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부익부 빈익빈 '부스터' 되다 [코로나가 불러온 격차 ①자산·소득]
경기진작 통화정책, 주식·부동산은 껑충
순자산 지니계수도 7년만에 최고치 기록
주식시장 내서도 그룹별 격차 더 벌어져
코로나19가 부익부빈익빈의 부스터(booster, 증폭기)가 됐다. 코로나19 이후 붕괴된 실물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중앙은행의 기록적인 통화완화 정책이 초유의 자산·소득 양극화를 낳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 버블이 커지면서 상위 계층의 부를 늘리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반면 대면 경제의 붕괴로 일자리를 잃은 저소득층은 재정 지원에 기댄 채 하루하루를 연명해야 하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또 서비스 산업과 자영업 경기는 최악을 맞고 있는 반면,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수출은 초호황 기조를 보이며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소득은 주는데 자산 가격은 급등…상하 간 불평등 심화=코로나19는 저소득층에 집중적으로 타격을 가하고 있다. 대면 소비에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이 붕괴하고, 비정규직 일자리가 증발하면서 저소득층의 소득은 급감하고 있다.
이에 반해 고액 자산가들은 저금리와 풍부해진 유동성의 혜택을 누리며 자산 가격의 급등을 만끽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소득 격차는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 가계동향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소득 1분위) 계층은 지난해 2분기 1년 전에 비해 월평균 근로소득이 18.0%, 사업소득은 15.9% 각각 줄었다. 같은 기간 소득 상위 20%(소득 5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4.0%, 사업소득은 2.4%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후 코로나19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약해진 3분기에도 소득 1분위의 근로소득은 10.7%, 사업소득은 8.1% 감소했다. 같은 기간 5분위의 근로소득은 0.6% 줄었을 뿐 사업소득은 오히려 5.4% 늘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경직적 노동시장 구도를 가지고 있던 한국은 코로나19 이후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고용 상황이 더욱 안좋아지는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이런 흐름 속에 양극화의 대표 지료로 불리는 순자산 지니계수도 201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지난해 3월 말 기준 0.602를 나타냈다. 순자산은 자산에서 부채를 뺀 개념이며,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상위계층과 하위계층 간 격차가 크다는 의미다. 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상위 20%의 순자산은 평균 11억2481만원에 달한다. 반면 하위 20%는 평균 675만원을 보유 중이다. 이는 올해 더욱 악화될 것이 확실시 된다. 부동산, 주식 가격이 이후 더 폭등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를 보면 지난해 전국의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5.36% 상승했으며,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30.8%가 올랐다. 국제통화기금은 전염병 발생 5년 후 지니계수가 1.5% 가까이 상승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국제 통계의 흐름도 이와 다르지 않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2020 리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극빈층(하루 생계비 1.9달러 미만) 규모는 7억280만명으로 추정됐다. 이는 전년 대비 9.2%(5950만명)나 증가한 수치다. 2015년 7억4000만명을 넘던 극빈층 규모는 이후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재차 반등했다.
반면 상위부자 500명의 순자산에 대한 블룸버그의 통계는 가히 충격적이다. 이들의 순자산은 작년 한해 동안 1조8000억달러(약 2000조원·31%) 가까이 급증했다. 1년 치 한국 GDP에 버금가는 수치다. 500명이 가진 순자산의 합은 모두 7조6000억달러에 달하로 미국 GDP의 3분의 1과 비슷했다.
▶주식시장 양극화도 뚜렷…상위 0.1%가 배당금 절반 수령= 막대한 유동성 덕에 유례 없는 랠리를 구가 중인 주식 시장 내에서도 양극화는 뚜렷하다. 미래 성장 산업을 보유하고 있는 지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붕괴된 내수 기업과 수출 기업 간 차별화가 극명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코스피 시총상위 기업의 비중은 절반에 육박한다. 또 주요 그룹사 가운데 반도체, 전기차, 2차전지 등의 신사업을 구가 중인 4개그룹의 시가총액은 1160조원에 달한다.
주식 시장이 시총 상위 그룹사와 신성장 기업으로의 쏠림 상승이 뚜렷해지며, 이에 따른 배당 수익에서도 소득 계층별 차이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2019년 배당소득 자료’에 따르면 상위 0.1%(9701명)의 배당소득은 10조3937억원으로 전체의 47%를 차지했다. 반면 하위 50%(485만961명)의 배당소득은 416억원으로 전체의 0.2%에 그쳤다. 올해 기업들이 배당 성향을 더욱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에 이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 분명하다.
성 교수는 “막대한 유동성이 실물로 이동하지 않고 자산 시장으로만 몰려 있다”며 “투자를 해야 실물경기가 살아날 수 있는데, 자산 시장만 팽창해 자산 가격의 급변 내지 급락 우려가 상존해 있다”고 지적했다. 정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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