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담배피고 24시간 탈법운영하는 '원룸형 PC방'..시정요청에도 꿈쩍 안 해

노재웅 2021. 2. 1. 16: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0대 타깃 24시간 '시크릿 아지트' 숙박 가능" 광고
3일까지 코로나 방역수칙 이행 및 게임시설 등록 명령
업체 대표 "PC방 아닌데 왜 그러냐" 시정요청 모르쇠
최상의 게임 환경을 광고 중인 인천 ‘‘잘○○○ PC몰’ 공식 홈페이지 게시물. 업체 홈페이지 갈무리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나만의 아지트’라는 콘셉트를 내세워 24시간 영업을 하는 이른바 ‘원룸형 PC방’이 정부와 지자체의 시정요청에도 꿈쩍 않고 있다.

PC방 업계 종사자들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지키는 일반 PC방 업주들만 고통받고 있다며 변종 PC방에 대한 빠른 조치를 강구하고 있지만, 해당 업체 측은 ‘신사업을 왜 가로막느냐’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어 대립이 이어질 전망이다.

“PC방과 유사영업 확인돼”..시정요청 내려

1일 인천 남동구청에 따르면 구청은 관할지역에서 공간입대업을 하고 있는 ‘잘○○○ PC몰(이하 PC몰)’에 대해 오는 3일까지 PC방으로 업종을 변경해 등록하거나 PC방에 준하는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해달라는 내용의 시정요청을 보낸 상태다.

앞서 전국 1500여 PC방 사업주들의 연합체인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이하 PC방조합)에서 이 PC몰을 두고 변종 PC방이라며 문화체육관광부에 폐쇄 조치를 요구하는 집단 항의를 했고, 이를 검토한 문체부가 남동구청에 시정요청 공문을 보낸 데 따른 조치다.

남동구청 문화관광과 김진우 주무관은 “지난달 4일 문체부로부터 처음 공문을 받은 이후 문체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와 함께 몇 차례에 걸쳐 실사조사를 했고, 그 결과 PC몰이 PC방 유사 영업을 하고 있다고 최종 판단했다”며 “업체 쪽에선 왜 지켜야돼냐고 나오고 있는데, 시정요청 기간인 3일까지 지켜본 뒤 우리가 요구한 대로 정정되지 않는다면 더 강경한 대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원룸형 PC방으로도 불리는 이 PC몰은 원룸 형태의 방을 대여해주는 공간임대업으로 매장을 등록한 후 그 안에 최고사양의 그래픽카드와 각종 게이밍 기기 등 최고급 게임 환경을 구축한 것을 광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PC방은 인터넷게임시설제공업 등록으로 사업을 영위한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10대, 20대 핵심 타깃, 시크릿 아지트 공간’ ‘다닥다닥 붙어 있는 PC방은 NO, 1인1룸’ ‘10대들에게 나만의 아지트 공간을 갖고 싶은 요구를 채워줄 공간’ 등 PC 게임을 즐기는 10대를 겨냥한 문구가 다양하게 게재돼 있다. 10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영업제한 시간을 두고 있지 않으며, 현재도 24시간 정상 영업 중이다.

PC방조합은 이곳의 이러한 영업 방식을 두고,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거 ‘게임물을 이용할 수 있는 PC를 포함한 기자재를 게임제공업소가 아닌 영업장에서는 최대 2대까지만 비치가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불법 영업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상태 PC방조합 이사는 “코로나19 거리두기 강화 조치와 방역수칙 명령에 따라 일반 PC방은 모두 오후 9시 제한영업을 준수하고 있는데 이곳은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다. 법을 잘 지키는 PC방만 억울한 것”이라며 “학생들도 24시간 출입이 가능하고, 방 안에서 담배를 피워도 상관없다. 하루빨리 정부와 지자체의 강경 조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업소는 10대 청소년도 상관없이 ‘24시간’ ‘흡연가능’ 영업을 하고 있다. 업체 홈페이지 갈무리

최초 등장한 ‘원룸형 PC방’, 행정처분 피해갈까

이에 대해 PC몰 대표는 “PC방협회나 게임업체들로부터 각종 게임을 제공받는 PC방과 달리 우리는 게임물을 제공받지 않는다. 혹시 손님들 가운데 게임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고 광고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금 같은 형태의 PC방 사업은 100% 창업 이후 한 달 안에 망한다. 요즘 같은 코로나 불경기에 이렇게 색다른 방법으로 사업을 시도하면 발전할 수 있게 해줘야지, 변종이라고 공격만 하면 그만인가”라며 “코로나 시대에 완벽히 방역된 각자 공간에서 개인 사무나 공부, 취미 활동 등 다양한 요구를 충족해 제공하는 것이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 시정요청을 받은 PC몰은 업계 차원에서도 처음 보는 형태의 영업 방식이어서, PC방 업계가 바라는 대로 폐쇄 조치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문체부와 게임위는 PC방과 유사영업을 하고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처분의 최종 결정 권한은 남동구청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에 모텔에서 PC텔로 영업하던 것과는 또다른 형태의 완전히 새로운 변종 PC방”이라며 “영업제한 시간도 없고, 담배를 피워도 상관없는 운영 방식은 코로나 시국에 사회통념상 지나친 수준이다. 폐쇄 행정처분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라고 전했다.

노재웅 (ripbird@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