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빠귀 둥지에 넣은 '8각 알'은 버려졌을까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알을 낳은 새 어미는 둥지에서 알껍데기나 나뭇가지 등 새끼를 감염시킬 수 있는 쓰레기를 보이는 족족 내다 버린다.
마크 하우버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캠퍼스 교수팀은 북미찌르레기(카우 버드)에 탁란 기생을 당하는 미국지빠귀가 둥지에 일련의 형태가 다른 가짜 알을 넣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조사했다.
이들 가짜 알을 둥지에서 발견한 지빠귀의 반응은 예상한 대로 일반적인 알 형태와 덜 닮은 알일수록 더 자주 내버린다는 것이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탁란 가려내느라 알의 폭에는 민감하지만 자연계 없는 각진 표면엔 둔감
알을 낳은 새 어미는 둥지에서 알껍데기나 나뭇가지 등 새끼를 감염시킬 수 있는 쓰레기를 보이는 족족 내다 버린다. 특히 탁란의 숙주가 되는 새는 자신의 알 사이에 남의 알이 끼어들까 봐 신경을 곤두세운다.
전적으로 탁란에 기대 번식하는 뻐꾸기 같은 기생자와 남의 알을 기르느라 자신의 새끼를 모두 잃는 개개비 같은 숙주는 다양한 방식으로 ‘전쟁’을 벌인다(▶뻐꾸기와 뱁새는 오늘도 ‘진화의 군비경쟁’ 중). 그렇다면 숙주인 새는 어떻게 자기 알과 맡겨진 알을 구분할까?
마크 하우버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캠퍼스 교수팀은 북미찌르레기(카우 버드)에 탁란 기생을 당하는 미국지빠귀가 둥지에 일련의 형태가 다른 가짜 알을 넣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조사했다. 연구자들은 3디(D) 프린터를 이용해 형태가 진짜 찌르레기 알부터 조금씩 달라지는 두 계열의 가짜 알을 만들어 지빠귀가 어느 단계부터 가짜를 가려내는지 알아봤다.
먼저 색깔이 찌르레기 알과 똑같은 옥색이고 무게도 동일하지만 둥근 알 표면이 조금씩 각진 부분을 늘린 알을 만들었다. 마지막 단계의 극단적 형태는 사방이 뾰족한 정팔면체였다.
다른 계열은 알의 길이는 그대로 두고 폭만 차츰 좁혀나간 형태였다. 타원형이던 알 모양은 마지막에 이쑤시개처럼 바뀌었다.
이들 가짜 알을 둥지에서 발견한 지빠귀의 반응은 예상한 대로 일반적인 알 형태와 덜 닮은 알일수록 더 자주 내버린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않은 반응도 나왔다.
알 표면이 매끄럽지 않고 각진 알이 우리 눈에는 이상하지만 지빠귀는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수류탄처럼 보이는 중간 정도로 각진 알의 절반은 버려졌지만 나머지는 품었다. 극단적인 정팔면체는 거의 언제나 둥지 밖으로 내던져졌지만 그 밖의 상당수 윤곽이 뾰족한 알은 살아남았다.
대조적으로 지빠귀는 알의 폭에 예민했다. 알의 폭이 정상 알의 75%에 이르기까지는 받아들이는 예가 더 많았다. 그러나 알 폭이 정상의 50%를 벗어나는 경우 대부분 버려졌다.
연구자들은 “자연계에서 알의 폭에는 변이가 많지만 각진 형태는 찾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알의 폭에 변이가 많다면 자칫 자신의 알을 탁란한 것으로 착각해 버리는 치명적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다.
또 찌르레기의 알은 일반적으로 지빠귀 알보다 크기 때문에 알의 폭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연구자들은 지빠귀가 각진 알을 버릴 때 머뭇거리는 이유는 “이런 형태가 자연계에 없기 때문에 이를 가려내는 능력이 진화과정에서 선택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인용 논문: Royal Society Open Science, DOI:10.1098/rsos.20161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성한용 칼럼] 김종인 ‘색깔론’은 어울리지 않는다
- ‘1% 유승민’이 ‘23% 이재명’만 집요하게 때리는 이유는?
- 문 대통령 “구시대 정치로 대립 부추겨”…‘원전 공세’ 작심비판
- 경실련 “국회의원 부부 4쌍 중 1쌍 농지보유…여의도 면적의 47배”
-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예방효과 62%…“고령층 접종 배제할 필요 없다”
- 구금된 수치는 누구? 50여년 군사정부 끝낸 민주화 상징
- 한투연이 찍은 ‘반 공매도’ 표적, 셀트리온·에이치엘비 주가 급등
- 안철수, 금태섭 ‘둘 먼저 단일화’ 제안에 “연락 오면 만날 것”
- [리얼미터] 대선 선호도…이재명 23%, 윤석열 18%, 이낙연 13%
- 인공지능 vs 농부…딸기 재배 대결 누가 이겼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