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엑슨모빌·셰브론 합병논의.. '세계 2위 정유업체' 탄생하나

작년말…코로나 타격 재정압박

합병시 시장 가치 3500억달러

바이든 정부 독점금지 등 난관

미국 대형 석유회사인 엑슨모빌과 셰브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저유가에 따른 손실이 커지면서 양사 간 합병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양사가 합병에 성공할 경우 생산량 기준으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인 아람코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 큰 석유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3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엑슨과 셰브론의 CEO인 대런 우즈와 마이크 워스가 지난해 말 합병에 대해 의논했다고 보도했다. 양사 간 합병이 성사된다면 에너지 업계 사상 최대 규모 합병으로, 시가총액·생산량 기준 아람코에 이어 두 번째가 된다. 합병 기업의 가치도 3500억 달러(약 390조 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WSJ는 “양측은 예비논의 수준으로 현재 진행형은 아니지만, 향후 재개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양사가 합병 논의를 진전시키고 싶다 해도 조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에 직면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 문제를 미국이 직면한 최대 위기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지난해 10월 “미국이 석유 산업에서 벗어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독점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양사가 존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며 “합병이 성사되면 1911년 미국 당국의 독점 규제로 여러 회사로 나뉘었던 스탠더드 오일처럼 거대 정유회사가 탄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엑슨은 7년 전만 해도 미국에서 성장성을 인정받는 기업이었다. 당시 기업가치는 4000억 달러(440조 원)를 웃돌았으며 셰브론의 2배 수준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손실이 커지면서 기업가치가 급락했다. 특히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다우존스30산업평균’ 지수에서 1928년 편입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제외됐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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