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성추행 신고하자 면담자의 첫마디 "너 요즘 왜 이렇게 시끄럽게 다니냐"[플랫]

플랫팀 twitter.com/flatflat38 2021. 2. 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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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처음 사내에 성추행을 신고했을 때 면담자의 첫마디가 ‘너 요즘 왜 이렇게 시끄럽게 다니냐’였다.”

“성희롱 사실을 알리자 사장이 회식 자리 전 직원 앞에서 ‘가해자를 너무 오해하지 마라. 따뜻한 사람이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민간 공익단체인 직장갑질119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직장인 성희롱, 괴롭힘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10건 중 9건이 수직적 권력관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피해 조사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업주는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지체 없이 조사에 착수해야 하지만 조사는커녕 가해자를 두둔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공개석상에서 피해자 망신주기로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고, 가해자 조사 기간 피해자와의 분리 조치가 단행되지 않은 사례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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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피해자는 “가해자가 사과했지만 받아주지는 않았는데 다른 상사가 ‘가해자가 잘생겼으면 안 그랬을 것 아니냐’고 했다. 가해자는 어떤 징계도 받지 않았고 이후에 또 다른 가해를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증언했다. 다른 피해자는 “제가 피해자인데 부서도 옮겨지고, 가해자는 뻔뻔하게 돌아다니고 모두가 합세해 저를 몰아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성희롱 신고부터 징계 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사 및 징계권자들과 면담을 해 본 적이 없다. 가해자만이 그들과 소통했다”면서 “사건이 처리되는 동안 성희롱이나 직장 내 따돌림을 조성했던 사람과 같이 근무해야 했다”고 말했다.

어떤 회사의 경우 피해자가 남자 직원의 성희롱을 호소하자 이를 은폐하고 피해자가 가해자를 좋아한 것처럼 모욕한 사례도 있었다. 이런 내용을 사장이 e메일로 작성한 뒤 전체 직원에게 회람했고, 그 이후 피해자에 대한 업무 평가는 ‘최하 등급’으로 떨어졌다.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구체적인 성희롱 제보 364건 가운데 신고 비율이 37.4%(136건)밖에 안 되는 점도 이처럼 녹록지 않은 현실을 보여준다.

직장 밖 신고에도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직장 내 성희롱 발생을 신고한 피해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는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토록 한다. 그러나 2018~2019년 노동청, 수사기관 등에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 신고 건수는 2380건인 데 반해 사법처리에 이른 사례는 20건에 불과하다.

📌[플랫] ‘직장 내 성희롱’ 회사 책임에 관대한 법원

가해자 처벌 이후 보복이 뒤따르는 사례도 적지 않다. 보고서에는 “가해자는 징계를 받았지만, 가해자와 친분이 깊은 사람이 제 선임으로 발령되면서 인사도 무시하고 업무 공유가 되고 있지 않다”거나 “4개월 동안 보복이 분명한 상사의 괴롭힘을 당했고 직장 동료도 저와 친하다는 이유로 직장 상사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나온다.

의지할 곳 없는 피해자들은 극도의 우울감 속에 ‘최악의 선택’을 강요받기도 한다. 피해자들은 “매일 본사 건물에서 투신하는 상상을 한다” “성희롱 신고 후 2차 가해로 우울증과 불면증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70%는 성희롱과 함께 직장 내 다른 괴롭힘도 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 피해자는 “새로 온 상사는 강제로 돈 상납을 요구하고, 수당도 마음대로 주고, 본인 집안일도 시켰다. 여직원들에게 ‘내가 술집을 차리면 치마 입고 서빙을 하라’ 등의 성희롱적 발언도 일상적으로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저는 술을 못 마시는데 술을 안 마시면 상사가 회식 자리에서 성추행하거나 자취방까지 스토킹을 하는 일이 추가로 일어났다. 직장 내에서 신고했지만 회사에서는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성희롱 행위자는 폭언, 폭행, 감시, 사생활 침해, 사적 업무 지시 등 여타 괴롭힘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직장 내 성희롱은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직장 내 괴롭힘의 형태 중 하나”라고 밝혔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직장 내 성희롱은 우월한 지위를 악용하는 행위자 문제이자 노동권을 보장하지 않는 회사와 이를 방치하는 행정당국의 문제”라며 “성희롱은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해 권력남용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사용자는 성희롱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사용자가 위임하는 권력남용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오경민 기자 5km@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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