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사이트] '이재용 변호사'로 선택된 이유

곽승규 2021. 2. 1. 11:5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재벌 위에 검사

한 검사가 있습니다.

대검찰청 범죄정보1담당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서울중앙지검 3차장 서울서부지검장

이력이 참 화려합니다.

검찰 특수부의 요직을 두루 거쳤습니다.

명석함과 뛰어난 수사력을 앞세운 이 검사 앞에 많은 이들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재벌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 재벌의 저격수

이 검사의 이름은 이동열입니다.

2016년 검찰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1700억 원대 비리 의혹을 수사할 당시 그는 서울중앙지검의 특수수사 지휘를 총괄하는 3차장이었습니다.

같은해 9월 29일.

법원은 검찰이 신동빈 회장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이동열 차장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기자들에게 입장문도 전했습니다.

"재벌 총수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당시 그가 남긴 말이었습니다.

# 이재용의 변호인으로

그는 이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청주지검장-서울서부지검장을 역임한 뒤 2019년 7월 사표를 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하자 이른바 용퇴를 선택한 것입니다.

이후 그는 자신의 이름을 건 변호사 사무소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변호사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 이재용의 전관 사용법

이재용 부회장은 현재 불법 경영권 승계 관련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얼마 전 징역 2년6개월이 확정돼 법정구속된 것은 박근혜,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준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뇌물을 준 이유는 경영권 승계 청탁이었습니다.

바로 그 경영권 승계의 불법성을 따지는 재판은 이제 막 시작됐습니다.

재판 결과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의 형기가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이 부회장은 최고의 전관들로 변호인을 구성했습니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는 검사 출신이, 재판 단계에서는 판사 출신 전관이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세계적인 그룹의 총수답게 변호인 한명 한명 모두 화려한 이력을 자랑합니다.

이동열 변호사도 그중 한명입니다.

# 변신은 무죄

여기서 다시 2016년 9월 29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날입니다.

당시 이동열 검사가 했던 말이 워낙 인상적이라 특별히 한번 더 언급합니다.

"재벌 총수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하지만 그는 2019년 7월 퇴임한 뒤 1년도 지나지 않아 이재용 부회장의 변호인으로 변신했습니다.

물론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전관예우를 막기 위해 검사장급 이상 고위 퇴직 검사의 대형 로펌 취업은 3년간 제한되지만 개인사무소를 내고 활동하는 건 아무 제한이 없습니다.

그래도 좀 의문이 남습니다.

검사 시절 재벌의 죄를 따져물으며 법 앞에서는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음을 호소하던 그였기 때문입니다.

이동열 변호사에게 퇴임 후 재벌의 변호인으로 변신한 것에 대한 입장을 물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제가 (서울중앙지검) 3차장 할 때 롯데그룹 수사한 거하고 이게 뭐 입장이 바뀐 거다 이거는 말이 안 되는 말씀인 게 그 당시에는 제보나 이런 게 있으면 검찰은 수사를 하는 거고요. 대기업을 자꾸 놓고 이데올로기적으로 보시니까 그렇지, 변호사로서 삼성그룹에서 도와달라 이렇게 하는데 ‘당신네는 대기업이니까 우린 변론 못 한다’ 이게 변호인의 윤리에 맞는 거예요? 그걸 너무 단순히 현직에 있을 땐 대기업 수사하다가 갑자기 입장이 바뀌어서 무슨 뭐 대기업을 변호한다, 그렇게 보는 거는 너무 단선적이고 그리고 옳지 않은 시각이라는 거죠."

# 그가 밝힌 선택의 이유

연락이 닿은 김에 하나 더 물었습니다.

수많은 변호사들 중에서 이동열 변호사가 선택된 이유는 뭘까요.

그가 스스로 밝힌 이유는 이렇습니다.

"전관이고 무슨 검사장 출신이라고 선임을 한 게 아니라, 곽 기자님 취재해보시면 알겠지만 제가 검찰에 있을 때 대기업 수사를 가장 많이 한 검사였습니다. 특히 이제 삼성 합병 사건 관련된 합병 관련해서는 제가 과거에 유사한 사건을 여러 차례 수사를 해서 공소유지까지 성공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전문가로서 선임을 한 거지, 검사장 출신이 저희 때 15명이나 나왔는데, 그리고 저보다 훨씬 고위직이고 요직에 있던 분들도 많았는데 왜 저를 선임했겠어요. 그건 단순히 그런 검사장급이라고 해서, 고위직에 있었다고 해서 선임이 된 건 아니고 제가 그 기업수사에 대해서 경험이 많고 여러 가지 전문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선임한 것이다 저는 그렇게 보고 있어요."

# 한번 특수부는 영원한 특수부

사실 그의 말 속에 정답이 다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대기업 수사를 가장 많이 한 특수부 출신검사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바로 이 경력과 경험을 산 것입니다.

특수부 수사를 누구보다 많이 해봤기에 수사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습니다.

당연히 어떻게 방어 논리를 펴야하는지도 잘 알압니다.

역설적으로 특수부 수사의 허점도 가장 잘 파악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특수부 출신만이 가진 그들만의 네트워크 또한 중요한 능력으로 시장에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수부는 검사라는 엘리트 집단에서도 인정받은 소수의 엘리트만이 갈 수 있습니다.

덕분에 특수통이라 불리는 선후배들은 서로 인연이 깊습니다.

재벌들이 특수부 수사를 받을 때면 특수부 전관을 찾는 이유입니다.

# 재벌 수사에 웃는다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보듯 우리사회의 재벌들은 여전히 정경유착의 고리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재벌 총수의 횡령, 배임같은 비리 의혹도 끊이질 않습니다.

이렇게 약점이 많은 재벌을 상대로 검찰은 한번씩 '법의 힘'을 보여줍니다.

많은 부와 명예를 누리는 재벌 총수가 고개를 숙입니다.

법 앞에는 누구나 평등하다는 명제가 새삼 확인되는 순간입니다.

이때는 서초동 법조타운에도 소위 큰돈이 풀리는 때입니다.

다급해진 재벌 총수가 수 억, 많게는 수백 억원의 돈을 변호사 선임비로 쓰기 때문입니다.

가장 수혜를 보는 이는 바로 재벌의 선택을 받은 전관입니다.

검찰이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검찰 수사로 웃는 건 퇴임해 전관변호사로 변신한 그들의 선배들입니다.

물론 모든 전관들이 이런 건 아닙니다.

선택받은 소수의 특수부 출신 전관들만 누리는 혜택입니다.

특수통이라는 이름으로 형성된 그들만의 세계.

이 속에 들어가기가 얼마나 힘든지, 보통의 삶을 살았다는 검사 출신 변호사의 말로 글을 마칩니다.

"해본 사람들만 그걸 하고 나머지 대게 절 대다수를 차지하는 형사부 검사들은 그거에 중간에 껴들기 힘들죠. 그래서 검사들이 유독 끈끈하다고 하지만 그 특수부 라인 쪽에 자기가 서있다고 그러면 굉장히 끈끈하죠. 그 다음에 전관으로 나가도, 이제 변호사 개업을 해도, 내가 모셨던 분이 나를 내 방에 사건을 들고 찾아오는 거 아니에요? '누구 좀 봐줄 수 있냐?' 이렇게. 그러면 '아이고 저희가 도와드려야죠' 이렇게 하는 거죠."

(곽승규)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6075038_29123.html

[저작권자(c) MBC (https://imnews.imbc.co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Copyright © MBC&iMBC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