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경원 "安, 자신 있다면 우리 당 경선 들어오라"

이원석 기자 2021. 2. 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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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후보 릴레이 인터뷰] ② 10년 만에 서울시장 재도전 나선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시사저널=이원석 기자)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삼수생'이다. 2010년엔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고, 2011년 재보선 때는 본선에서 패했다. 이번 선거 상황은 10년 전인 2011년과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당시는 여당 후보, 지금은 야당 후보라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4·7 재보선에는 10년 전 야당 경선 후보로 나선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출마를 선언했다. 두 사람은 얼마 전 한 종편 예능 프로그램 《아내의 맛》에 나란히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2011년 본선에서 나 전 의원은 진보진영 단일 후보로 나선 고(故) 박원순 시장에게 패했다. 10년 만의 재도전에 대한 감회를 묻자 그는 결연한 표정으로 "이번엔 꼭 이겨야 한다는 마음"이라며 "(10년간) 여러 정치적 풍파를 겪으며 단단해졌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나경원 캠프의 이번 선거 슬로건은 '독하게 섬세하게'다. 독하면서 섬세하다? 쉽사리 호응되지 않는 단어다. 선거캠프 내에선 이를 "집값 문제 해결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의지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강한 의지로 정면 돌파하되, 시정을 챙기는 방식은 세밀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나 전 의원은 '질끈' 머리를 묶고, 운동화를 신었다. 나 전 의원은 "결연한 의지에 대한 표현"이라며 "그리고 현장에 갈 때 편하더라"고 설명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출마 선언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이번 선거는 계속 지던 야당이 다시 일어나야 하는 선거, 또 문재인 정부를 심판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모을 수 있어야 하는 선거다. '내가 할 수 있겠는가' 그 고민을 하고 또 했다."

출마 결심을 한 결정적 계기가 있나. 자신이 '할 수 있다'고 판단한 이유는 뭔가.

"문재인 정부의 여러 프레임 공격으로 인한 혐의(자녀 특혜 의혹 등)들에 대해 검찰이 모두 무혐의 처분을 했다. 그게 출마에 대한 판단의 여지를 넓혀줬다. 이번 선거에선 좌고우면하거나 우유부단한 리더십으론 승리가 어렵다. 결단력 있게 해결해 나가며 국민의 지지도 받고 현 정권을 심판할 부분을 해야 하는데 그 부분엔 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10년 만의 서울시장 재도전이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사실 2011년엔 당이 어려울 때 꼭 출마해 달라는 권유가 있어서 나갔던 것인데 이기기 어려운 선거를 최소한의 표로 지자, 그래야 당이 총선,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 이런 마음이었다. 이번엔 꼭 이겨야 한다는 마음이다."

'10년 전 나경원'과 '지금 나경원'의 차이는 뭔가.

"10년간 풍파를 많이 겪었다. 그때만 해도 정치인으로서의 실패는 없었다. 그 후 서울시장 낙선이라든지 당의 공천 탈락, 이번 총선 낙선이라든지 정치적 풍파를 거치며 더 단단해졌다고나 할까."

"필요하다면 건강한 진보와 협치할 수 있다"

정책적으로도 나 전 의원은 그간의 기조로부터 변화가 있어 보였다. 복지에 많은 신경을 썼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저금리 장기대출을 해 주는 '숨통트임론'을 비롯해 '서울형 기본소득제'를 꺼냈다.

전임 박원순 시장 시절 서울시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뭔가.

"도시 재생 사업이다. 적용될 대상이라든가 방향이 잘못됐다. 도시 재생을 통해 거기 사는 주민에게 더 좋은 삶의 질을 보장해 줘야 하는데 많은 돈이 들어갔던 곳들을 가보면 '정말 보여주기 식이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진행되고 있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어떻게 생각하나.

"안 그래도 살펴보고 있는 부분이다. 광화문광장을 이번에 광장 좌측으로 옮기는데 이는 역사성과 상징성을 크게 훼손하는 거다. 또 이를 직무대행이 할 수 없는 건데 졸속으로 하고 있다. 아무래도 문재인 정권이 상당히 압박하지 않았겠느냐고 생각하는데 제가 시장이 되면 일단 중단하고 시민의 의견을 다시 물을 것이다."

정책에서 가장 비중을 두는 부분은 뭔가.

"역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나 부동산 문제다. 시민들이 살고 싶은 곳에 집을 마련하도록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각종 대출 규제도 풀 것이다. 또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삶이 붕괴된 곳, 특히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몰락이 심각하다. 이 부분에 굉장히 비중을 두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특수고용노동자·예술인·프리랜서 등 120만 명을 대상으로 최대 5000만원까지 대출 지원하는 '숨통트임론'을 준비했다."

'서울형 기본소득제'도 가지고 나왔다. 기본소득과 관련해선 부정적 입장 아니었나.

"서울에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계층 46만 명이 있다. 최저생계비는 유지하도록 하겠다는 거다. 모두에게 주는 것은 부정적이다."

여성 후보로서 특별히 생각하고 있는 시정의 모습은 무엇인가.

"여성 시장 자체가 갖는 상징성이 있다. 이번 선거가 있게 된 원인(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또 모든 정책에 여성성이 자연스럽게 들어갈 거다. 특히 저는 여성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위협받을 때 바로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여성 스마트워치 배포나 1인 가구 여성 주택에 CCTV나 방범창을 설치하는 여성 안심 주택 인증제 등을 검토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나 박 전 시장 정책에 대한 심판도 좋지만 국민과 서울 시민들은 갈등 없는 사회, 국민 통합을 요구할 것 같다.

