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 北 쿠웨이트 대사대리 "김정은, 핵 포기 안할 것"(종합)

최서윤 기자 2021. 2. 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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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 망명 세 번째 외교관.."딸에 더 나은 미래 위해"
외교관도 '외화벌이' 액수 할당 받아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미 CNN과 인터뷰하는 모습. CNN 온라인 보도화면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2019년 9월 주재국에서 망명해 한국에 정착한 사실이 최근 확인된 류현우 전 주 쿠웨이트 북한 대사대리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1일 공개된 미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핵은 체제 안정과 직결돼 있고 김 총비서는 핵무기를 생존의 핵심이라 믿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전임 행정부들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비핵화 요구만 전면에 내세우면서 협상이 어려워졌다고도 했다. 미국은 양보할 수 없는데, 북은 비핵화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김 총비서가 국제사회의 제재로 파탄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무기 감축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제8차 노동당 대회를 기념하는 군 열병식을 2021년 1월 14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5일 보도했다. 열병식에서는 신형으로 추정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5ㅅ'도 등장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南 망명 세 번째 외교관…"딸에 더 나은 미래 위해" : 류 전 대사대리는, 영국 주재 공사 출신으로 2016년 망명해 현재 21대 국회에서 활동 중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과 2019년 탈북해 지난해 한국 체류 사실이 지난해 알려진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에 이어 세 번째로 망명 소식이 알려진 전직 북한 외교관이다.

류 전 대사대리와 그의 가족은 2019년 9월 쿠웨이트 주재 한국대사관에 들어가 망명을 요구해, 며칠 뒤 한국행을 택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10대인 딸에게 더 나은 삶을 주려고 망명을 결심했다"며 "쿠웨이트에 살면서 한 달 동안 부인과 탈출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날' 딸을 학교에 태워다주는 척 하면서 "엄마, 아빠와 자유를 찾으러 가자"고 말했고, 딸은 당황했지만 이내 동의했다고 그는 회고했다. 붙잡혔다면 모두 북에 끌려가 처벌 받았을 게 틀림없다.

한국에서 지낸 지난 16개월을 돌아보면 류 전 대사대리와 그의 부인은 딸을 위해 옳은 선택을 했다고 믿는다. 류 전 대사대리는 딸에게 '무엇이 가장 좋으냐'고 물어보니 딸이 '원하는 만큼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북에 남겨진 가족들은 마음의 큰 짐 : 탈북자들은 고국에 남겨진 모든 가족들과 즉시 관계를 끊어야 하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된다. 류 전 대사대리는 "북한 정권은 특히 외교관의 경우 탈북을 막기 위해 식구들은 물론 가족 전체까지 처벌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강제로 아이를 남겨둔 채 해외에 파견되기도 한다. 아이가 부모의 탈북을 막을 인질이 되는 셈이다.

류 전 대사대리는 "21세기에 그런 봉건적인 집단적 가족 처벌을 하는 북한이 끔찍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북에 있는 83세 노모와 세 형제, 처가 식구들을 걱정하고 있다. 류 전 대사대리와 그의 부인은 둘 다 북한의 엘리트 계급 출신이다. 그의 장인은 김씨 일가의 비자금 관리와 외화조달을 관장하는 부서인 노동당 39호실 출신 고위 간부이기도 하다.

류 전 대사대리는 "그들이 오래 사는 걸 보고 싶다"며 "그들이 내가 저지른 일로 벌 받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정치 훈련 받은 외교관도 '외화벌이' 액수 할당받아 : 류 전 대사대리는 북한이 대사관을 김씨 일가의 돈줄로 이용한다는 비난과 관련해 자신도 정치를 다루는 외교관으로 훈련받았지만 '경제무역 담당'으로 외교직에 배치돼 "국가를 위해 벌 돈의 액수를 할당받았다"고 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0년 10월 17일 '80일 전투'의 승리를 위한 노동계급과 직맹원들의 궐기대회가 전날 상원시멘트연합기업소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쿠웨이트는 북한에 특히 중요한 수입원이기도 했다. 약 1만 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쿠웨이트에서 일했던 때도 있다. 이들은 현대판 노예 취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노동자들의 수입 대부분이 정부로 흘러들어가 핵 개발 같은 체제의 우선 정책에 쓰인다고 보고 있다.

류 전 대사대리는 계속된 핵·미사일 실험으로 2017년 유엔이 북한 노동자들의 해외 노동을 금지하기 전까지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지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외화를 벌어들였다고 전했다. 제재가 강화되면서 이들 대부분은 떠났다.

◇시리아와 무기 거래 사실…이란 핵합의 경험 북핵협상에 도움될 것 : 류 전 대사대리는 2010~2013년 북한의 동맹국인 시리아에도 파견된 적이 있다. 당시 북의 장거리 다연장포와 대공 무기 시스템 같은 재래식 무기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팔렸지만, 내전 이후 철수했고 이후 시리아와의 무기 거래는 들어본 적 없다고 그는 말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중동 주재 경험이 있는 만큼 오바마 전임 미국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 방식을 자세히 알고 있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다뤄갈 방향에 대해 "이란 핵 문제 해결 경험에 비춰 보면 분명히 현명하게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오전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싱가포르통신정보부 제공) 2018.6.12/뉴스1

류 전 대사대리는 북한이 핵무기 감축을 협상할 순 있어도 완전히 핵을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고 봤다.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김 총비서가 나서는 데도 제재의 중력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개발했고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ICBM) 시험에 성공했기 때문에 협상 테이블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고 CNN은 덧붙였다.

류 전 대사대리는 "현재 북한에 대한 전례 없이 강력한 제재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뒤로 밀린 인권 문제를 버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권은 도덕성의 문제"라며 "북한 체제에서 인권 문제는 민감하고 심각한 이슈"라고 말했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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