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자문단, 아스트라 백신 고령자도 접종 권고(종합)
‘고령자 임상 데이터 부족 논란’ 중 전문가 자문 결과
전문가 다수 "65세 미만과 결과 비슷해 배제 못 해"
"30대 접종자 ‘횡단성 척수염’ 발생…모니터링 필요"
이달 62만명분 도입…"임신부는 접종 제외 권고"
식품의약품안전처 ‘안전성·효과성 검증 자문단’은 65세 이상 고령자도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다고 권고했다.
식약처는 1일 오후 3시 10분 브리핑을 통해 전날 이뤄졌던 검증 자문단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식약처는 "다수의 전문가들은 임상시험이 고령자를 포함한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설계됐고, 백신 투여받은 고령자의 면역반응이 (65세 미만) 성인과 유사했으며, 안전성 프로파일(경향성)이 양호했다"며 "임상시험 참여 대상자 중 고령자 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고령자 접종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이달 정부가 국내 도입하는 첫 백신이지만, 2분기 우선접종 대상자인 고령자 약 850만명에게는 사용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에 비해 고령자의 임상 데이터가 부족해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최근 국제사회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독일, 프랑스 등 일부 유럽국가들에서는 고령자를 이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권고가 나온 바 있다.
검증 자문단의 다수 전문가는 이 국가들과 다른 평가를 내렸다. 이날 식약처에 따르면 고령자 660명을 대상으로 예방 효과를 평가한 결과, 접종 후 감염 사례는 경증 환자 1명에 그쳤다. 예방 효과를 나타내는 지표들(항체가, 혈청전환율 등)이 전연령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자 2109명을 대상으로 평가한 안전성 시험에서도 고령자의 접종 후 이상반응 발생률은 65세 미만 성인과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이었다. 주사부위 통증, 오심, 발열, 두통, 근육통, 관절 등 예상되는 이상반응 발생률은 고령자가 82.4%, 65세 미만 성인이 87.7%였다. 전신 알레르기 증상인 아나필락시스와 같은 중대한 이상반응은 전연령에서 나타나지 않았다.
식약처는 "다만 ‘고위험군인 고령자에 대한 자료가 부족해 예방효과가 입증되지 않았고 중화항체가가 65세 미만 성인에 비해 낮아 추가 임상 결과를 확인한 후 허가사항에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수 전문가 의견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중화항체가는 여러 항체 중에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가 몸속에 만들어지는 양이다. 중화항체가가 접종 전보다 4배 이상 증가한 접종자 비율인 ‘혈청전환율’은 65세 미만 성인이 80.7%, 고령자가 64%로 나타났다.
식약처는 그러면서 "검증 자문단이 어느 한 의견으로 만장일치를 이룬 건 아니다"라고 했다. ‘65세 미만으로 접종 대상을 제한할 가능성이 여전히 있느냐’는 질문에는 "저희(식약처)가 (검증 자문단으로부터) 가이드라인을 권고받았다는 사실 외에는 따로 드릴 말이 없다"고 답했다.
전연령 대상 전반적인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서는 "약 62%의 예방 효과를 나타냈으며 이것은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내외 코로나19 백신 효과 평가 기준인 ‘50% 이상’을 만족하는 결과이고, 안전성 프로파일은 허용할 만한 수준으로 판단된다"며 "미국에서 진행 중인 임상시험에 대한 분석자료를 추후 제출하는 조건으로 국내에서 허가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피시험자들의 중화항체가는 접종 전보다 약 8.5배 높아졌다.
다만 30대 피시험자에게 나타난 ‘횡단성 척수염’을 포함한 신경계 관련 이상반응 발생에 대해서는 허가 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투여받은 18세 이상 1만 2021명 중 79명(0.7%)에게서 횡단성 척수염을 포함한 ‘중대한 이상사례’가 보고됐다.
검증 자문단은 또 임신부의 접종은 권장하지 않았다. 출산 후 모유 수유 중인 사람은 접종받을 수 있지만 ‘이 백신이 모유 중으로의 분비 여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는 주의사항을 안내할 것을 제안했다.
검증 자문단은 1, 2회차 접종을 4~12주 간격으로 받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지만, 실제 접종 시에는 추가 전문가 자문을 거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전날 검증 자문단 회의에는 감염내과 전문의, 백신 전문가, 임상 통계 전문가 등 8명의 외부 전문가가 참석했다. 식약처는 검증 자문단에 이어 중앙약사심의위원회(중앙약심), 최종점검위원회의 전문가 3중 자문을 모두 거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국내 사용 허가 여부와 접종 대상을 결정할 방침이다. 앞으로 남은 두 단계의 자문에서도 이날과 비슷한 자문이 이뤄질 경우, 고령자도 이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게 된다. 2단계인 중앙약심 자문 회의와 결과 공개는 오는 4일 이뤄진다.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와의 계약을 통해 이달 내 62만명분(125만회분)을 시작으로 3분기까지 총 1000만명분의 백신을 국내에 도입할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 위탁생산을 맡는다.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서도 다음달까지 30만명분 이상, 2분기까지 130만~219만명분을 추가로 들여온다. 이달 중순 들어오는 화이자 백신 6만명분을 제외하면 사실상 일반 국민이 접종받을 수 있는 첫 백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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