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프로세스·탈원전 훼손 우려에 靑 강공..자신감? 과민반응?
'남북정상회담' 소재 논란 되풀이에..선거 앞둔 '북풍공세' 차단 주력
(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 북한 원전 건설 추진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초강경 대응에 나서며 국민의힘과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북한에 원전을 극비리에 건설하려 했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 실무 공무원의 아이디어 차원의 내부검토 자료일 뿐이지, 정부에서 추진한 적 없다는 입장을 잇달아 내며 단일대오를 형성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9일 내부 회의에서 "수많은 마타도어를 받아봤지만 이건 터무니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의 당일(29일) 공식 브리핑은 이와 같은 문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변인은 "아무리 선거를 앞두고 있다 해도 야당 대표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은 혹세무민하는 발언"이라며 "정부는 법적조치를 포함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이례적인 강경대응의 배경에는 우선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의혹이 '사실이 아니다'라는 내부적인 자신감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31일) "정부가 북한에 원전 건설을 극비리에 추진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정부 정책으로 추진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업부는 해당 문건은 에너지 분야 협력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본문 4쪽, 참고자료 2쪽 등 총 6쪽 분량의 내부 자료라고 설명했다.
또한 산업부는 "문서는 서문(序文)에 '동 보고서는 내부검토 자료이며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님'을 명시하고 있으며, 결문(結文)에서는 '북미 간 비핵화 조치 내용·수준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높아 구체적 추진방안 도출에 한계가 있으며, 향후 비핵화 조치가 구체화된 이후 추가검토 필요'라고 검토의 한계를 기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역시 1일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남북관계와 한반도 전체의 신경제 구상 관련 논의를 총괄하는 통일부 차원에서 북한에 원전을 지어준다는 논의를 한 적이 없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사실이 아니라는 자신감을 넘어서 김 위원장의 의혹 제기 시점을 두고, 선거를 앞두고 '색깔론'을 꺼내 들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 넘은 정치공세고 색깔론이다"라며 "국민을 혹세무민하는, 터무니없는 선동"이라고 비판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의 문제제기는 처음부터 가짜쟁점이고 상상쟁점이었다"고 밝혔다.
선거를 앞둔 북풍공세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당시 NLL(북방한계선) 포기 발언을 했다는 주장으로 북풍공세에 휘말렸던 '경험'이 판단의 근거다.
아울러 북한에 '퍼주기' 논란을 넘어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측에 건넸던 '한반도 신경제구상' USB마저 이번 사안에 휘말릴 조짐을 보이면서, 문 대통령의 핵심 국정운영 성과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까지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의혹을 조기에 차단하지 않을 경우 야권이 문재인정부의 핵심 국정기조의 하나인 '탈원전' 정책을 흔드는 무기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강력 대응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야권은 정부가 앞에서는 '탈원전' 정책을 강력 밀어붙이면서도 북한에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한편 재보선을 앞둔 여권의 강경 대응과 그에 따른 강대강대치가 '지지층 결집'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연일 국정조사와 특검 등을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청와대는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김 위원장에 대한 법적조치와 대응수위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권의 핵심 현안인 남북 협력 문제가 의혹의 한가운데에 등장해 공방의 소재가 되는 것 자체로, 정권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을 너무 키운 게 아니냐는 신중론도 나온다.
silverpa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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