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집에서 오지 말래요" 코로나시대 '4인 차례'에 반색하는 이들

31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묘역에서 가족 단위 참배객들이 설날을 앞두고 미리 참배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설 연휴 온 가족(5인 이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불법이 됐다.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가 연장되면서 설 연휴(2월 11~14일)에도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가 유지돼서다. 시민들은 대체로 정부의 방역지침을 준수한다고 했지만 효과에 의문을 나타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거리두기에 지친 시민들에게 보다 확실한 지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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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5인 이상 모임 금지'에…"4인 차례 올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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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지난달 31일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는 설 연휴기간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며 "설 연휴에 최대한 귀성과 여행 등을 자제하고 비대면으로 안부를 나눠달라"고 당부했다.

직계가족이라도 거주지가 다르면 올해 설 연휴는 5인 이상 모일 수 없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임에도 차례 등 기존 전통을 따르기가 어려워진 셈이다.

상당수의 시민들은 협조 의사를 밝혔다. 오히려 설 연휴의 부담을 피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향이 대전인 대학생 김모씨(24)는 올 설에는 충남 보령에 위치한 큰집을 가지 않고 부모님만 만나기로 했다. 매 명절마다 20명씩 모였지만 코로나 감염 우려로 큰집에서 방문을 거절해서다.

김씨는 "집합금지 조치는 감염확산을 막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면서 "오히려 며느리인 엄마의 부담이 줄어서 자식 입장에서 좋은 조치"라고 밝혔다.

민모씨(25)도 종손인 아버지를 따라 충북 진천에사 '4인 차례'를 올릴 계획이다. 코로나 전에는 15~16명이 모여 차례를 드렸지만 이제는 가족별로 내려가 할머니를 뵙기로 했다. 민씨와 아버지·어머니가 첫날 방문해 차례를 올리고 떠나면, 둘째날에는 작은 아버지 가족이 방문하는 식이다.

민씨는 "코로나 이후 차례상도 간소하게 줄여 준비가 힘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모임금지는 정부도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본다"고 했다. 올 설 연휴 기차 승차권 사전예매율은 지난해 추석의 85% 수준으로 떨어졌다.

KTX-이음이 개통식이 열리는 지난달 4일 오전 원주역사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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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가족 만난다"…실효성 떨어진다는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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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정부의 발표와 상관없이 평년대로 설날을 보내겠다는 입장이다. 사적 모임 제한 효과에 의문을 나타내기도 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모씨(25)는 올 설에도 어김없이 경기도에 위치한 종가로 갈 예정이다. 코로나 때문에 모이는 인원이 줄지는 않을 전망이다. 김씨는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를 알고 있지만 그래도 모인다"면서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A씨(32)도 이번 연휴 때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대구로 내려간다. 모이는 인원은 약 10명이다. A씨는 "이번 명절에 뵙지 않으면 (할머니가) 언제 다시 세배 받으실 수 있을지 모른다"면서 "공무원들도 5인 이상 회의하는데 왜 가족이 모이는 것을 반대하냐"고 반문했다.

설 모임 규제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 용산에 거주하는 윤모씨는 "올해 설에는 차례에 참여하지 않지만 거리두기가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다"면서 "차례를 안가면 시내 쇼핑몰이나 관광지로 사람이 몰릴텐데 이미 평소 주말에도 쇼핑몰 주차장에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방역 전문가들도 이번 설 연휴 금지 조치가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5인 이상 모이지 말라는 것은 사실상 설 명절을 쇠지 말라는 의미"라면서 "그러나 아예 설을 보내지 말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확진자도 줄어드는 가운데 집합금지 조치를 불필요하게 연장하고 있다"면서 "앞뒤 안 맞는 조치가 계속되면서 전국민이 피로한 상황인데 스트레스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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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결 기자 hanj@mt.co.kr, 김나현 기자 itsmena@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