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adership 클래스-허성무 >운동화 닳도록 與野 모두와 협업.. 발로 뛰는 그의 실용주의
■ 허성무 창원시장
국회의원·정부 관계자·시민…
많은 사람 만나려 늘 운동화
인구 100만 내년‘특례시’출범
2년간 국회·정부에 건의 50번
지역구 野의원과 손잡고 추진
실무자가 직접 보고하는것 선호
직원들 사기 올라가고 성과 높여
대통령 표창 등 賞 50건 휩쓸어
허성무 경남 창원시장의 리더십은 ‘발(足)’에서 나온다. 결과는 말이 아니라 현장에서 나온다고 강조하는 그는 활동성 좋은 운동화만 신는다. 자연스레 뭔가 어울리지 않는 ‘양복 차림에 운동화’가 일상이 됐지만, 이는 그가 어떤 시장인지를 명확히 상징하는 이미지다. 현장을 누빈다고 행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경남도 정무부지사, 청와대 비서관 경력과 2004년부터 선거에 도전하면서 다져진 정책의 깊이와 통찰력은 담당 공무원들을 놀라게 할 때가 많다. 그만큼 오랜 시간 준비했다는 말이다. 보수세가 강한 창원에서의 첫 더불어민주당 시장, 부산대 재학 시절 부산 미국 문화원 점거농성과 구속,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 등 허 시장의 과거를 살펴보면 강력한 진보적 색채를 띨 것 같다. 하지만 시정에서는 크게 드러내지 않는다. 시민을 잘살게 하자는 것이 시정의 목표고, 그러기 위해선 협력할 때는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허 시장의 운동화 = 허 시장은 시정을 볼 때나 국내외 출장 때 오로지 운동화만 신는다. 서울보다 넓은 창원시 구석구석을 누비며 국회의원·정부 관계자·시민 등 많은 사람을 만나려면 발이 편해야 하고, 발이 편하려면 구두보다 운동화가 제격이라고 생각해서다. 지난 3년간 그가 신은 운동화만 모두 여섯 켤레. 이 중 닳고 닳은 한 켤레는 버렸고, 다른 한 켤레는 지난해 ‘창원시 통합 10주년 기념 타임캡슐’에 들어갔다. 나머지 네 켤레 중 한 켤레는 집에, 세 켤레는 집무실에 두고 번갈아 신고 있다.
뒤축이 닳도록 뛴 그의 운동화 리더십으로 창원시는 내년 1월 ‘특례시’로 출범한다. 100만 도시에 걸맞은 광역시급 지위와 권한이 목표인 특례시가 반영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데 따른 것이다. 창원시는 인구 104만 도시인데도 10만인 인접 시·군과 같은 기초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을 가져 역차별 등 한계를 느껴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허 시장이 2018년 10월부터 국회와 정부 부처 등을 찾아 특례시 지정을 건의한 횟수만 50회에 달한다.
2019년 3월 처음으로 특례시 지정을 담은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20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폐기돼 좌절도 맛봤다. 하지만 허 시장은 운동화 끈을 조여 매고 21대 국회를 다시 두드렸다. 결국 이런 노력에 화답해 국회는 특례시가 반영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허 시장은 최근 경기 수원·용인·고양 등 인구 100만 명이 넘는 4개 시로 구성된 ‘전국 특례시 시장협의회’ 초대회장으로 추대됐다. 권한을 이양받기 위해 중앙정부와 광역단체를 상대할 선봉장으로 다시 나서게 된 것이다. 아직 특례시로 이양될 권한이 결정되진 않았지만, 광역시급 권한을 이양받아 각종 사업을 속도감 있게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허 시장은 소재 강국 실현을 위한 창원의 20년 숙원사업인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재료연구소’의 ‘연구원’ 승격도 국회와 정부 등에 15차례가 넘게 건의해 종지부를 찍었다. 올해부터 5년간 추가 지원(440억 원)을 받는 ‘통합시(창원·마산·진해) 출범 재정지원 특례연장 법안’ 역시 포기하지 않고 발로 뛴 추진력으로 성사시켰다.
◇허 시장의 실용주의 = 허 시장은 5명의 국민의힘 국회의원에게 둘러싸여 있다. 어찌 보면 서로 으르렁거리며 싸울 것 같지만, 그는 야당 의원과의 협업 플레이를 중시한다. 특례시나 재정지원 특례 연장 등 주요 지역 현안을 박완수(창원의창)·최형두(마산합포) 의원 등 지역구 야당 의원들과 협업해 관철할 수 있었다. 허 시장은 “창원시장을 지낸 박 의원이 특례시 법안이나 재정지원 특례 연장 법안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며 “박 의원은 야당 의원들을 설득시키고 나는 정부와 민주당 의원들을 설득해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허 시장은 “여야나 진보·보수 모두 시민을 행복하고 잘살게 하는 것이 목표기 때문에 먼저 자세를 낮추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시민들을 행복하게 하고 잘살게 하는 것이 진보적 가치고, 가장 실용적인 것이 진보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 시장의 칭찬 퍼포먼스 = 허 시장은 개방적이고 소탈한 이미지로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워 정부 공모사업에서도 큰 성과를 내고 있다. 허 시장은 좋은 정책을 개발했거나 정부 표창을 받은 부서에는 축하 케이크를 들고 방문한다. 무더운 여름에는 ‘허메리카노(아이스커피)’도 직접 배달하며 사기를 높인다.
