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감시원 체력검정 보던 60대, 등짐펌프 메고 달리다 숨져

코로나 여파에 치킨집 운영 어려워지자 산불감시원 재도전
평소 고혈압 등 지병 앓아온 것으로 알려져

전북 장수에서 산불감시원 체력시험을 보던 60대 남성이 숨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치킨집 운영이 어렵게 되자 산불감시원에 재도전해 무거운 등짐펌프를 짊어지고 달리다 변을 당했다.

1일 산림청과 장수군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2시20분쯤 장수군·읍 두산리 한 체육관에서 열린 산불감시원 채용 체력 검정 과정에서 A(64)씨가 쓰러졌다.

당시 A씨는 15㎏짜리 등짐펌프를 등에 지고 1.2㎞를 13분 내로 완주해야 하는 실기 시험을 치르다 600m 지점에서 갑자기 널브러졌다. 이에 현장에서 대기 중이던 장수군의료원 의료진이 급히 심폐소생술 등을 실시하며 A씨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숨졌다.

A씨는 그동안 치킨집을 운영하면서 산불감시원으로 지난 10년 간 일해왔으나, 체력 검정을 받기는 올해가 처음이다. 산림청이 산불감시원 채용 시 체력 검정 절차를 거치도록 규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장수군은 이달부터 6월까지 약 5개월 간 활동하는 산불감시원 채용 공고를 내고 44명을 선발할 계획이었다. 근무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하루에 6만9800원을 지급하는 조건이다.

이에 A씨는 평소 고혈압 등 지병으로 체력 검정에 다소 부담이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중되자 산불감시원 활동을 잇기 위해 재도전했다 영원히 일어나지 못하게 됐다. 이번 체력 검정에는 모두 69명이 지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의 지인은 “(A씨가) 낮에 산불감시원으로 일하고 저녁엔 치킨집을 운영하며 부지런하게 생활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장사가 안돼 힘들어했는데, 갑작스런 사고로 떠나게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앞서 산림청은 지난해 5월 산불감시원 선발 시 응시자들이 무게 15㎏짜리 등짐펌프를 메고 2㎞에 도달하는 시간을 측정하는 체력 검정을 하도록 기준을 강화했다. 이후 전국에서 체력 검정을 받다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지난해 10월27일 오전 11시10분쯤 경북 군위군 동부리 산길에서 산불감시원에 도전한 B(59)씨가 물 15ℓ가 담긴 등짐펌프를 지고 경사진 산길 1.3㎞를 이동한 뒤 호흡곤란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같은 달 22일 경남 창원에서도 산불감시원 체력시험에 나선 C(71)씨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B씨는 15㎏짜리 펌프를 등에 지고 언덕이 있는 도로 2㎞를 왕복으로 걷는 방식의 체력시험 도중 종착지를 50여m 앞두고 쓰러졌다.

사고가 잇따르자 산림청은 체력 검정 평가 기준을 완화하기로 하고 지자체와 협의했다. 장수군도 이에 대비해 이번 산불감시원 선발에서 산림청 거리 기준보다 짧은 1.2㎞로 단축해 시험을 치렀으나 사고를 막지 못했다.

장수=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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