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5도, 한반도의 '화약고'에서 '평화의 섬'으로
[김효은 대진대학교 DMZ연구원 객원교수]
서해 5도 이야기
서해 5도는 북한과 인접한 인천광역시 옹진군의 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 5개의 섬을 일컫는다. 우도가 무인도여서 우도를 제외하고 연평도를 대연평도, 소연평도 나눠 5개로 보기도 한다.
'연평도와 서해 5도', 일찍이 일기예보에 나와서 친숙해졌지만 북녘의 '중강진'이 얼마나 추운지를 보여주는 것만큼이나 멀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조기'로 이름난 연평도가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유명해져 버렸다. 1999년과 2002년의 제1·2차 연평해전, 2009년의 대청해전, 2010년의 연이은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을 겪으며 서해바다가 대치와 갈등 속 전장이 되어 버렸다.
2020년 11월의 연평도 포격은 정전 협정 이후 우리나라 본토가 처음 공격당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북한 포탄 170여 개가 쏟아졌고, 주민들은 인천으로 나와 3개월간 피난민 생활을 해야 했다. 워터파크의 찜질방에서 겨울을 났고, 이후 서해 5도에는 대피소가 생겼다.
서해 5도는 쉽게 가지지 않는다. 백령도는 뱃길로 편도 4시간이다. 풍랑과 안개 등 기상악화에 따른 결항률이 연간 15-20%에 이를 정도로 기상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관광객이야 한두 번이지만 주민들은 참 불편이 많겠다. 인천시민이 아니면 뱃삯도 1인당 왕복 10만 원이 넘으니 가족 휴가를 구상하기가 쉽지 않다. 타도 시민도 평일에 한해 예산범위 내에서 여객운임의 50%를 지원하고 있으니 시도해 보기 바란다.
어렵게 찾아간 만큼 서해 5도는 너무나 아름답다. 백령도에 가면 섬이 생각보다 큰 데 놀라게 된다. 백령도의 천연비행장인 사곶해변, 서해 넘어 세계를 품에 안을 듯한 두무진의 기상은 서해바다를 지키는 위풍당당함 그 자체다. 밋밋한듯한 백령냉면 한 그릇도 꼭 먹어봐야 할 필수품이다.
백령도 가기 전 들르는 대청도는 그 이름(淸島)만큼이나 푸르고 맑다. 서풍받이 산책길, 옥중동 해변 백사장의 모래, 원나라 순제가 귀향살이를 했다는 모양이 삼각형 같다고 이름 붙은 순수 모래산을 보면 세상 번잡함은 다 사라지고 자연과 나만 남은 느낌일 것이다. 서해 5도의 비경이 알려지면서 숙박시설 등 관광인프라도 많이 생겼다. 그에 비하면 연평도는 가깝지만 면적이 작고 군부대가 많아 군사적 색채가 짙다.
서해 북방한계선과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그러나 서해 5도가 서해 북방한계선(Northern Limit Line)을 두고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1953년 7.27 정전협정에서는 남북한 간 육상경계선만 설정하고 해양경계선은 설정하지 않았다. 당시 주한 유엔군 사령관이 해상에서 우발적 무력충돌을 막기 위해 서해 5개와 북한 황해도 지역의 중간선을 기준으로 '북방한계선(NLL, Northern Limit Line)'을 설정했을 뿐이다.
바다에 넘지 못하도록 막는 선이 있는 것도 아니니 간혹 남북의 어선이나 군함이 넘을 수도 있는 것이다. 군사적 이유로 남북이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을 틈타 중국어선의 불법어선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옹진군청에 따르면 2020년 10월 기준 불법조업 중국어선은 1만 3106척에 달한다고 한다. 어민들의 어구손괴(유실 등) 피해가 막심해 해양수산부에 불법조업 어구피해 대책, 어장확장, 조업시간 연장 등을 건의하였다.
2010년 연평도 포격 이후 서해5도 지원 특별법이 생기고 법에 따라 서해 5도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섬은 정주여건도 열악하고 이동에도 제약이 많다.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하고, 주민대피시설을 확충·정비하며, 특산품관광자원·안보교육 등 특화자원을 활용하여 생산, 소득, 일자리 기반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국제교류와 해양평화 거점기능을 육성하여 군사적 긴장완화와 통일기반을 구축하는 것도 서해 5도가 나아갈 방향이다.
