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팜 김경진대표 "기업 한곳으론 모더나백신 위탁생산 불가"

정지성 2021. 2. 1. 16: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백신CMO 컨소시엄 구성 주장
에스티팜 김경진대표 인터뷰
mRNA코로나백신 위탁생산
1개 국내업체가 통째 못맡아
기술·설비 문제때문 불가능
3~4개사 분업해 원료 생산
백신 제조·포장·배송해야
국가주도 컨소시엄 구성시
공장증설 月1천만 도즈 생산
"현재 국내에 단독으로 mRNA 백신 위탁생산(CMO)을 맡을 수 있는 기업은 없다. 국가가 주도해 3~4개 업체로 구성된 'mRNA 백신 CMO 컨소시엄'을 만들어야 한다."

1일 김경진 에스티팜 대표는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국내 위탁생산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이슈가 된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등 mRNA 백신 CMO를 국내 기업 한 곳이 통째로 맡는 것은 기술력과 설비 문제로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국내 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물량 부족으로 전 세계적으로 공급이 지연되는 mRNA 코로나19 백신을 국내에서 이른 시간 내에 충분히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mRNA 백신 CMO 컨소시엄은 우선 mRNA 코로나19 백신 합성에 필요한 원료인 '효소'를 생산할 수 있는 한미약품, SK바이오사이언스 등 대형 제약·바이오 회사가 필요하다. 이후 효소를 활용해 mRNA 백신 원액을 생산하는 국내 업체는 에스티팜이 맡고, 생산한 백신 원액을 주사제로 충전하고 포장하는 일은 GC녹십자 등이 담당하도록 한다. 이처럼 백신 원료 생산, 원액 생산, 완제화 과정을 국내 업체들이 분업해 담당하고, 완제품을 용마로지스 같은 물류업체가 콜드체인(저온 유지 배송) 시스템으로 운송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빵을 만드는 것에 비유하면 원료인 밀가루와 빵 반죽을 만드는 단계, 실제 빵을 굽는 과정, 그걸 포장하고 배송하는 과정을 각각 다른 업체로 구성하자는 것"이라며 "각 업체가 자기가 잘하는 것에만 집중해 협업하면 높은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바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생산 준비에 착수하더라도 설비 증설과 생산 후 허가과정을 거쳐 공급까지 최소 8개월 이상 걸리는 만큼 서둘러야 한다"며 "이해관계에 민감한 기업들이 이른 시간 내에 자발적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정부가 주도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도록 구도를 짜주는 게 필요하다"고 정부의 빠른 대응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현재 반월공장에서 월 2만도즈(1도즈는 1회 접종분)의 mRNA 백신 생산이 가능한데 오는 5월까지 월 20만도즈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 증설을 마칠 예정"이라며 "만약 정부가 컨소시엄 구성에 나서준다면 내년 상반기까지 2차 공장 증설을 완료해 월 1000만도즈 mRNA 백신 생산이 가능한 시설을 갖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8년 설립된 에스티팜은 동아쏘시오그룹 계열사로 원료의약품을 위탁생산해 완제의약품 회사에 납품해왔다. 글로벌 제약사 길리어드의 C형 간염 치료제 원료 공급으로 수년간 큰 흑자를 냈다. 그러나 치료제 개발로 환자가 급감하면서 매출이 줄어들자 원료의약품 생산 외에 mRNA 백신 CMO 사업을 신성장 먹거리로 낙점하고 경기도 안산시에 반월공장 시설 증설에 나선 상태다.

또 차세대 치료제로 각광받는 '올리고 핵산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시장에서 일본 니토덴코아베시아, 미국 애질런트 등과 함께 세계 시장을 삼등분(점유율 25% 내외)하고 있다.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올리고 핵산치료제 선전에 힘입어 에스티팜은 지난해 4분기 3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전년 동기(-95억원)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기존 항체치료제가 몸속 세포에 작용해 질병과 증상을 완화하는 방식이라면, 올리고 핵산치료제는 유전물질인 DNA·RNA에 직접 결합해 질병 확산을 막는 방식으로 약효가 높고 오래 유지된다.

김 대표는 "고지혈증 약은 원래 평생 하루에 한 알씩 먹어야 하는데, 올리고 핵산치료제로 만들면 1년에 두 번만 주사로 맞으면 된다"며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폭증하면서 이미 내년 상반기까지 수주 물량이 꽉 찬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는 올리고 핵산치료제 매출이 늘고 내부 사업 부문 구조조정도 마무리돼 연간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장기적으로 올리고 핵산치료제 시장에서 글로벌 1위를 달성하고 블루오션인 mRNA 백신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울 것"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제약사 로슈 수석연구원 출신인 김 대표는 미국 텍사스A&M대학에서 유기화학 박사 과정을 마친 전형적인 '연구자형' 최고경영자(CEO)다.

[정지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