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 문제였나" 설민석 하차한 '벌거벗은 세계사' 또 왜곡 논란

양다훈 2021. 2. 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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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식 서울대 교수 "흑사병 내용·구성 꽝이었다" 지적
지난달 30일 방영된 ‘벌거벗은 세계사’ 방송화면 갈무리. tvN제공
 
역사왜곡과 논문 표절 문제로 설민석 강사가 하차한 tvN 예능프로그램 ‘벌거벗은 세계사’가 5주 만에 방송을 재개했으나 이번에도 오류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30일 방영된 ‘벌거벗은 세계사’ 4회 방송에서는 장항석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가 강연자로 나서 중세 유럽시대 ‘페스트(흑사병)’에 대해 상세하게 다뤘다. 

외과 의사기도 한 장 교수는 방송에서 자신의 직업을 ‘3D(Dirty·Dangerous·Difficult, 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직업’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면서 중세시대의 3D는 (Dirty·Dirty·Dirty)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장 교수는 중세시대 ‘카파 공성전’을 설명하면서 몽골군이 ‘페스트’를 퍼지게 하려고 ‘페스트’로 사망한 시체를 투석기로 던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페스트를 현재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비교하기도 했다.

하지만 방송 다음 날인 31일 서울대 서양사학과 박흥식 교수는 페이스북에 “흑사병을 10년 넘게 공부했고, 중세 말기 유럽을 전공하는 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건 정말 아니다 싶다”고 혹평했다. 박 교수는 “힘들게 자문해 주었더니 내가 자문한 내용은 조금도 이용하지 않았다”며 방영 내용의 오류를 지적했다.
박흥식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페이스북 갈무리.
우선 박 교수는 “중세 사회에 대한 이해도 거의 없고 당시 사료도 해석할 줄 모르는 한 의사가 청취자들에게 왜곡된 인식만 키웠고 내용도, 구성도 꽝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카파 공성전에 대한 자료는 현장에 있던 사람이 기록한 것이 아니고 신뢰할 수도 없는데 마치 역사적 사실인양 해석해 나쁜 것은 다 아시아에서 왔다는 잘못된 인식을 고착시켰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흑사병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목표였던가? 통계나 병인학적 측면에서도 최근 해석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아가 “강의 전반에 깃들인 중세에 대한 편견은 또 어떠한가? 흑사병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르네상스라는 희망이 시작되었다고?”라며 “동시대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따지자면 르네상스가 시작한 후 흑사병이 발생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지적하려 들면 끝도 없을 듯하고 그럴 가치도 없다”며 “설민석이 문제인 줄 알았더니 이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것이 문제인 듯하다”라고 일갈했다. 끝으로 박 교수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런 식으로 엉터리로 역사적 주제를 전달하려면 프로그램을 당장 폐지해야 옳다”며 “아니면 프로그램 제목에서 세계사라는 단어만이라도 빼서 역사를 다루는 방송이라는 오해를 막아야 할 듯하다”라고 조언했다.
지난달 30일 방영된 ‘벌거벗은 세계사’ 방송화면 갈무리. tvN제공
논란이 불거지자 ‘벌거벗은 세계사’ 제작진 측은 1일 “지난달 30일 방영된 페스트편은 페스트와 관련된 내용을 의학사적인 관점을 중심으로 구성했다”며 “방송전 대본과 가편본, 그리고 자막이 들어간 마스터본을 관련 분야의 학자분들께 자문을 받고 검증 절차를 마친 후 방송했고 앞으로도 제작진은 더 좋은 방송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2월 방영을 시작한 ‘벌거벗은 세계사’는 설민석씨가 강연자로 나서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지만 역사 오류 논란으로 설씨가 방송 3회만에 하차하며 방영을 잠정 중단했다. 당초 프로그램명도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였다.

설씨는 ‘나치-독일’편 방송에서 ‘유대인들로 비누를 만들었다’, ‘인간 교배장을 만들어 공장처럼 아이를 생산했다’ 등의 낭설을 역사적 사실인 것처럼 발언해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이집트’편에서도 설씨는 역사적 사실과 풍문을 섞어 말하는 등 오류를 범했고 이와 관련해 곽민수 고고학자는 “역사적 사실과 풍문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은 관심 끌기엔 좋은 전략이지만 분명하게 구분을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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