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윤석열, 첫 대면 '16분'..'이성윤 인사' 놓고 충돌하나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 간부 인사를 놓고 본격적인 기싸움에 돌입했다. 박 장관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달리 검찰총장의 인사 협의권을 존중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취임과 동시에 윤 총장과 소통하는 모양새를 만들어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윤 총장 징계에 앞장섰던 이른바 '추미애 라인' 인사들에 대한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할 경우 윤 총장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독주의 검찰 인사가 계속될 우려가 상당하다는 게 검찰 내 시각이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거취가 새로운 법무부 수장과 윤 총장 간 관계 설정의 리트머스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16분의 만남…무슨 얘기 나눴나
박 장관과 윤 총장은 1일 오전 경기도 과청 정부과천청사에서 첫 공식 만남 자리를 가졌다. 박 장관 취임식 직전 윤 총장이 박 장관을 예방해 취임 축하 형식을 빌어 얼굴을 마주한 것이다. 관례상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취임식엔 참석하지 않고 별도의 만남을 통해 대면식을 갖는다.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인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지난해 10월 대검찰청 국정감사 이후 처음이다.
이들의 만남은 약 15분 정도 이뤄졌다. 법무부와 대검에 따르면 이들은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이 증인 출석했을 당시 기억과 사법연수원 동기 시절 지인들에 대한 담소를 나눴다. 조만간 인사에 관한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 자리엔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와 심우정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이 배석했다.
윤 총장은 박 장관을 만나기 전 "장관님의 취임 축하 예방차 온 것"이라며 "관례에 의하면 취임 축하 인사드리고 잠깐 차 한 잔 하고 취임식을 하셔야 하기 때문에 특별히 깊은 얘기를 많이 나눌 거 같진 않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과의 환담을 마친 후 법무부 청사를 나서며 검찰 인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아직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박 장관 역시 "이 지검장 관련해서 윤 총장과 인사 얘기를 나눈 게 맞는지" "민정수석으로부터 이 지검장 유임 의견을 전달받으셨는지"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인사 원칙 기조부터 정하겠다고 했는데 정하셨냐"는 질문에는 "아직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짧게 답했다.
이성윤 거취…한동훈 복귀 여부
검찰 안팎에선 윤 총장이 우선 서울중앙지검장인 이 지검장의 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하는 방안을 굳혔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지검장은 지난해 주요 사건에서 윤 총장과 갈등을 빚은 것은 물론 최근 '채널A' 사건에서 수사팀의 결재 요구를 묵살하는 등 중앙지검에 대한 통솔력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원지검이 수사 중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과 관련해 수사 외압을 가했다는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언급된다.
그러나 윤 총장이 직무복귀 후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수사 등 '살아있는 권력 비리' 수사로 여권에 칼 끝을 겨눌 수 있다는 우려가 잔존하고 있는 만큼 청와내 내에서는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카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찮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이 지검장의 유임을 고수하며 윤 총장의 의견을 묵살할 여지가 있어보인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채널A 사건'으로 좌천됐던 한동훈 검사장의 복귀 여부 역시 함께 연동될 가능성이 있다. 이 지검장은 한 검사장의 무혐의 처분 결재를 미루고 수사를 계속하도록 고집하고 있는데 이 지검장이 연임할 경우 한 검사장의 복귀도 물건너갈 공산이 적지 않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청와대나 여권 인사들이 한 검사장이 복귀해 어떤 방식으로든 수사 지휘봉을 잡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기류가 있어보인다"고 전했다.
박범계-윤석열 불가피한 충돌?
향후 검찰 수사권 전면 폐지를 둘러싼 '검찰개혁 시즌2' 역시 양측의 충돌 지점이 될 수 있다. 박 장관은 이날 취임사에서 "권력기관 개혁과제를 더욱 가다듬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며 "수사권개혁법령 시행에 따른 후속조치를 신속하게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위법한 수사를 통제하는 사법통제관으로서의 역할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며 "그에 걸맞게 검찰조직 또한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고 기소만 전담하는 공소청으로 바꾸겠다는 재편안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미 기존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을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까지 발의한 상태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때처럼 176석의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일 경우 불가능한 일이 아닌 일이다.
박 장관은 "변해야 할 때, 스스로 주체가 되어 바꿔야 한다"며 검찰이 개혁의 주체라고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사실상 '검찰개혁'을 내세워 '검찰 수사'를 압박하겠다는 의도와 달라진 게 없다는 게 검찰 내 시각이다.
결국 박 장관이 직구 대신 변화구를 내세웠으나 윤 총장의 '살아있는 권력 비리' 수사를 방어하기 위해선 추 전 장관과 똑같은 전략을 구사하게 될 것이란 의미다. 검찰 인사를 통해 윤 총장의 '식물총장'을 꾀하고 '검찰개혁'의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 검찰 수사를 막는 '투트랙' 전략이 이어지면서 박 장관 역시 윤 총장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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