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성지' 주금공 사장 선임, 한 달째 표류 중

조귀동 기자 2021. 2. 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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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임기가 끝난 이정환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 사장의 후임 인선이 한 달째 표류 중이다. 주금공은 지난해 일찌감치 임원추천위원회에서 복수의 후보자를 금융위에 추천한 상태다.

/조선DB

새 사장 인선이 이례적으로 늦어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금융위나 정치권 인물이 잇달아 금융공기업 임원 자리를 꿰차면서 나오는 ‘낙하산’ 논란을 의식하는 탓이다. 두 번째는 주금공에 선임해야 할 후임 임원 인사가 여러 명이라는 것이다. 사실상의 임명권을 쥐고 있는 청와대 내부에서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 아니냐는 관측이다.

금융계 안팎에 따르면 이정환 주금공 사장은 지난달 2일 임기가 끝났지만 한 달 가까이 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후임 인사도 깜깜이다. 주금공 관계자는 "구체적인 후임 사장 인사 일정 등이 없다"며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우리도 말해줄 수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금융계 안팎에서는 최준우 전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 내정됐다는 설이 파다했다. 최 전 상임위원은 행정고시 35회로 금융위 금융소비자국 국장을 역임했다. 주금공은 지난해 임원추천위원회를 열어 복수의 후보자를 추천했는데, 그 과정에서 최 국장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 것이다.

이정환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과 후임으로 거론되는 최준우 전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왼쪽부터). /주택금융공사·금융위원회

주금공 사장 인선이 한 달째 표류 중인 가장 큰 이유는 낙하산 논란 때문이다. 계속되는 낙하산 논란에 금융위가 몸 사리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이른바 ‘관피아’가 가장 기승을 부리는 곳이 금융위라는 지적이 잇따른 것도 부담 요인이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전 금융위 부원장)과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전 금융정보분석원 원장·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대표적인 금융위 출신 인사다.

은행연합회를 비롯해 손해보험협회, 생명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등 업종별 이익단체 회장과 2인자인 전무직 모두 금융위 출신이 독식했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금융위가 이례적일 정도로 자리를 싹쓸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임 사장 선임이 늦어지는 또 다른 이유는 주금공에 임명해야 할 임원 자리가 많다는 것이다. 주금공은 3월 임기가 끝나는 이동윤 상임감사와 2월 임기가 끝나는 손봉상 비상임이사의 후임자 인선 공고를 낸 상황이다. 그런데 이정환 사장, 이동윤 상임감사, 손봉상 비상임이사(남경이엔지 상무) 세 명 모두 정치권 낙하산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정치권 인사를 낙점하는 과정에서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관측이 금융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주금공이 금융공기업 중 유독 정치권 인사가 많다"며 "상대적으로 여론의 조명을 덜 받고 전문성이 필요없는 데다, 문재인 정부의 거점인 부산에 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이 사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국정상황실장을 역임했고, 2008년 한국거래소 사장에 취임했다. 그런데 같은 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검찰 수사, 감사원 조사 등이 이어졌고 결국 2009년 떠밀리듯 자리에서 밀려났다. 2017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당시 후보의 부산시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지냈고, 19~20대 총선에서는 각각 부산 남구갑에 출마했다.

이동윤 상임감사는 전 부산시의원(더불어민주당)을 지냈고, 손봉상 상무는 노무현재단 기획위원으로 일했으며, 2010년 부산 사상구의회 구의원(민주당)에 당선되기도 했다.

한편, 이 사장의 지난해 연봉은 2억1000만원이고 성과급(2019년 기준 7100만원)이 따로 붙는다. 이 상임감사의 연봉은 지난해 1억6900만원. 2019년 성과급은 5800만원이었다.

주금공은 올해 유독 상임이사와 비상임이사 교체가 많다. 한국은행 몫인 상임이사 한 자리는 지난 1월 31일 임기가 끝났다. 비상임이사 3명도 3~4월 임기가 끝난다. 이 가운데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인 조민주씨(변호사)와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 지지 선언을 한 손판도 동아대 교수 등이 있다.

금융공기업의 정치권 낙하산 문제는 주금공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지난달 한국수출입은행 감사로 선임된 김종철씨(변호사)는 문 대통령과 경희대 법대 동문으로 지난 대선 당시 법률 자문을 해주었다. 2018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가스공사 사외이사를 지냈다. 수출입은행은 김종철 감사 바로 직전에는 조용순 전 대통령실 경호처 본부장을 감사로 선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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