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서 '고용난민' 된 비정규직..실직경험 약 9배"

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2021. 2. 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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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1.2배 늘 사이 비정규직 실직은 8.5%→36.8% '폭증'
비정규직·5인미만 사업장에 피해 집중..지원책은 '정규직 중심'
직장갑질119 "코로나 종식까지 재난실업수당 줘야..특단대책 필요"
직장갑질119 제공
#1. "회사가 코로나19를 이유로 7개월 간 급여를 30% 삭감했습니다. 정부 지원금 수령 후에 돌려줄 거라며 급여를 70%만 주었고, 정부에 휴업수당을 지급했다고 신고했는데 사실은 정상근무를 했습니다. (정부에서 주는)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았는데도 깎인 급여 30%는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수습기간에 대한 퇴직금 미지급, 최저임금 미달 등 근로기준법 위반이 한두 건이 아닙니다."

#2. "2019학년도 제주항공 객실승무원 공채에 합격했지만 아직도 입사를 못하고 3년째 대기 중인 '입사예정자'입니다. 두 달 안에 입사할 거라고 해서 각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퇴사하고, 이사하며 입사만을 기다리다 3년이 흘렀습니다. (공채 합격자인) 저희 24명은 아직까지 무직 상태입니다. 휴업수당이나 고용유지지원금도 받지 못한 채 회사가 부르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코로나19가 국내로 유입된 지 만 1년이 넘었다. 이로 인한 실직 등 직접적인 경제적 타격은 비정규직이 정규직에 비해 약 9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해당 단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4월·6월·9월·12월 4차에 걸쳐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일자리를 잃은 직장인들은 1차 당시 5.5%에서 2차 12.9%, 3차 15.1%, 4차 17.2%로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고용형태별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크게 벌어졌다. 법적으로 고용안정성을 보장받는 정규직은 1차 2.5%→2차 4%→3차 4.3%→4차 4.2%로 한 자릿수 내외에서 증가세를 보인 반면, 비정규직은 1차 당시 8.5%에서 2차 26.3%→3차 31.3%→4차 36.8%로 8달 사이 4.3배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과 비교하면 8.8배나 높은 수치다.

직장갑질119 제공
노동시간에 따른 소득 감소도 비정규직 쪽이 월등히 앞섰다. 정규직 근로자들은 17.5%가 '소득이 줄었다'고 답변했지만, 비정규직은 55.3%, 프리랜서는 67.9%로 집계돼 정규직의 3~4배 수준을 기록했다.

피해를 제대로 보전받지 못한 경우도 허다했다. 지난해 12월 4차 조사에서 실직 후 '실업급여를 받지 못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77.3%에 달했다. 정규직은 68%가 실업급여를 받은 경험이 없다고 답했고, 프리랜서나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무려 86.7%가 해당사항이 없다고 응답했다.

실업급여 미수령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힌 '고용보험 미가입' 역시 정규직은 17.6%, 비정규직은 69.2%가 '그렇다'고 답해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긴급토론회를 열고 이같은 조사결과를 발표한 직장갑질119는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실직과 소득감소를 월등히 더 많이 경험했지만 낮은 고용보험 적용률로 코로나19로 사태로부터 보호되기 어려웠다"며 "정부의 코로나19 일자리·지원정책의 실패가 빚은 참사"라고 밝혔다.

특히 비정규직, 상시근로자가 '5인 미만'인 영세사업장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음에도 지원책은 정규직 위주로 추진돼왔다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직장갑질119는 "소상공인에 대해서도 1단계 16조 4천억원, 2단계 10조원 등 자금이 계속 지원되고 있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유지 연계 등 보호조치는 전혀 없다"며 "일자리 대책 중 가장 중요한 건 실직을 막는 것인데, 고용유지지원금과 무급휴직 지원제도 역시 모두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어야만 그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특고·프리랜서 노동자 220만여명과 '4인 이하' 사업장에서 근무 중인 226만여명은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70만여명의 특고 노동자 등에게 3차례에 걸쳐 지급된 긴급고용안정지원금 또한 약 100~200만원에 불과해 "1년간의 지원으로는 너무 적은 금액"이라고 비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실시되면서 영업이 전면금지되거나 제한된 업소들에서 일해 온 노동자들을 위한 대책이 전무하다는 점도 언급됐다. 소규모 사업장이 많은 자영업 특성상 고용보험에 가입돼있지 않은 노동자들이 대부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직장갑질119 권두섭 대표는 "장기 무급휴직자·실업자, 자영업자 등 코로나19로 위기를 맞고 있는 사람들,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재난실업수당' 같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줄어든 기존 소득이나 최저임금의 70%, 고용유지지원금 기준 등 수준은 다양하게 검토가 가능하다. 코로나19 종료 시까지 이같은 재난실업수당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아프면 쉴 수 있도록 법정 유급병가제도와 저임금·비정규직·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상병급여(건강보험)를 도입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가지가 모두 없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며 "전국민고용보험 도입과 소득파악 시스템 구축, 산별교섭 등 초기업단위 교섭을 제도화해 위기 시 산업 내에서 다양한 대안들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 또한 "전국민 사회안전망 구축 방안으로 '전국민 소득보험'을 제안한다"며 "형평성과 재원문제 해결을 위해 소득활동을 하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기존 고용보험상 급여수준을 넘어 사회재난 등 긴급하게 수급이 필요한 경우 지급할 수 있는 긴급생활안정급여와 소득손실에 따른 소득보전급여를 포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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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leun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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