서해를 평화의 바다로 만들기 위한 남북 간의 노력은 계속돼 왔다. 특히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의 주인공은 서해바다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에서도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평화수역"을 만들기로 했다. 이는 10.4 정상선언의 재확인이고 서해에서 남북 간 안전은 물론이고 경제협력을 통한 평화증진에 남북이 함께하자는 것이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서해 5도를 평화 수역으로 조성하기 위해 어장을 확대하고 야간조업시간도 늘렸다. 2019년 4월부터 서해 NLL과 떨어진 대청 연평어장 인근 어장이 늘었고, 1964년부터 금지돼온 야간조업도 55년 만에 일출 전과 일몰 후, 각 30분씩 1시간 허용하였다. 그러나 주민들은 어장확장과 조업시간 연장을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2021년 서해바다는 완전한 평화를 얻지 못한 채 긴장감은 여전하다.
한 시간이면 만날 수 있는 접경 섬 강화 교동도
48번 국도를 쭉 따라오다가 강화대교를 건너 강화 본섬에 진입해 얼마 가지 않아 시원한 교동대교가 나온다. 조수간만의 차가 워낙 커서 교각이 쓰러지기를 몇 번 하다 드디어 2014년 교동대교가 개통하였다. 교동도에 들어오면 섬에 온 것 같지 않다. 높은 산으로 막히지 않고 너른 논이 풍요를 말해준다. 그렇지만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접경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강화군 최북단 서해상에 있는 교동도는 동북으로는 북한의 개풍군과 8.5km, 서북으로는 연백군과 3.0㎞ 인접해있다. 육안으로 연백평야가 보인다. 교동도에는 황해도 연백에 고향을 두신 분들이 많다. 3만여 명이 연백에서 강 건너왔다는데, 교동은 고려산을 넘어야하는 강화도보다는 연백이 생활권이었다고 한다.
김영애 사)우리누리평화운동 대표도 연안군 백석포에서 교동면 율도포로 내려왔다는 실향민 2세다. "교동은 연백과 하나의 생활권이었다, 피난 온 연백민이 농사기술을 알려주고 교동민과 함께 갯벌을 농토로 일군 곳"이라며 남북의 사람들이 함께 만든 생활터전 임을 강조했다.
황해도 연백에서 피난 나온 분들이 고향을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곳에 망향대를 만들었다. 지척에 있는 고향과 부모님을 그리워하며 제사를 지낸다. 망향대 조성 안내문은 '망향대에서 건너보면 연안읍의 진산인 비봉산과 남산, 남대지 등 드넓은 연백평야가 눈앞에 전개되어 고향 들녘에 울펴 퍼질 듯, 손을 벌리면 고향 산천이 잡힐 듯' 하다고 고향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인천시는 강화교동평화산업단지를 구상했다. 교동과 북한 해주, 개성을 잇는 다리를 만들어 남북 근로자가 함께하는 산업단지이다. 개성공단은 북한 땅에 조성해서 북한 근로자가 일하는 형태라면 교동은 우리 땅에 북한 근로자가 출퇴근하면서 일하는 역 개성공단 개념이다.
철조망은 있지만 자유롭다. 보는 건 자유니까
그래도 접경지역이다. 1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교동초등학교에는 <이승복 동상>이 있고, 교동초등학교 지석분교에는 대피소도 보인다.
교동도도 많이 변하고 있다. 대룡시장이 입소문이 나면서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유명해지다보니 이 작은 섬에도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는 모양이다.
외지인 상인들의 매출은 늘어나지만 기존 상인들은 임대료 부담에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다. 개발의 바람은 교동도도 비껴가지 못하나 보다. 화개산에 모노레일, 스카이워크 등이 들어온다고 한다.
평화의 섬을 지향하는 교동도에 평화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폐교를 활용해 평화·통일 교육을 위한 '인천평화학교'가 설립된다. 2019년 폐교한 난정초등학교를 2023년까지 인천평화학교(가칭)'로 만든다.
인천평화학교에는 전시체험공간과 단체 교육과 연수를 진행할 수 있는 숙박시설, 지역 주민과 함께 쓰는 북카페 등이 마련될 예정이다. 다음 편에서는 접경지역의 아름다운 자연생태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김효은 대진대학교 DMZ연구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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