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니 아내 율리야 '러시아 잔다르크'로 급부상하나
엘리트 가족서 성장, 은행원 출신..나발니 만나 결국 정치
나발니 수감·반정부시위 확산에 향후행보 주목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철옹성'과 같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항하는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44)에 이어 그의 아내 율리야 나발나야(44)까지 국제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현재 러시아에서는 극동부터 서부 역외 영토까지 전역에서 푸틴 대통령을 규탄하는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나발나야는 시위를 촉발한 나발니 독살시도 사건에서 핵심 역할을 하면서 자의반타의반 러시아 정치 전면에 존재감이 커졌다.
31일(현지시간) AFP통신, CNN방송에 따르면 나발나야는 반정부시위의 단순 지원자가 아닌 지략가에 가까운 인물로 관측된다.
나발나야는 나발니가 작년 8월 러시아 정보기관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독살 시도로 중태에 빠졌을 때 진면목을 드러냈다.
남편의 목숨이 위태롭고 러시아 의료진은 나발니의 해외 병원 이송이나 서방 의료진의 방문을 막는 상황.
나발나야는 병원 계단에서 즉석 기자회견을 열어 남편이 처한 실태를 국내외 언론에 과감히 폭로했다.
한발 더 나아가 나발나야는 푸틴 대통령에게 이송을 촉구하는 서한을 직접 보내기도 했다.
러시아 정부는 독살시도 개입 의혹을 계속 부인했으나 나발나야의 활약으로 러시아 여론과 국제사회의 거센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나발나야의 활동 후 러시아 의료진은 이송 거부를 번복했고 나발니는 결국 독일로 이송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나발니가 호텔에서 사용한 물건들도 함께 옮겨져 서방 정보기관의 분석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러시아 정보기관이 이용하는 군사 화학무기 노비촉이 암살시도에 이용된 정황이 포착됐다.
나발니의 몸속에서 화학물질의 흔적이 사라지기 전에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나발나야의 지략이 승리를 부른 셈이었다.
나발나야는 러시아 모스크바의 엘리트 집안 출신이다.
과학자 부친과 경공업 관련 부처에서 일하는 모친 사이에서 성장해 플레하노프 경제대학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했다.
나발니와는 1998년에 만났다. 나발니가 독살시도 때문에 의식불명일 때 결혼 20주년을 맞이했다.
나발나야는 대학 졸업 후 은행에서 근무하다가 첫 딸을 돌보려고 휴직했다. 그 딸은 현재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
나중에 나발나야는 시부모를 도와 가구 판매업을 몇 년간 하다가 아들이 태어나고 나발니가 점점 주목을 받게 되자 가사에 전념했다.
나발나야는 독살 시도 사태 전에 대중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배경이다.
그러나 나발니가 2013년 모스크바 시장직에 도전할 때 한 차례 연단에 나와 정치가 일상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 적이 있다.
당시 나발니야는 "러시아에서는 정치인의 아내를 시위에서 볼 수는 없지만 정치는 싫든 좋든 가족의 생활에 쳐들어온다"고 연설했다.
실제로 나발니야는 남편의 거듭된 구속과 석방, 가족을 겨냥한 러시아 정부의 금융계좌 동결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나발니뿐만 아니라 본인도 작년에 칼리닌그라드로 가족휴가를 떠났다가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러시아 정보기관 요원 3명이 여객기에 동승했고 머물던 호텔의 보안 카메라가 체류기간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만 확인됐다.
최근 나발니는 독일에서 치료를 받은 뒤 회복해 러시아에 입국했다가 바로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다. 나발나야 자신도 31일 시위에서 체포됐다가 수시간 만에 석방됐다.
러시아에서는 나발니가 수감기간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나발나야가 대신 야권 지도자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나발나야는 나발니가 귀국하던 날 공항에서 "나발니는 겁먹지 않았고 나도 겁먹지 않았다"며 "여러분도 모두 겁먹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러시아의 사태는 유럽의 권위주의 통치국가인 벨라루스에서 야권 지도자가 줄줄이 구속되거나 해외로 피신하자 아내들이 전면에 나선 상황과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일부 러시아 언론은 나발나야가 가을에 개최되는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는다.
나발나야는 공직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 정권에 친화적인 매체들은 서방이 러시아 내정에 개입하려고 한다며 이미 나발나야를 두드리고 있다.
반면 독립적인 러시아 매체들은 침착성과 절제력을 주시하며 나발나야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와 비교하고 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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