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실업, 고립.. 코로나19 그림자는 가난할수록 짙다
[경향신문]
소득이 적을수록 코로나19로 겪은 우울감(코로나 블루)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적을수록 고립된 채 홀로 보내는 시간은 늘었고, 경제적 부담은 커졌다. 일자리를 잃는 경험(실직)도 저소득층에 집중됐다. 코로나19가 드리운 그림자가 차별적으로 적용된다는 뜻이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은 이달 20일부터 25일까지 여론조사 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코로나19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1일 발표했다.
소득수준별 우울 증상을 조사한 결과 소득이 낮을수록 우울 증상을 겪은 비중은 높고, 소득이 높을수록 우울 증상을 겪은 비중이 낮은 경향이 뚜렷했다. 200~299만원을 버는 응답자의 47.2%가 우울 증상을 겪었다고 답해 코로나 블루를 겪은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만원 이하를 버는 응답자의 38.7%가 우울 증상을 겪어 두번째로 코로나 블루 비중이 높았다. 반면 600~699만원을 버는 응답자는 16.9%, 700만원 이상 응답자는 27.5%가 우울 증상을 겪었다고 답해 비교적 코로나 블루를 겪은 비중이 낮았다.
연구팀은 1년 전(2020년 1월) 조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저소득층의 우울감은 높아졌고 고소득층의 우울감은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200만원 미만의 우울 척도가 2.1점 증가한 반면, 600만원 이상 응답자들의 척도는 떨어졌다.
이같은 현상은 일자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일자리를 잃었다’고 답한 응답자의 41.2%는 월소득 200만원 이하인 집단에 속했다. 반면 500만원 이상 소득이 있는 집단에서는 일자리를 잃은 경험이 14.7%에 그쳤다. 연구팀은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었다고 보고한 사람 중 우울군의 비율은 52.9%로 실직을 보고하지 않은 집단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직업별 코로나19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비율은 자영업자가 가장 높았고, 무직·퇴직, 주부가 뒤를 이었다.
연구팀은 “고립된 홀로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는 답변은 남자(78.6%), 만 60세 이상 고령자, 월 200~300만원의 소득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며 “경제적 부담이 커졌다는 응답은 여자(59.8%), 20대, 월소득 200만원 미만의 저소득층에서 더 높았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저소득층이나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은 집단 등에서 의학적 개입이 필요한 우울군 및 트라우마 스트레스군에 포함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인터넷 주소(URL)를 발송하는 ‘웹조사’ 방식으로 수집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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