들에게 보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난해 추석 때도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가족 모임을 취소했다.
친척들과 동선이 겹치지 않게 시차를 두고 고향에 다녀오는 사례도 있다. 서울에 사는 A씨(60)는 지난 주말 대구에 사는 어머니를 미리 찾아갔다. 그는 “명절인데 아예 안 가기는 그렇고 또 가려니 코로나19가 걱정돼 덜 북적일 때 미리 다녀오는 편을 택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명절 모임 금지’라는 전례 없는 상황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주부 B씨(35)는 “어르신들이 먼저 ‘이번 설에는 모이지 말자’고 하지 않는 이상 자식들, 특히 며느리가 먼저 말을 꺼내기는 어렵다”며 “아무래도 ‘쉬쉬’ 하면서 조용히 모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원 C씨(58)는 “어르신들이 계셔서 아예 (명절 모임) 취소는 쉽지 않다”며 “(외부에서) 집 안까지 단속하기가 어렵기도 하고, 설혹 걸린다고 해도 10만원(과태료)이라 그냥 낸다고 생각하고 강행할 듯하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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