"세대·성별·빈부·강남과 강북 등 사이에 너무 많은 갈등이 있다. 이걸 통합하는 게 서울시장이 해야 할 일이다. 통합과 협치가 필요하다. 그게 결국 정치력 아니겠나. 4선 의원과 원내대표 지낸 사람으로서 제 정치력을 잘 사용해 보겠다."

진보진영과도 협치하겠다는 의미인가.

"당연하다. 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선 건강한 진보 세력과 건강한 보수 세력이 있어야 한다. 공유할 건 공유하고 다른 점은 토론하며 접근해 가야 한다. 근데 지금 문재인 정부는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1월23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중앙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비호감도 역시 安이 나보다 더 높다"

결코 쉬운 싸움은 아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후보 선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로 나타난다. 그전에 더 큰 문제는 야권이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여당에 패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데도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 안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 사이의 단일화 논의는 전혀 진전이 없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내에선 '단일화는 필요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되지만, 나 전 의원은 "단일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단언했다.

무엇보다 나 전 의원은 '오픈형 경선' 등을 주장하고 있는 안 대표를 겨냥했다. "3월 단일화 협상은 너무 늦다, 이런 얘길 할 게 아니라 경선에 참여하고 싶다면 본인이 결단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 전 의원은 안 대표와의 대결에 대해선 자신만만했다. 자신에 대한 비호감도에 대해 묻자 "안 대표가 비호감도는 더 높지 않나"라며 "(이길) 자신 있다"고 했다.

중도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몇 년 전 한국정치학회에서 의원들을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 저는 상당히 중도에 가까웠다. 제가 장애인 인권 이런 문제에 집중했지 않나. 그래서 그렇게 평가되는 거 같다. 결국 정책이 중요하다. 좋은 정책으로 다가가면 된다. 오히려 중도층에 계신 분들도 이 정책이 맞다면 이쪽으로 오는 거 아닌가."

각종 여론조사에 의하면 야권 전체에선 안 대표에 비해 열세로 보인다.

"많이 좁혀졌다고 생각한다. 결국 정치에서는 정당을 배제하기 어렵다. 시장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함께하는 시장인데 안 대표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지도 많이 받지만, 비호감도가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 대표가 비호감도는 더 높지 않나. 아무래도 원내대표를 하면서 앞장서 이 정부의 잘못된 점을 지적한 게 이 정부를 좋아하는 분들한테 미움을 받게 된 계기 같다. 하지만 국민들이 이젠 나경원이 한 말이 맞았구나, 이런 생각하시는 거 같다. 일을 하다 보면 손도 베이고 상처도 생기고 그런 것 아니겠나."

안 대표가 제안한 오픈형 경선은 어떻게 보나.

"당헌·당규상 책임당원만 경선에 출마할 수 있게 돼 있기 때문에 어렵다."

국민의당과 합당한다거나 통합하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지금은 안 대표가 경선에 참여하고 싶으면 본인이 결단을 내려야 된다. 3월에 단일화 협상을 하는 것은 늦다, 이런 얘길 하고 있을 게 아니다."

만약 안 대표와 야권 단일화를 놓고 붙는다면 자신 있나.

"자신 있다. 선거는 이제 시작이다. 충분히 토론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얘기하면 국민들로부터 지지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단일화가 무산돼 다자 구도로 나가도 이길 수 있다고 보나.

"단일화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국민들의 마음을 잘 모으는 게 먼저다."

경쟁자인 오세훈 전 시장과 안철수 대표를 어떻게 평가하나.

"장점만 평가하겠다. 오 전 시장은 인상이 참 유하다. 안 전 대표는 뭘 얘기해야 할까. '국민 마음을 모아보겠다'고 한 건 좋았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월26일 출마 선언을 했다.

"정말 아쉬운 건 이번 선거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으로 생긴 선거이고 민주당의 당헌·당규까지 고쳐가며 나왔는데, 적어도 그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 그 부분에 대해 사과하면서 그다음을 얘기했으면 만점이었을 텐데. 그게 아쉬웠다."

이후 1월27일 박 전 장관과 민주당이 박원순 전 시장과 관련해 사과했다.

"뒤늦게라도 말한 것이 다행이다. 근데 그동안은 왜 사과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는지 모르겠다."

박 전 장관을 어떻게 평가하나.

"씩씩한 분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당 운영에 대해서도 좀 평가해 달라.

"큰 틀에서는 당이 가야 할 방향으로 잘 만들어가고 있다고 본다. 큰 틀에선."

아쉬운 점도 있단 건가.

"이 정도로만 말하겠다."

여론조사 대선 주자 1위로도 나왔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정치를 할 가능성도 크고, 대권 후보로 나설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직 검찰총장이라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거 같다. 또 지지율은 그때그때 다르지 않겠나. 앞으로 임기 후를 봐야 할 것 같다."

최근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성추행으로 사퇴했다. 정치권에 성 비위 사건이 끊이지 않는데.

"진보진영에서 그런 일이 계속 있다. 여성 인권을 굉장히 강조해 온 곳 아닌가. 그들의 민낯이 보이는 것 같아서 상당히 씁쓸하다. 그 안에 상당히 폐쇄적이고 제왕적인 문화가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선거에 임하는 각오를 말해 달라.

"정말 위기고 정말 비상상황이다. 정말 절실한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정에 있어 탁상형이 아닌 현장에 가는 시장이 되겠다. 정말 독하게 섬세하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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