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與 '임 판사 탄핵' 추진이 되레 위헌적

기자 2021. 2. 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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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이란 증거에 의해 과거의 진실을 파악하고 법리를 해석·적용해 민형사 책임을 가리는 과정이다.

재판의 진실 파악이나 법리해석에 대해서는 학계·정치권·언론·시민단체 등의 비판이 왕왕 제기됨은 물론, 법률 전문가 중에도 검사와 법관의 견해, 하급심 법관과 상급심 법관의 견해가 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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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재판이란 증거에 의해 과거의 진실을 파악하고 법리를 해석·적용해 민형사 책임을 가리는 과정이다. 재판의 진실 파악이나 법리해석에 대해서는 학계·정치권·언론·시민단체 등의 비판이 왕왕 제기됨은 물론, 법률 전문가 중에도 검사와 법관의 견해, 하급심 법관과 상급심 법관의 견해가 다를 수 있다.

그런데도 재판에서 법관의 판단, 특히 확정된 판결이 존중돼야 하는 것은,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궁극적 기준이 필요하고, 진실 파악이나 법리해석의 기준은 해당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의 판단에 따르는 것이 공동체 구성원들을 납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법관의 판단은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해서 이뤄진 것이라야 한다. 그러므로 헌법은 사법부의 독립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금고 이상 형의 선고나 탄핵에 의하지 않고는 함부로 법관을 파면할 수 없도록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국회의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여당 의원들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배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여권 인사들에 대한 유죄판결이 선고될 때마다 근거 없는 노골적 비난을 퍼부으면서 사법부의 독립을 위협해 왔다. 지난달 28일에는 여권의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 대한 유죄판결이 선고되자마자, 그 나흘 전인 24일 1심 판결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후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여당 의원들이 이낙연 대표의 ‘허용’ 아래 추진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침몰 당시 7시간 관련 허위 사실을 보도한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명예훼손사건 재판 때 임 고법부장은 재판장에게 재판 진행과 판결문 작성에 조언한 적이 있다. 검찰은 이를 직권남용으로 기소했으나, 1심법원은 그의 행위가 ‘위헌적’이긴 하나 권유나 조언 정도로, 재판권을 침해한 건 아니므로 무죄라고 판시했다. 여당 의원들은 1심 판결의 ‘위헌적’이란 표현을 ‘위헌’으로 속단하고 이를 그 탄핵소추 사유로 삼고 있다.

그러나 임 고법부장의 그 권유·조언 내용이 부당하지 않고 당시 재판부 법관들의 재판권을 침해한 게 아니라면, 1심 판결의 ‘위헌적’이란 표현은 위헌행위는 아니지만 헌법이 보장하는 재판의 독립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정도의 평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임 고법부장은 1심판결의 ‘위헌적’이란 평가도 부당하다고 항소심에서 다투는 중이다.

또한, 법관의 파면을 금고 이상 형의 선고나 탄핵에 의해서만 허용함으로써 사법부의 독립을 보호하려는 헌법정신에 비춰보면, 법관에 대한 탄핵사유는 법관을 파면할 만한 중대한 위법행위로 제한함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여당이 뚜렷한 탄핵사유도 없이 현재 재판 중인 쟁점에 관해 탄핵소추를 추진하는 것은 법관을 겁박해 임 고법부장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나 다른 여권 인사 관련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로밖에 안 보인다. 여당의 이러한 시도야말로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행위다.

권력 있는 여권 정치인들이나 일부 언론은 임 고법부장 사건 등을 재판 전부터 ‘사법농단’ 사건으로 부르고 있다. 하지만 ‘사법농단’이라는 선입견을 가진 용어를 유죄 확정판결 전부터 사용하는 것 자체가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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