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네이버 성향 변호사단체장 줄줄이 당선.."유료법률 지식인 '엑스퍼트' 변호사법 위반"

박현익 기자 2021. 2. 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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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협회장, 서울변회장 모두 反네이버 성향
당선 직후 한목소리로 "법률 플랫폼 엄정 대응"
네이버 엑스퍼트 변호사법 위반 논란 가열될듯

이종엽(오른쪽) 대한변호사협회장과 김정욱 서울변회장. /이종엽 협회장 페이스북

최근 마무리된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 선거에서 잇달아 네이버에 적대적인 단체장들이 당선되며 앞으로 네이버와 변호사업계 간 갈등이 심화될 전망이다. 이들 모두 1호 공약이 법률 플랫폼에 대한 엄정대응이어서 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제96대 서울변회장에 김정욱 변호사가 뽑힌 데 이어 27일 제51대 대한변협회장으로 이종엽 변호사가 당선됐다. 지방변호사회 연합회인 대한변협은 변호사 2만9000여명이 등록된 국내 최대 변호사 단체다. 변호사들은 변호사 자격증이 생기면 반드시 대한변협에 가입해야 한다. 서울변회는 전국 변호사의 약 70%가 소속된 곳으로 지방변호사회 중 가장 큰 규모다.

두 당선자 모두 선거 운동 당시부터 공식적으로 서로의 지지를 선언하는 등 러닝메이트처럼 활동해 앞으로도 비슷한 색깔의 노선을 걸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협회장과 김 회장 모두 당선 후 일성(一聲)이 변호사 광고 플랫폼을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네이버는 현재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네이버의 전문가 상담 플랫폼 ‘지식인 엑스퍼트’가 변호사와 이용자 간 매칭 후 결제되는 대금의 5.5%를 수수료로 떼간 것이 발단이 됐다. 변호사법은 변호사 아닌 자가 변호사 업무, 수임과 관련해 금전 등의 대가를 받아 가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변호사 업계에서 두 차례 검찰 고발이 있었고 이 중 한 건은 김정욱 서울변회장이 접수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7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로 구성된 ‘한국법조인연합회’ 대리로 한성숙 네이버 대표와 엑스퍼트 관계자들을 고발했다.

당시 김 회장은 "현행법에 대한 해석, 입법론적 측면 어느 모로 보나 변호사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형태의 서비스"라며 네이버 엑스퍼트를 ‘기업적 브로커 행위’라고 규정했다. 김 회장은 "법조 플랫폼이 업계를 장악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비용을 높이는 원인이 되고 모든 부담을 그 이용자에게 돌아가게 한다는 점에서 결코 국민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김정욱 서울변회장 선거운동 포스터.

특히 이전 체제와 비교해 서울변회 입장이 확연히 달라지며 네이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임인 이찬희 대한변협회장 체제는 엑스퍼트가 변호사법상 문제 소지가 있다고 결론 내리고 "회원들이 네이버를 상대로 낸 형사 고발 사건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박종우 전 서울변회장 체제는 판단을 내리지 않고 줄곧 유보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앞서 로톡 등 기존 법률 플랫폼들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김 회장 등 고발한 측에서는 네이버가 결제 대금의 일정 비율(정률제)을 거둬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로톡은 일정 금액(정액제) 광고비를 받는 방식의 수익 모델을 취하고 있어서 검찰이 "단순 광고료일 뿐 변호사 업무 알선에 대한 대가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지만, 네이버 엑스퍼트는 직접 수익에 연동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대가성이 분명하다는 주장이다. 또 엑스퍼트의 결제 업무를 담당하는 결제대행 업체(PG사)가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이어서 사안이 더 중대하다고 보고 있다.

네이버에 대한 검찰 고발 사건은 현재 경찰이 넘겨받아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계속해서 참고인들을 불러 조사를 하고 있다"며 "아직 살펴볼 내용이 많아 변호사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네이버는 엑스퍼트 결제 대금으로 떼가는 수수료가 결제 서비스 운영에 드는 실비 변상 그 이상의 성격은 없다는 입장이다. 또 기존 일률적으로 5.5%씩 받던 수수료율을 각 결제수단별로 차등 적용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계좌이체 1.65%, 신용카드 3.74%, 네이버페이 3.74% 등이다. 네이버파이낸셜과 관련해서는 네이버에서 별도 분사된 독립 법인이기 때문에 엑스퍼트 서비스로 네이버가 직접 취하는 이익은 없다고 항변한다.

김정욱 회장은 "앞으로 서울변회 차원에서 네이버 고발 사건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며 "재정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회원들의 고발 대리를 한다거나 유권해석도 낼 것"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대한변협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고 플랫폼에 대한 목소리를 꾸준히 내겠다"면서 "아울러 공정거래법 위반과 관련해서도 법 위반 여지가 생기는지 계속 지켜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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