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무 시달리는 법관들.. 판사 10명 중 6명은 주말 근무

판사 10명 중 6명은 주말 근무를 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 달에 3회 이상 주말 근무를 하는 판사도 4명 중 1명 꼴이었다. 격무에 시달리는 판사들의 짐을 덜고, 사법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법관 증원이 필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법관의 업무 부담 분석과 바람직한 법관 정원에 관한 모색’을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홍보람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현직 법관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조사는 지난해 10월 3주간 실시됐으며 현직 법관 678명이 참여했다.

홍 위원에 따르면, 월 평균 주말 근무 횟수를 묻는 질문에 설문 참여자의 59.5%가 월 1회 이상 주말 근무를 한다고 답했다. 월 3회 이상 주말 근무를 한다고 답한 비율도 24.3%나 됐다. 4명 중 1명은 월 3회 이상 주말 근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일주일에 1번 이상 야근을 한다고 답한 비율은 91.1%였다. 가장 많은 답변이 나온 횟수는 주3회(26.3%)다. 주말 근무와 야근이 잦다보니 주 52시간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주 평균 52시간 이상 일한다고 답한 비율은 48%로 절반 가까이 됐고, 주 60시간 이상 일한다고 답한 비율도 14.4%였다.

홍 위원은 “법관 업무는 양적 부담도 높지만, 업무의 고유한 특성상 질적 부담이 높다”며 “판단의 정확성 및 적시성 등 양질의 사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법관의 과도한 장시간 근무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주 평균 근무시간이 길수록, 주말근무와 야근 빈도가 높을수록 건강에 악영향을 받고 심리적 탈진을 많이 경험했다”며 “이는 법관으로서의 직업적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대부분의 법관들은 법관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봤다. 바람직한 증원 규모로는 300~600명을 꼽았다. 홍 위원은 “업무 부족시간(추가 투입 필요시간)을 기준으로 부족한 법관 인원을 산출하면 약 900명을 증원해야 한다”며 “법관 업무부담 수준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업무 현황을 조사하고 데이터를 수집·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관 수를 늘려야 한다는 것엔 변호사들도 이의가 없었다. 이날 발표자로 나온 강경희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기획이사)는 2018년 전국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법관 및 대법관 증원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설문에 참여한 변호사(1981명)의 94%(1857명)가 법관 증원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재판심리 충실화 도모(1578명), 법원의 업무과중 해결(1363명), 재판지연 해결(1086명) 등을 법관 증원 찬성 이유로 꼽았다”며 “‘변호사들은 법관·대법관 증원이 재판심리의 충실화를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이자 법원·대법원의 업무과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으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