업무에서는 실무자의 의견을 중요하게 여겨 보고받는 방법도 독특하다. 대개 부서장이 시장에게 보고하는 것이 관행이지만, 허 시장은 담당 주사나 사안에 따라 7∼8급 직원이 직접 보고하도록 한다. 부서장은 참관만 하고 가끔 의견을 제시하는 데 그친다. 허 시장과 실무자는 정제되지 않고 가공되지 않은 살아 있는 의견을 교환한다. 자신이 기획한 정책 보고서를 시장에게 직접 보고한 직원들의 업무 사기는 상상 이상이다. 사기가 오른 창원시는 민선 7기 들어 창원국가산업단지 스마트선도산단 지정, 강소연구개발특구 지정, 무인선박 규제자유지구 지정, 방산혁신클러스터 조성, 진해 근대문화공간 도시재생사업 등 굵직한 정부 공모사업을 대거 휩쓸었다. 담당 부서와 직원들은 덤으로 지난해 승진과 직결되는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표창, 장관표창을 50여 건이나 수상했다.
◇허 시장의 무기 = 허 시장은 부드러워 보이지만, 강력한 두 개의 무기로 직원들을 압도한다. 첫 번째 무기는 남다른 ‘기억력’이다. 허 시장은 민원 현장의 문제점이나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부분 기억한다. 747㎢ 면적의 창원 곳곳을 손바닥 보듯 알고 있는 것도 야인시절부터 수없이 현장을 누비며 만난 시민들의 목소리를 분석하고 정책으로 고민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머릿속에 ‘녹슨 창원을 혁신에 성공한 세계 최고 도시로 만드는 꿈’을 그려 놓았다. 직원들은 허 시장이 현안을 자신들보다 더 많이 알아 당황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공무원들은 현안 파악을 위해 더 공부하고, 더 노력하게 된다.
그의 두 번째 강력한 무기는 ‘인맥’이다. 1986년 부산대 행정학과에 다닐 때 미 문화원 점거농성 사건으로 인연을 맺은 노 전 대통령과 연결된 인맥이 뒤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비서관으로 근무했고, 그때 동지와 후배들이 청와대와 국회는 물론 문재인 정부의 장·차관으로 대거 포진해 있다. 민선 7기 들어 창원시가 수소산업 육성, 스마트공장 구축 등 새로운 산업구조 개편을 위한 각종 정부 국책사업 유치전에서 성과를 낸 것은 직원들의 노력에 허 시장의 인맥이 보태졌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뜻이다.
■ 盧 前 대통령과의 인연
부산 美 문화원 점거 농성때
변호사 노무현·문재인 만나
兄허성관 盧정부 해수부 장관
허성무 경남 창원시장의 인맥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에서 출발한다. 허 시장은 ‘노무현 가문’의 일원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인생에서 큰 영향을 줬다는 말이다. 허 시장은 부산대 재학 시절인 1986년 미국 문화원 점거농성으로 부산구치소에 구속·수감 됐을 때 당시 변호사로 활동하던 노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 1987년 7월 출소 후 학생운동을 이어가던 중 1988년 노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선거 때 자원봉사팀장을 맡았다. 이후에는 창원에서 입시학원을 성공시키며 새로운 인생을 열었다. 그러다 대선을 앞둔 2000년 노 전 대통령의 창원 경선팀장을 맡으면서 정치로 삶의 항로를 틀었다.
노 전 대통령 당선 후 2006∼2007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민원제도혁신비서관을, 2011∼2012년 경남도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2004년 창원시장 재선거 때 열린우리당 후보로, 2014년 지방선거 때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창원시장에 나섰으나 고배를 마셨고, 세 번째 도전 끝에 2018년 당선됐다.
노 전 대통령이 맺어준 인연 중 대표적인 현 정부 인사는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다. 전 장관은 허 시장의 고등학교 1년 선배이기도 하다. 전남 목포가 고향인 전 장관과 허 시장이 마산중앙고 선후배라는 점은 의외다. 하지만 1970∼1980년대 활황이던 부산과 마산수출자유지역 등으로 많은 호남 사람이 이주해왔고, 전 장관도 1970년대 말 마산으로 와 시대가 맺어준 인연이기도 하다. 전 장관과 허 시장은 고교 시절엔 서로 알지 못했으나, 노 전 대통령을 통해 만나면서 지원군이 되고 있다.
허 시장의 친형은 노무현 정부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과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허성관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다. 허 전 장관은 동아대에서 학생을 가르치다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정계에 뛰어들었다. 형제가 모두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고 살아온 셈이다.
김부겸 전 행안부 장관과는 2004년쯤 열린우리당 최고위원 선거 때 경남지역 책임자를 맡아 20년 가까이 끈끈한 인연을 맺어 오고 있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열세인 영남에서 함께 정치한 동병상련으로, 각별히 정이 두텁다. 김성진 창원시 경제특보는 경남에서 민주당 세력 확장을 위해 동고동락한 동지이자 최대 우군이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등은 후배 그룹에 속한다. 허 시장은 “친한 많은 사람이 장·차관 등으로 있지만, 섭섭해 할 수 있어 누가 친하다고 콕 집어 말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창원 = 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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