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람들의 일상 속 표정..새삼 떠오르는 분단과 평화
[경향신문]
·사진가 임종진, <평화로 가는 사진 여행> 펴내
·북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 담은 사진 산문집
분단이 70년을 넘어섰지만 남북한은 아직도 철책선을 두고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세계는 냉전체제 유산을 털어낸 지 오래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견고한 분단 체제가 유지되는 실정이다. 이산가족 등 많은 이들의 열망에도 불구, 인도적·문화적 교류마저도 막혀 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가깝지만, 오고가지도 만나지도 못하는 역설적이고 안타까운 상황이다. 그 사이 유구한 역사를 공유한 문화적 동질감의 자리에 낯선 이질감이 스멀스멀 들어차고 있다.
사진가 임종진의 <평화로 가는 사진 여행>(오마이북)은 그 북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 모습, 다양하고 생생한 얼굴 표정, 갖가지 풍경 등 200장의 사진과 담백한 글을 엮은 사진 산문집이다.
사진기자로 6차례의 방북을 통해 촬영하며 느끼고 또 사유한 것들을 담백한 글로 엮었다. 저자의 딸 리솔이와 사진을 한 장씩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의 책은 그동안 우리가 잘 보지못했던 북한 사람들의 일상을 눈 앞에 소개한다. 리솔이로 상징되는 독자와의 대화, 또 사진을 통해 저자는 그들에게 가진 고정관념을 조금씩 덜어내며 삶의 보편성, 남북 평화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사진들은 북한 사람들의 일생을 상징하듯 갓 태어난 아기부터 백발의 어르신들까지의 순서로 배치됐다. 평양의 대표적 산부인과 병원이라 할 평양산원에서 만난 갓난 아기, 젖먹이반~젖떼기반~밥먹이반으로 이어지는 개구쟁이 아이들, 친구들과 어울린 등하교길의 학생들은 장난끼 가득하고 공부하는 모습은 의젓해 보인다. 연인들은 강변에서 데이트를 하고, 신혼부부의 웃음은 환하다. 출퇴근길의 풍경, 단풍놀이를 하거나 술에 취한 중년들의 모습도 낯설지 않다.
그의 카메라는 새벽부터 밤까지,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휴일 풍경이나 추석·집단체조 등 여러 행사, 군인들까지 갖가지 일상을 포착했다. 북한 사람들의 모든 것을 담았다고는 할 수없겠지만 평소 접하지 못한 그들의 일상적 삶의 모습이 생생하다. 그야말로 ‘사람 사는 것 다 똑같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실제 저자는 2018년 ‘북녘의 일상: 사는 거이 다 똑같디요’라는 북한 관련 사진전을 열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이념과 체제의 구분으로 갈라져 살아온 무거운 역사적 인식을 잠시 내려놓고 또 다른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웃음으로 살펴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한다. 고정관념을 벗어놓고 한번쯤 그저 사람 대 사람으로 서로를 지긋이 바라봤으면 하는 저자의 당부로 들린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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