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뿌리 흔들리는 김치종주국 자부심.. 수입액 역대 최대

김성호 2021. 2. 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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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이어 일본까지 '김치는 중국 음식문화의 파생'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급격히 쪼그라든 한국 김치산업의 현실이 통계로 확인됐다.

지난해 김치 수입액이 역대 최고치를 넘어섰고 감소추세에 있던 무와 배추 등 김치 부속재료 수입까지 덩달아 늘어났다.

■김치 수입액 역대최고, 배추·무 수입도↑ 1일 파이낸셜뉴스가 관세청과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국산 김치 수입액이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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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수입액 최초 1억5000만불 돌파
대부분 중국산, 배추·무 수입도 급증
'한 철 단속' 원산지 표시 위반 심각

[파이낸셜뉴스] 중국에 이어 일본까지 ‘김치는 중국 음식문화의 파생’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급격히 쪼그라든 한국 김치산업의 현실이 통계로 확인됐다.

지난해 김치 수입액이 역대 최고치를 넘어섰고 감소추세에 있던 무와 배추 등 김치 부속재료 수입까지 덩달아 늘어났다. 농가들은 김치 부속재료 대신 수익성이 양호한 산물 재배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한국 업체들조차 공공연히 중국산 재료를 활용해 김치를 만드는 상황에서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명절을 앞두고 원산지 표시위반을 집중점검할 때마다 중국산 또는 중국재료를 사용한 김치를 국내산으로 바꿔치기한 사례도 수백건씩 적발된다.

중국과 일본에서 김치가 한국 고유의 음식이 아니라며 논란을 제기하는 가운데 김치산업을 보호하지 못한 정책과 문화에도 비판이 나온다. fnDB

■김치 수입액 역대최고, 배추·무 수입도↑
1일 파이낸셜뉴스가 관세청과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국산 김치 수입액이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완제품 뿐 아니다. 김치 주 부속재료인 배추와 무 수입액도 전년대비 20% 가량 급증했다.

농가와 유통업체에선 식당에서 중국산 김치 사용이 꾸준히 늘어나고 한국 업자들이 만드는 김치에도 중국산 재료를 사용하는 일이 많아지며 이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전남 해남에서 절임배추 농가를 하는 김모씨(60대)는 “이제 집에서 김치를 담가먹지도 않고 식당에서 사먹는 게 대부분인데 그게 다 중국산 아니냐”며 “절임배추로 팔면 그나마 수익이 난다고 하던 것도 (중국산 배추가 들어오니 경쟁이 어려워) 옛날 얘기”라고 털어놨다.

실제 지난해 외국산 김치 수입액은 역대 최고치인 1억5242만 달러를 기록했다. 2011년 이래 1억2000만 달러 내외를 맴돌던 것이 지난해 급증해 역대 최초로 1억5000만 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재료인 배추와 무 수입도 급증했다. 배추는 2018년엔 83t만 수입됐으나 지난해 642t을 넘겼다. 무는 2018년 1730t에서 지난해 5011t을 넘겼다. “외국에서 재료를 사다가 한국에서 담그기만 하는 김치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는 일부 제조업체 증언이 통계로 입증된 것이다.

외국산 재료를 수입해 한국에서 김치를 담가 유통하는 사례가 늘며 한국 배추와 무 농가도 타격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농가들은 배추와 무 재배지를 줄이고 다른 작물로 변신을 꾀하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fnDB

■중국 재료로 만든 김치 '국내산' 둔갑
중국산 배추와 무로 김치를 담가 파는 업체가 많아지니 원산지 표시 위반도 늘어났다.

정부는 지난해 추석명절을 맞아 진행한 농축산물 일제단속에서 배추김치 한 품목의 원산지 표시 위반만 103건(23.3%)을 적발했다. 농축산물 전체 품목 가운데 단연 1위로, 적발된 4건 중 1건이 배추김치였다는 뜻이다. 대부분 중국산 배추와 무를 사용했으면서도 국내산이라 기재해 유통한 사례였다.

이 같은 사례에 대비해 재료 중 어느 하나라도 외국산을 쓰면 국내산으로 적을 수 없도록 규정을 마련했으나 현장 단속 부족과 약한 처벌로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선 급식업체와 식당에도 김치 원산지 표시의무를 엄격히 부여하고 위반 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품질이 좋지 않은 중국산 김치에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이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원산지 표시의무만 강화해도 국내 김치 소비가 늘고 산업이 다시 활력이 찾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연간 1000억원 이상 한국에 김치를 공급해온 중국업체들의 역량이 무시 못 할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국산 김치를 국내에 수입·유통하는 한 관계자는 “중국이랑 일본에서 김치 원조 얘기를 자꾸 꺼내는 건 그동안 한국에 수출한 경험으로 이제 김치를 제대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었기 때문”이라며 “중국산 김치가 형편없다는 건 옛말이고 가격만 맞춰주면 국내산이랑 큰 차이 없는 수준으로 만들 정도까지 (기술력이) 올라와 있다”고 평가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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