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유신·나치 독재와 文정권 폭주

기자 2021. 2. 1. 11: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용식 주필

靑 김종인 향해 “법적 강력 대응”

유신 말기 YS 제명 사태 떠올려

나치는 압승 3년 만에 저항 봉쇄

野 선명한 반독재 정치 나설 때

권력범죄 규명, 악법 철폐 투쟁

정책에선 ‘제3의 길’ 혁신 필요

청와대가 야당 지도자에 대해 강력 조치를 공표한 것은 유신 독재 말기를 연상케 한다. 김영삼 신민당 총재는 1979년 9월 16일 자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국민으로부터 유리되는 원천적 독재 정권이냐,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대다수 대한민국 국민이냐, 미국이 분명히 선택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정희 정권은 반민족적 사대주의와 정치인 품위 손상 등을 내세워 10월 4일 김 총재를 국회의원직에서 제명 처리했다.

탈원전을 둘러싼 숱한 의혹과 범죄 혐의, 북한에 원전을 지원하려 한 정황까지 농후해진 상황에서 김종인 제1야당 비대위원장이 “원전 게이트를 넘어 정권 운명을 흔들 수 있는 충격적 이적 행위” 정도의 표현도 할 수 없다면 이미 민주 국가가 아니다. 청와대는 혹세무민과 북풍 공작으로 규정하고 “법적 조치를 포함한 강력 대응”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 뜻에 따른 공식 입장이라고 했다. 유신 정권이 김 총재 제명 때 내건 9개 항 사유서보다 덜하지 않다.

이와 병행해 여당은 판사 탄핵에 나섰다. 근거는 판결문의 ‘위헌적 행위’ 문구다. 현 정권 연루 범죄에 대해선 대법원 판결 때까지 후속 조치를 유보하면서, 1심 판결 한구석을 문제 삼았다. 정작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 외압은 원론적으로 ‘위헌적’이지만, 해당 사건 경우엔 단순한 의견 개진이나 조언이었을 뿐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가 법관 탄핵 사유가 된다면, 문 대통령과 장관 등의 탄핵 사유는 세기도 힘들 것이다.

여권의 두 기류는, 현 정권이 아직도 길들어지지 않은 마지막 걸림돌 제거에 나섰음을 의미한다. 이쯤에서 권력 누수를 틀어막지 않으면 장기 집권의 둑이 무너질 것으로 우려한다. 현 상황은 민주와 반민주의 중대한 분수령이다. 유신 권력처럼 무지막지한 독재 경우엔 국민이 판단하기 쉽다. 그런데 민주 제도를 교묘히 악용해 야금야금 민주주의를 잠식하며 탁월한 선전·선동을 반복하면 국민도 부지불식간에 속는다.

독일 나치 정권이 그랬다. 아돌프 히틀러가 1933년 처음 총리가 됐을 때 나치당은 과반 의석에 미달했지만, 총선에서 압도적 의석을 확보한 뒤 반대 세력 탄압에 나섰다. 3년 만에 공개적인 반나치 저항은 자취를 감췄다. 문 대통령 집권 뒤 3년 9개월, 여당 압승 뒤 10개월 지났다. 이대로 가면 3년 뒤엔 상황이 어떻게 변해 있을까.

역사적 재앙을 막기 위한 야당의 책무가 막중하다. 집권 세력의 국정 운영은, 정치 측면에서는 독주 체제 구축, 정책 측면에서는 포퓰리즘의 투 트랙이다. 따라서 야당 대응도 정치 측면에서는 선명한 반독재 투쟁, 정책 측면에서는 국민 지지를 더 받을 실질적 대안 제시여야 한다. 그런데 한 가지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지금 역량으론 혹시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기고 천운으로 내년 대선에서 집권해도 권력을 유지하기 힘들다. 국회 의석은 그대로이고 모든 정부 조직엔 문 정권 대못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멀리 보고 국민 공감대를 차근차근 넓히는 정치가 무엇보다 우선이다. 최소한 집권 때까지는 과거 문제를 묻고 정권 교체에 주력한다는 대원칙에 동의하는 세력으로 범야권 연대를 형성해야 한다. 문 정권이 만든 악법을 철폐하고, 권력 범죄도 척결할 것을 선명하게 공약해야 한다.

정책 차원에서는 중도와 합리적 진보까지 포용할, 보수 관점의 ‘제3의 길’ 혁신이 필요하다. 코로나 충격으로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가 더 절실해진 때다. 자유와 책임, 시장과 효율의 가치를 견지하면서도 양극화의 심각성을 외면해선 안 된다. 보수는 지상낙원을 추구하는 이념이 아니라, 발전을 저해하는 위험에 선제 대응하면서 파괴적 혁명을 막는 현실주의다. 여당의 전 국민 지원금에 맞서 하위 50%에게 두 배 주자는 발상을 할 수 있어야 프레임에 끌려가지 않는다. 그 대신 양보한 상위 50%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그들이 더 많은 부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된다.

과거 우파 권위주의 권력은 경제를 살려 독재 치부를 가리려 했다. 그런데 좌파 독재는 경제도 망친다. 국민이 더 냉철해야 하는 이유다. 봄 이기는 겨울은 없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1980년 서울의 봄처럼 순식간에 흘려보내고 빙하기에 봉착하게 된다.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