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중전선' 쿼드서 밀려나는 한국..정부 '소극적 모호성'

영 쿼드 가입 가능성 제기..일각선 '韓 제외' 관측

(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반중(反中) 논의의 장'에서 한국이 소외돼가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모호성을 취하고 있는 한국에 대해 미국이 '전략적 가치'를 다르게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의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참여 안보협의체)를 계승·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반중 포위망인 '쿼드'에 영국이 참여할 가능성이 나오면서 한국이 점점 뒷전으로 밀려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쿼드는 '인도태평양판 나토'라고도 불린다. 지난 2019년 출범했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견제 정책 중심에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쿼드 4개국은 합동군사훈련도 실시한다. 지난해에는 미국·일본·인도의 연례 합동 훈련인 '밀라바르'에 소극적 입장을 견지하던 호주가 13년 만에 참가하기도 했다.

미국은 지난해 쿼드에 한국과 베트남, 뉴질랜드 3개국이 추가된 '쿼드 플러스' 구축 구상을 언급했지만 이에 대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다른 국가들의 이익을 자동으로 배제하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최근 정부의 입장도 사실상 변한 게 없다는 평가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조심스러운 기류가 감지되지만 즉답을 피하는 모양새다. 한 외교 소식통은 강 장관의 당시 발언이 지금도 유효한지에 대해 "쿼드 관련 다양한 추측과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거기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고만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비(非)쿼드국 온도차'도 감지된다는 평가다.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지난달 28일 새벽 미일 정상통화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의 중요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한중 정상통화가 이뤄진 지 이틀 만에 성사된 통화였다.

그간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두고 전략적 가치를 다르게 본다는 분석이 있었다. 특히 미국이 한국을 '린치핀'(Linchpin·핵심축)으로 일본은 '코너스톤'(Cornerstone·초석)이라 칭하는 용어 차이에서도 일련의 기류를 감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현실적으로 일본은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그간 한국은 쿼드 참여에 부정적이었다. 미국 입장에서는 일본이 동맹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쿼드 가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부분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평가다. 영국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반중행보 참여로 '활로'를 찾을 것이라는 관측의 연장선상에서다.

실제 데일리 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들은 최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인도를 방문할 때 쿼드 참여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편 미국이 쿼드 구상에 대한 한국 참여를 본격적으로 요구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중국을 견제하는 데 있어 인도와 호주는 지리적으로 너무 멀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동남아시아가 중요하다"며 "한국에 대한 참여 압박이 본격화 될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