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말투" 진술에도..익산 토박이에 삼례슈퍼 누명

옥성구 2021. 2. 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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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2월 전북 삼례 나라슈퍼 사건
'삼례 3인조' 2016년 재심 무죄 판결
법원 "진범 혐의없음, 현저히 불합리"
"검사로서 직무상 의무 위반해 손해"
[전주=뉴시스]윤난슬 기자 = 지난 2016년 전주지방법원에서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이 재심 재판이 열린 가운데 무죄가 선고되자 재심청구인들과 유가족들이 기뻐하고 있다. 2016.10.28. yns4656@newsis.com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이른바 '삼례 나라슈퍼' 사건에서 검찰은 "경상도 말투를 사용했다"는 피해자 진술을 무시한 채, 전북 익산시 토박이로 경상도 말투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3명에게 누명을 씌운 것으로 드러났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부장판사 박석근)는 최근 이 사건의 범인으로 누명을 썼던 일명 '삼례 3인조'와 그 가족들이 국가와 당시 수사검사 최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 사건은 지난 1999년 2월6일 오전 4시께 전북 완주군 삼례읍 삼례리에 있는 '나라슈퍼'에 3인조 강도가 침입해 당시 3명의 할머니 눈과 입 등을 청색 테이프로 묶고 현금과 패물을 강취한 사건이다.

범인으로 지목된 임모(당시 20세)씨와 최모(당시 19세)씨, 강모(당시 19세)씨는 흉기를 들고 '나라슈퍼'에 침입해 할머니들을 협박해 강취하고, 이 과정에서 청색 테이프로 유모 할머니 입을 틀어막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과정에서 임씨와 강씨는 범행을 자백했고, 최씨는 처음에는 부인하다가 2회 조사부터 범행을 시인했다. 1심에서 이들의 혐의가 모두 유죄 판단돼 임씨는 징역 6년, 최씨와 강씨는 각 단기 3년~장기 4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모두 항소했지만 기각됐고, 임씨는 1999년 7월22일 상고 포기, 강씨는 1999년 7월30일 상고기간 도과로 형이 확정됐다. 최씨는 상고했지만 1999년 10월22일 상고가 기각돼 형이 확정됐다. 이후 이들은 모두 복역을 마쳤다.

부산지검은 1999년 11월 진범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내사에 착수한 뒤 사건을 이송했고, 전주지검은 임씨 등을 기소했던 검사 최씨에게 사건을 수사하도록 했다. 최씨는 진범 3인 자백에 신빙성이 없다며 무혐의 처분하고 내사를 종결했다.

임씨 등은 2015년 3월 "경찰의 강압수사에 허위자백을 했다"며 전주지법에 재심을 청구했고, 진범이 범행을 자백하며 결과가 뒤집어졌다. 이후 임씨 등은 2016년 10월28일 재심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고, 이 사건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법원은 당시 경찰 조사의 위법성과 더불어 특히 검사 최씨의 진범 3인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우선 경찰 조사 과정에 대해 "사법경찰관 등이 임씨 등에게 욕설을 하고 폭행을 하면서 범행 과정을 일일이 지시해 임씨 등으로 하여금 자신들의 의도대로 범행을 구체적으로 재연할 것을 강요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한 임씨의 "일단 제가 인정을 하면 경찰이 안 때리니깐요"라고 한 진술, 최씨의 "저는 겁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거짓자백을 한 거에요"라고 한 진술, 강씨의 "진술서가 안 맞아 거짓말 한다며 때렸다"고 한 진술을 제시했다.

나아가 검사 최씨의 수사지휘 및 내사종결의 위법성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내사 종결한 것은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거나 또는 경험칙·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특히 청색 테이프로 눈이 가려져 범인 얼굴을 보지 못했던 피해자 할머니가 사건 직후 '경상도 말씨를 사용한다'고 범인의 주요 특징을 진술했는데 이를 배척한 정황이 부적절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진범 3인은 부산의 초등학교 선후배로 경상도 말씨를 사용해 피해자 할머니가 진술한 범인 특징에 부합하는 반면, 임씨 등은 모두 익산 토박이로서 경상도 말씨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사 최씨가 당시 진범 3인이 조사 과정에서 나라슈퍼의 위치, 방의 가구배치와 잠을 자던 피해자들의 위치, 실제 강취한 패물을 부합하게 진술했음에도 이를 확인하지 않고 현장 검증도 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사 최씨는 원점으로 돌아가 사건 범행의 진범을 밝혀내고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를 한 것이 아니라, 진범 3인의 진술과 실제 현장 사이의 모순점이나 불일치를 찾아내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최씨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실체적 진실에 입각한 국가 형벌권의 실현을 위해 피의사건을 조사해 진상을 명백히 밝혀야 하는 검사로서 직무상 의무를 고의 또는 중과실로 위반해 임씨 등에게 손해를 가했다"고 밝혔다.

결국 재판부는 국가가 임씨 등 3명과 가족 13명에게 총 15억6553만여원을 지급하고, 이 중 검사 최씨가 3억5593만여원을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astleni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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