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도 좋아서" "합의에 의해".. 딸 성폭행한 인면수심 아버지들

김동욱 2021. 2. 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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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도 좋아하는 것 같아서”, “딸과 합의해서”. 

친딸 또는 친족 관계의 딸을 성폭행한 혐의로 잇달아 법정에서 선 인면수심의 아버지들이 재판부에 둘러댄 이유다. 이들은 어린 딸들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크나큰 상처를 안겨주고도 범행을 부인하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감형받기 위해 항소했다. 재판부는 이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성주)는 사실혼 관계에 있던 여성의 10대 딸을 성폭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기소된 A(35)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원심이 명령한 12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이수와 7년 간 피고인에 대한 신상정보를 공개·고지하고 10년 간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유지했다.

A씨는 2018년 8월부터 2년간 친딸이나 다름없는 친족 관계의 딸을 모두 86차례에 걸쳐 성폭행하고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기관과 법원에 따르면 그는 2016년 피해자 등 두 자녀를 둔 여성과 사실혼 관계로 함께 생활해온 지 2년쯤 지나 나이 어린 딸에게 손을 대기 시작했다. 엄마가 새아빠라며 소개했던 남성이 강간범으로 돌변한 것이다. 딸은 완강히 거부했지만, 힘으로 제압하는 새아빠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평소 일을 나간 엄마를 대신해 어린 동생들을 돌봐오던 딸에게 있어 매일 악몽 같은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런데도 어린 딸은 피해 사실이 알려지면 엄마의 행복한 생활을 방해하고 동생들도 또다시 힘들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눈물만 훔치며 참고 또 참았다고 성폭력예방치료센터에 털어놨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청사
A씨는 또 딸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죽여버리겠다. 네 동생과 엄마도 죽이겠다”라고 화를 내며 가재도구를 집어 던지는 등 폭력적 성향을 빈번히 드러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이런 와중에도 인터넷 사기 행각을 벌인 뒤 달아났다가 경찰에 자수했고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딸에게 일삼은 성폭행 사실도 드러나 법정에 섰다.

그는 법정에서 “피해자가 성관계에 항상 동의했고, 피해자도 좋아서 성관계한다고 생각했다”라며 책임을 전가하는 주장을 하는 등 비정상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에 1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가족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피고인의 성폭력을 오랜 시간 견뎌온 것으로 보인다”면서 “반면 피고인은 사실상 친족 관계인 피해자의 순종적이고 착한 심성을 이용해 장기간에 걸쳐 성폭행해 엄히 처벌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그러자 A씨는 “자수했는데도 원심 재판부가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라며 양형부당과 법리 오해 등 이유로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범행 일시와 장소 등을 특정할 수 없어 기소되지 않은 범행도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거나 평생 감내해야 할 성적 수치심을 느꼈을 것이고 장래에 건전한 성적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해자와 그의 엄마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엄중한 처벌을 원하는 점, 사실상 친족 관계에 있던 어린 피해자를 성폭행한 죄 등에 비춰보면 원심이 너무 무겁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이날 같은 재판부는 친딸을 성폭행한 혐의(친족 관계에 의한 강간)로 기소된 B(50)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B씨는 지난해 4월쯤 자택에서 술을 마신 뒤 대학 진학을 앞둔 친딸을 힘으로 제압하고 2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친딸은 아버지가 화장실에 들어간 사이 집에서 빠져나와 경찰에 신고했다. 사건 이후 딸은 극심한 정신·육체적 고통을 이기지 못해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B씨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합의하고 성관계했을 뿐 강간이 아니다”라며 혐의를 극구 부인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과거 여러 차례 성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는데도 이번에는 친딸을 2차례 강간했다”며 “이로 인해 피해자가 큰 정신적 충격에 빠졌는데도 피고인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보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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